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불균형·심리전 열세 원인은 대북 우월감韓, '전략-능력 불균형'으로 대안 한계 드러내北 핵능력=韓 화력 6만배…전술핵 재배치 필요오물풍선, 韓 당국 차원 심리전 재개 명분"정부, 김정은 관저에 대북전단 풍선 살포해야"
  • ▲ 1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 1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지도 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올해 18차례에 걸쳐 '쓰레기 풍선 테러'를 감행하고 9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복합 도발(hybrid war) 빈도를 부쩍 늘린 데는 한국의 '대북 억제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시사한다.

    미국이 1991년 한반도에서 철수한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 '사실상 핵보유국'(de facto nuclear power)인 북한과의 '핵 균형'을 복원하고, 현재 민간단체들이 보내는 '대북 전단 풍선'을 당국 차원에서 평양 등지에 살포해 적극적인 '현상 타파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핵 불균형·심리전 열세의 원인은 '대북 우월감'

    13일 외교·안보가에 따르면, 한국이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자만심이 북핵 억제를 실패로 돌아가게 한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대북 우월감은 1980년대 말 공산권 붕괴와 해체, 1990년대 초 한국 정부의 북방정책 추진, 그리고 북한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 뿌리 내리게 됐다.

    통일부는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던 2000년 당시 발간한 '통일백서'에서 "북한 체제는 이미 실패했고 변화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2002년 통일백서에는 "북한의 체제 경쟁력은 더욱 약화돼 남북 체제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됐고, 북한이 비록 병력 면에서 다소 우위에 있으나, 질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한국이 충분한 억제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자만심은 2020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6.25 전쟁 70주년 기념 연설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의 GDP(국내 총생산)가 북한의 50배가 넘고, 무역액은 북한의 400배를 넘는다. 남북 간 체제 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대북 우월감, '우리 민족끼리'로 대표되는 감성적 민족주의에 기반한 방기, 핵 위협과 도발의 일상화에 따른 무감각은 한국 정부의 '현상 유지' 전략, 결정적 조치의 부재를 포장해 온 미국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와 맞물려 돌아갔다.

    ◆대안 한계 드러낸 '전략-능력의 불균형', 심리전 열세로도 나타나

    그 결과 대안의 한계를 드러내며 수단이 목적을 저해하는 '전략-능력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심리전에서까지 열세로 나타나고 있는 불균형에 따른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김포공항 인근의 한 공장에서 북한 쓰레기 풍선에 달려 있던 발열 타이머와 종이 잔해물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발견됐다. 해당 공장은 이 화재로 1억∼2억 원대 재산 피해를 봤다. 이 장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들이 경기 고양시 다세대주택과 파주 야산 등에서도 일어났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의 도발에 따른 국민의 안전은 외면한 채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근거 없는 '계엄 준비설'과 '친일 외교' 공세를 펼쳤다.
  • ▲ 최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일지. ⓒ연합뉴스
    ▲ 최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일지. ⓒ연합뉴스
    ◆대북 우월감 근거 있나 … 北 핵 능력=韓 재래식 화력의 6만 배

    야당의 안일한 인식과 달리, 국력의 총량을 따져보면 한국이 북한보다 우위에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 국내외 전문가들 추정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50~18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50기라고 가장 보수적으로 추정하더라도, 북한의 핵 능력은 한국군 화력의 약 6만 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34년간 육군에 복무하고 대령으로 전역한 최승우 서울안보포럼 북핵대응정책센터장(공학박사)은 "북한이 5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 기본 원자탄 20kt(킬로톤) 25기와 50kt 25기를 갖고 있다고 단순하게 가정하면, 북한 원자탄의 총량은 1750kt이 된다"며 "단순하게 기본 화력만 비교해도 한국은 북한의 5만8333분의 1에 해당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추산했다.

    이어 "북한이 보유한 핵 위력 1750kt은 TNT 175만t에 해당하는 야포 3억5000만 문이 일제히 사격하는 것과 같은 위력"이라며 "2022년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야포는 6000여 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한국의 경제력이 북한의 50배라고 해도, 군사력은 북한의 6만 분의 1 수준이라는 뜻이다. 최근 한국군이 개발한 현무4의 TNT 위력은 2t으로 기본 원자탄(20kt)의 1만 분의 1에 해당한다.

