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혁 "대통령에게 '괜찮을 것' 보고 당사자"나경원 "신뢰 깨져 … 책임 부처장들 물러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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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국민의힘에서 보건복지부 장·차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이 의료 대란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이다.5일 국민의힘에서는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응급의료 체계 붕괴 우려가 이어지면서 정부의 책임론이 잇따라 제기됐다.친한(친한동훈)계로 꼽히는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시작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박 차관을 겨냥했다.이어 "대통령에게 모든 게 괜찮을 것이라고 보고한 데 대해, 국민을 이토록 불안하게 만든 데 대해, 정책을 수시로 바꿔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트린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당사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촉구했다.또 정부의 2000명 증원에 대해서도 이미 정당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김 최고위원은 "해마다 2000명씩 의사를 늘리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신뢰를 상실해 버렸다"며 "애초에 왜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집해 혼란을 자초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무책임한 발언이 난무한 것도 뼈아픈 실책"이라고 지적했다.의사 출신인 인요한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전공의들의 복귀를 요구하면서도 차제에 건강보험 등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인 최고위원은 "40년간 (건강보험) 개혁이 없었는데 같이 개혁해서 합리적으로 만들고 잘못된 것은 고치고 보다 큰 그림을 같이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당 중진인 나경원 의원도 "이미 (의정)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할 신뢰 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며 "책임부처의 장들은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책을 실행하는 데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 책임 있는 부처의 장(長)"이라며 "그런데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기보다 순간순간 잘못된 발언 등으로 갈등을 증폭시킨 부분도 상당히 있다"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이제는 (정부가) 새 판을 짜줘서 새로운 협상 판으로 이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다만, 여당에서조차 정부 책임론과 장·차관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만큼, 당정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 일부는 이런 사퇴 요구에 '완급 조절'을 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장·차관 사퇴를 압박하는 당내 움직임에 대해 "이 자리에서 언급할 사항이 아닌 것 같다"라며 말을 아꼈다.한편,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당초 응급의료 체계가 비상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그러나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윤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는 전날 현장의 어려움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 조정을 시사하기도 했다.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경기도 의정부 성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본 뒤 "정부의 수가 책정이나 정책이 현장의 어려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응급실 근무는 업무 강도와 사고 위험이 높은데 보상이 공정하지 못했던 점을 공감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