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확정 후 첫 토론…초박빙 대결 속 마지막 가능성90분간 경제-이민-생식권-외교 등 정책서 치열한 공방 예상트럼프, 대선 토론 7회차…현 정부 실정 속 책임론 부각 전망'첫 생방송 무대' 해리스, 자질 검증 기회…'막말 통제'가 관건
  • ▲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좌)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좌)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미국 대권 주자인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간 첫 대선후보 TV토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두 후보가 여러 여론조사에서 초박빙 구도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대선 결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는 10일 오후 9시(현지시각, 한국시각 11일 오전 10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 헌법센터에서 열리는 ABC뉴스 주관 대선 토론에서 90분 동안 맞붙는다.

    이번 TV토론은 6월 '바이든-트럼프' 때 두 후보간 합의된 토론규칙 틀을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모두발언 없이 진행자 질문에 두 후보가 2분씩 답변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후보자들은 서로에게 직접 질문을 할 수 없으며 질문 권한은 진행자에게만 부여된다.

    두 후보는 연단 뒤에 종이와 펜, 물 한 병만 갖고 서서 '백병전식'으로 토론을 벌이게 된다. 2분간의 마무리 발언은 동전 던지기 결과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 순으로 진행된다.

    이들이 토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미국 대선 TV토론은 6월에도 열렸지만, 당시에는 민주당 주자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두 후보가 대규모 행사가 아닌 곳에서 대면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공간에 머무른 것은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의원이던 시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회 국정 연설에 참여한 정도다. 해리스 부통령 취임식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참했다.

    선거일을 8주(56일) 남기고 열리는 이번 토론은 오차범위 내 초박빙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경합주 박빙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일부 경합주 유권자들이 표심을 달리한다면 최종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측이 추가 토론을 합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사실상 이번 토론이 두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최선의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알릴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6월 첫 TV토론에서 자멸한 이후 한 달 만에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할 수밖에 없었던 만큼 여기서 패하면 다시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후보는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을 설득하기 위해 △경제 △이민 △생식권 △범죄 △외교 정책 등을 두고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일 전망이다.

    경제와 물가는 유권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현안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맹공격이 예상된다. 그는 고물가를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에너지 확대 정책 등의 탓으로 돌리면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더 채굴해 에너지 비용을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중산층의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각종 경제 공약을 제시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자와 자기 자신만을 챙긴다고 비판했다.

    불법 이민 문제도 해리스 부통령이 수세적일 수밖에 없는 분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간 국경 장벽을 완성하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입국자 추방을 단행하겠다고 공약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국경 강화 법안을 공화당이 거부했다고 맞받아치면서 대통령이 되면 불법 입국을 차단하고 합법적인 이민을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언론은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이 몸담은 바이든 행정부의 성과를 평가하면서도 인기 없는 정책과는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관측했다.
  • ▲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좌)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240724 ⓒ뉴시스
    ▲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좌)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240724 ⓒ뉴시스
    ◇'첫 생방송' 해리스 vs '대선 토론만 7회' 트럼프
    해리스 부통령은 출산과 관련해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의미하는 '생식권'을 주요 공략 포인트로 삼을 전망이다. 그는 보수층이 반대하는 낙태와 체외인공수정(IVF)을 자유의 문제로 접근해 공화당이 여성의 권리를 억압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권을 폐기한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3명을 자기가 재임 기간 임명했다고 자랑했지만, 최근에는 기존 보수층과 여성 유권자를 동시에 잡으려고 보다 온건한 입장을 취했다가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조지아주의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여파로 총기 규제에 대한 질문도 토론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총기 난사 직후 공격용 무기 금지와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강화 등 규제 강화 기조를 재확인했지만, 총기 규제에 반대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용의자를 "미친 괴물"이라고 비난하는 등 총기 문제가 아닌 개인을 탓했다.

    두 후보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 등으로 불안해진 국제 정세에 대한 대응에서도 대척점에 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안보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약한 지도자'로 프레임을 씌우려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계를 이끌어갈 미국의 의무와 동맹을 외면하고 러시아, 북한 등의 독재자와 친하게 지낸다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사실상 처음으로 생방송으로 질문에 답변하는 무대에 오른다. 그는 7월 대선 주자가 된 이후 생방송 인터뷰나 기자회견은 한 차례도 하지 않아 반대 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에 이번 토론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자질을 유권자들에게 확인받는 자리가 된 셈이다.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상승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더 많은 비판이 예상된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이나 막말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해리스 부통령의 자질을 직접 깎아내릴 기회다.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에 논의를 집중하는 한편, 캘리포니아 검사 시절 기록을 가져와 범죄 대응력이 약하다고 공격하고, 좌편향된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유권자들에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6년과 2020년 대선을 거치면서 5차례, 6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토론 등 이미 총 6차례의 대선 토론 경험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