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유출에도 우리나라는 처벌 못해""21대 국회서 野 제동에 개정안 무산"
  •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해외 정보요원의 신상과 개인정보 등 기밀이 외부로 유출된 사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간첩죄의 사각지대를 지적하며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 국적 동포 등이 대한민국 정보요원 기밀 파일을 유출했다.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지만 황당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간첩죄로 처벌을 못 한다"며 "우리 간첩법은 '적국'인 북한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일이 중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다면 당연히 간첩죄나 그 이상의 죄로 중형에 처해진다"며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 누가, 왜 막았냐"고 날을 세웠다.

    한 대표는 "지난 21대 국회 들어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4건이나 발의됐는데, 그중 3건이 더불어민주당이 냈다"며 "그런데 정작 법안 심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제동을 걸어 무산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격변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외국과 적국은 가변적이고 상대적인 구분일 뿐"이라며 "이번에는 꼭 간첩법을 개정해 우리 국민과 국익을 지키는 최소한의 법적 안전망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현행 형법 98조 1항에 따르면 '적국을 위해 간첩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적국은 북한뿐인 만큼, 북한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국가기밀을 넘겨도 현행법으로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비밀경찰서의 국내 거점 의혹을 받아 온 서울 중식당 운영자는 간첩죄가 아닌 식품위생법 위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만 적용됐다. 해당 식당이 실제로 중국 비밀경찰서인지에 대해 수사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법조문 상의 '적국'을 '외국'으로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해당 내용이 담긴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난 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는 간첩법 개정 내용이 담긴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여러 차례 논의했다. 법무부도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법안 통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해 9월 12일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관련 기술 유출의 경우 산업기술보호법 등으로 이미 보호받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다른 법과의 관계나 이런 것들 좀 같이 고민을 해 줘야 될 필요가 있다"고 소극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같은 해 6월 28일 진행된 법안심사소위에서도 민주당은 신중론을 펼쳤다. 당시 민주당 소속 박용진 의원은 "간첩으로 규율하면 다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다 간첩으로 몰아서 세게 규율하는 것만으로는 이것을 바라보는 게 너무 단순 사고의 접근 방식이 아닌가"라며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