    게다가 북한은 한국이 갖지 못한 '우라늄 농축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우라늄 농축시설은 원심분리기에 우라늄을 넣고 고속으로 회전시켜 고농축 우라늄(HEU)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HEU는 핵탄두 원료로 쓰인다. 13일 북한 대외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 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해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 ▲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공장 화재 현장에서 지난 9일 발견된 북한 오물풍선 타이머 추정 물체. 해당 공장에서는 지난 5일 오전 3시 20분께 불이 나 1시간 17분 만에 꺼졌다. ⓒ연합뉴스
    ▲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공장 화재 현장에서 지난 9일 발견된 북한 오물풍선 타이머 추정 물체. 해당 공장에서는 지난 5일 오전 3시 20분께 불이 나 1시간 17분 만에 꺼졌다. ⓒ연합뉴스
    ◆가장 현실적인 핵 균형 달성 방안은 '美 전술핵 재배치'

    북한과의 핵 불균형을 타파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와 전술핵을 한국 내에 배치하지 않고 공유(괌·호주 등에 배치)하는 방법, 그리고 한국이 미국과 단독으로 핵 공유 협정을 맺는 방법 등이 손꼽힌다.

    최 센터장은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북핵 위협 해결에 있어 미국의 부담을 경감한다"며 "한국은 주도적으로 북한에 적합한 맞춤형 비핵화 과정을 추진할 수 있다. 따라서 비핵화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비핵화 후 한국과 동맹의 국익에 부합하도록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쿼드(미국·호주·인도·일본)를 확대한 '쿼드 플러스' 내에서 전술핵을 괌 또는 호주 등에 배치하는 방안과 관련해선 "한미는 전술핵 공유협정을 맺고, 전쟁 발발 시 괌에 있는 핵탄두를 한국군이 인수하고, 한국 공군의 전투기에 장착한 뒤 정해진 곳에 투하하는 방식"이라며 "이를 위해 한국 공군은 주기적으로 괌에 전개해 미군과 B-61 계열의 모의 핵탄두를 이용해 인수인계와 장착, 발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 시 북한의 핵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최 센터장은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다"며 "북한이 미국 군사력에 대해 그것이 괌에 있으면 타격 대상이 안 되고, 한국에 있으면 타격 대상이 된다는 논리는 본질을 외면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한국이 미국과 단독으로 핵 공유 협정을 맺는 방법은 전술핵 재배치와 비교해 한국 정부의 대북 주도권을 높이고, 북한 비핵화 프레임을 '당사자(한미 vs 북) 프레임'으로 전환하기에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 ▲ 국방부가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방송을 재개한 지난 7월 21일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 고정형 대북확성기로 추정되는 구조물이 설치돼 있는 모습. ⓒ뉴시스
    ▲ 국방부가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방송을 재개한 지난 7월 21일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 고정형 대북확성기로 추정되는 구조물이 설치돼 있는 모습. ⓒ뉴시스
    ◆北 '오물풍선 테러', 韓 당국 차원 '심리전 재개' 명분 충분

    전문가들은 북한의 복합 도발에 대응하려면 핵 균형 달성뿐 아니라 당국 차원의 적극적인 '심리전'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익명의 한 대북 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북 전단 풍선'을 띄우는 등 당국 차원의 심리전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할 때"라며 "김정은의 관저로 알려진 평양 '관저 15호'와 심각한 수해가 발생한 평안북도, 자강도 등에 대대적으로 대북 전단을 살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센터장도 '포위전·분리전·심리전'으로 이뤄지는 '3전1탁'(3戰1啄) 전략을 제시했다.

    첫 단계인 포위전은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을 통해 북·중·러라는 북방 삼각관계를 깨뜨림으로써 상당히 진전된 상태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고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복원했지만, 각자의 실익에 따라 언제든지 동맹 관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두 번째 단계인 분리전에 대해 최 센터장은 "구체적으로는 김정은과 북한 주민, 보위부, 일반 경찰, 핵심 당원 등을 분리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분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심리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조선 왕정 시대에서 바로 인민민주주의로 넘어갔기에 봉기나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작다"며 "병아리가 부화할 때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함께 쫀다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고사성어가 있듯이, 달걀이 부화하려면 밖에서 쪼아줘야 하는데 그 쪼아주는 시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최 센터장은 또 "안에서 충분히 부화 준비가 안 됐는데 밖에서 달걀을 미리 쪼면 병아리가 죽는다"며 "반대로 안에서 충분히 준비됐는데도 밖에서 쪼아주지 않으면 병아리는 안에서 죽는다. 북한 체제의 내구력을 훼손하는 요소를 활용함으로써 그러한 시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북한의 쓰레기 풍선 도발은 우리가 대북 심리전을 정당하게 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