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반대 집회에 '모호한 스탠스' 국민의힘지지자 향한 尹 메시지에 與 "공식 입장 없다"내부에선 "인간적 도리 … 당도 野에 맞서야"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밤 관저 인근 탄핵 반대 집회 측에 전달안 친필 서명의 편지.ⓒ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밤 관저 인근 탄핵 반대 집회 측에 전달안 친필 서명의 편지.ⓒ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국민의힘이 지지자들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심야 편지'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당혹감을 드러낸 가운데 "감사함을 표한 인간적 도리"라며 윤 대통령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서는 전날 윤 대통령이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우선 그간 탄핵 반대 집회에도 모호한 입장을 취해온 국민의힘은 최대한 공식 입장을 자제한 채 "양 진영 간 물리적 충돌은 자제하는 게 맞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당의 공식적 입장을 낼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우리 사회가 극단적으로 양 진영이 갈려서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은 최대한 자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편지에 대해서는 보는 분마다 (해석하는) 뉘앙스가 다른 것 같다"며 "대통령 입장에서는 본인 때문에 벌어진 일에 지지자들이 추운 겨울 떨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운 표현일 수 있고, 뒤에는 지지자(를 향한) 호소도 있지만 하나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양극단으로 갈리는 상황에서 혹시 물리적 충돌로 빚어져서는 안 된다는 게 (당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새해 첫날인 전날 밤 대통령 탄핵·체포 반대 집회 측에 "끝까지 싸우겠다"는 내용을 포함, A4 한 장 분량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새해 첫날부터 추운 날씨에도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이 나와 수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실시간으로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나라 안팎의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가나 당이 주인이 아니라 국민 한 분 한 분이 주인인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며 "우리 더 힘을 냅시다"라고 밝혔다.

    일관되게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밤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관저 앞 집회를 방문, 지지자들에게 힘을 실었다.

    윤 의원은 집회 현장에서 "대통령과 대한민국을 지키는 이 모습에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며 "저 윤상현이 같이 하겠다는 말씀드린다. 오후에 또 나와서 같이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친한(친한동훈)계이자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진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혹세무민하고 대들 뒤에 숨어서 비겁한 행동과 말을 반복하는 것은 역사가 참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마지막까지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통령과 연결해서 많은 지지층이 생각하고 있기에 아마 대통령께서 지지층을 위한 메시지로 주셨다고 생각된다"면서도 "전체 국민으로 봤을 때는 충돌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동참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 원수로서 당당하게 임하면 좋겠다"라며 윤 대통령의 투쟁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안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이나 수사에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 현재 직무는 정지되어 있지만 국가 원수로서 정말 당당하게 임하면 좋겠다"며 "대통령께서 의연하게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면서 법리로서 싸우시면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태도"라고 말했다.

    또 당에서는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향해 감사의 뜻을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인간적 도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대통령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추운 겨울에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나온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인간의 도리 아닌가"라며 "여론 눈높이에 안 맞는다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을 답습하는 것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잘잘못은 따지되 아무거나 모든 것을 다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중진 의원은 "국민이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집권당이고 나라를 뒤집어엎으려는 민주당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