블링컨 퇴임 전 마지막 방한北 문제 등 주요 현안 논의 "한미동맹, 어느 때보다 중요""韓 민주주의 회복력, 깊이 신뢰"
  • ▲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한ㆍ미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한ㆍ미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정부가 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며 최근 혼란한 국내외 정세에도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차 강조했다.

    6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오찬 회담을 갖고, 한미동맹과 북한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담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탄핵 정국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양국간 외교장관 회담이기에 더욱 귀추가 주목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간 외교 '컨트롤타워'의 부재라는 우려에 직면했던 한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외교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천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한미동맹, 어떤 공백도 없어 … 우리 동행은 지속될 것"

    양측은 회담 종료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

    조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이번 회담은 어느 때보다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우리는 오늘 한미동맹의 어떤 공백도 없음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공고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우리의 대외 정책 기조가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한미 동맹은 양국 미래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와 번영을 제공할 것이며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정 및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며 "지난 71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의 동행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도 "오늘 한미동맹은 우리의 공동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고, 이를 위한 역량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상태라고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역사적 정상회의 이후에 한미일 세 나라는 30여 개의 안보·경제·인적 교류 이니셔티브를 실행하고 있다"며 "이런 3국 협력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더욱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 각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 ▲ 토니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 토니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北 도발 가능성에 단호히 대응할 것" … "韓, 러 침략 맞서 중요 역할 수행 중"

    이날 회담에서는 북한의 러시아 지원군 파병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 관련 문제도 주된 의제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오늘 있었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빈틈없는 연합 방위 태세와 확장억제 강화를 통해 북한의 어떤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고 단호히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쿠르스크 전선에서의 북한군 사상자 발생을 언급하며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략하며 영토를 재편성하려는 시도의 결과물이고, 모스크바와 평양 간의 협력 심화로 인한 위협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주고 있다"며 "미국은 이제 한국이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협력을 계속 확대해 대서양과 태평양 국가들이 국제 규범과 원칙을 수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계속해서 공동의 방어와 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취해왔다"며 "여기에는 며칠 뒤 열릴 한미 핵 협의 그룹(NCG)이 포함된다"고 답했다.

    "韓 민주주의 회복력에 깊은 신뢰 갖고 있어"

    양측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탄핵 정국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조 장관은 "계엄령 선포와 그 이후의 수습 과정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취약성과 또 강력한 복원력을 동시에 보여줬다는 점에서 양면성을 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 취약성에 확대경을 들이대고 보면 우리 민주주의 장래에 대해 불안한 생각을 가질 수 있겠지만, 국제사회는 오히려 복원력에 초점을 두고 우리의 미래를 평가하는 것 같고 저는 그것이 올바른 평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윤 대통령이 취한 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는 부분이 있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에 직접 전달했다"면서도 "이와 동시에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에 깊은 신뢰를 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다른 시스템의 차별점에 대해선 "어떤 도전이 있을 때 그것이 마치 없는 척하거나 숨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직면한다는 것"이라며 "국가들이 이에 헌법과 법치주의에 따라 대처할 때 이것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경우 이는 강점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이 다시 이런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블링컨 장관은 "지난주 무안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와 관련해 희생자들의 유가족, 생존자, 그리고 이 비극에 영향을 받은 모든 분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미국은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은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퇴임을 앞둔 블링컨 장관의 '고별식' 성격을 갖고 있다. 그는 한국에 이어 오는 9일까지의 일정으로 일본과 프랑스도 순방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