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햇볕정책, 국정원에 혼란… 대북공작 못해""노무현 정권, '일심회' 간첩수사 사건 중단"文 정부,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文 정부의 기무사 해체→정보유출 감시 실패""근본 원인은 국정원 대공보안정보 기능 박탈"
  • ▲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6월, 국가정보원에서 박지원 국정원장 등 참석자들과 원훈석을 제막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6월, 국가정보원에서 박지원 국정원장 등 참석자들과 원훈석을 제막하고 있다. ⓒ뉴시스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외국에서 외교관 등의 신분으로 활동하는 '화이트 요원'은 물론,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블랙요원' 등의 정보를 다수 유출해 한국의 대북 '휴민트'(인간정보·HUMINT)가 사실상 붕괴됐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등에서 안보 업무를 담당한 전문가들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등으로 이어진 좌파 정부가 국정원과 방첩사령부 등 국가정보기관의 시스템을 약화한 것이 이번 사건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정보사 기밀 유출부터 '지한파 학자' 수미 테리 기소까지

    최근 국군 방첩사는 해당 군무원이 보안을 필요로 하는 기밀 5~6건을 조선족에게 파일 형태로 유출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군검찰은 29일 해당 군무원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 해당 군무원은 1급 기밀에 해당하는 첩보요원들의 신상 정보를 자신의 개인 노트북에 저장한 뒤 군 인트라넷이 아닌 인터넷에 연결해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애초 해당 군무원은 개인 노트북에 저장이 금지된 기밀정보를 대량으로 저장하고 북한에 의한 '해킹'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사 내부자에 의한 기밀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보사 공작팀장 출신 황모 씨와 홍모 씨는 외국에 파견된 첩보요원들의 명단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5년에 걸쳐 외국 정보기관 두 곳에 팔아넘겼다. 당시 범행 시작 후 5년이 지난 후에야 정보사가 사실을 파악해 조사에 나섰다는 점이 논란으로 확산했다.

    최근에는 '지한파 학자'인 수미 테리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미국 법무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대리한 혐의로 미국 연방 검찰 의해 기소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2021년 당시 국정원 '화이트 요원'들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종전선언을 현실화하고자 테리 연구원에게 명품백 등을 사줬는데, 이러한 모습이 고스란히 사진 등으로 포착돼 '엉성한 휴민트'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 ▲ 노벨평화상 수상자회의를 하루 앞둔 2006년 6월 15일 저녁 전남 담양 관광호텔에서 열린 환영 리셉션에 참석한 미하일 고르바쵸프 옛 소련 대통령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광주시청 제공, 뉴시스 사진
    ▲ 노벨평화상 수상자회의를 하루 앞둔 2006년 6월 15일 저녁 전남 담양 관광호텔에서 열린 환영 리셉션에 참석한 미하일 고르바쵸프 옛 소련 대통령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광주시청 제공, 뉴시스 사진
    ◆"DJ의 햇볕정책, 국정원에 혼란 초래 … 대북 공작 업무 거의 못해"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태의 뿌리를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서 찾았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올해 3월 출간한 저서 '좌파 정권은 왜 국정원을 무력화시켰을까'에서 "김대중 정부의 대북 정책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햇볕정책은 국정원 직원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한 혼란을 초래했다.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이고 집중해야 할 정보 목표가 하루아침에 협력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자연스럽게 그간의 노력이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햇볕정책 노선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정보 프로젝트와 그간의 노력은 폐기되거나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 직원 간 지역적 갈등이 심화하기도 했다. 특정 지역 출신들이 그간 상대적으로 인사 불이익을 받아 왔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정원 내부에도 지역 갈등의 병폐가 스며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정원 전 고위 간부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김대중 정부 때부터 망가졌다"며 "대북 공작 업무를 거의 못 하게 했고, 대북 심리전을 담당하던 부서를 반으로 축소해 버렸다. 다시 말해 북한을 자극하는 활동을 못 하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3월 1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신임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국정홍보원 제공/뉴시스 사진
    ▲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3월 1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신임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국정홍보원 제공/뉴시스 사진
    ◆"노무현 정권, '일심회' 간첩 수사 중단시켜"

    이 전 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독재 시대의 유물'이라고 했다. 국정원 간첩 수사의 법적 근거를 폄훼한 것"이라며 "실제로 노무현 정권은 진행 중인 간첩 수사를 중단시켰다. 당시 진행 중이던 '일심회' 간첩 수사는 정권의 압력에 의해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이 전 원장의 저서에 따르면, '일심회'라는 명칭의 간첩단은 미국 교포 마이클 장이 조직한 간첩단 조직으로, 김정일을 한마음으로 모신다는 의미의 일심회라는 명칭을 가졌고, 조직원 5명 모두 유죄 판결로 복역했다.

    이 전 원장은 "당시 수사를 지휘한 국정원 수사국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불려 갔다. 수사국장이 직접 민정수석실로 불려 가는 것은 이례적이다. 경찰 출신인 이상업 당시 차장이 수사국장에게 민정수석실에 가야 한다고 종용했기 때문"이라며 "민정수석은 수사국장에게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수사국장이 '조사를 중단할 수 없다'고 뚝심 있게 대답하자 민정수석은 '국장을 더 할 의사가 없는 생각인 모양이네'라고 말하고 면담은 종료됐다. 이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승규 원장이 사표를 냈고, 김 원장은 퇴임하면서 일심회 사건의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다고 언론에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김만복 원장이 후임으로 원장직을 맡았고, 수사국은 추가 수사 계획을 김 원장에게 보고했으나 추가 수사는 실행되지 못했다. 수사국장은 경질됐고, 일심회 사건 수사는 중단됐다. 추가 수사를 피한 대상자들은 후에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다"며 "정부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간첩 수사를 막은 사례는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간첩 수사를 막는 것은 국가 반역 행위에 해당한다. 좌파 정권이 얼마나 위험한 정권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 ▲ 2015년 8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문재인 당시 대표와 박지원 당시 한반도평화안보특별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뉴시스
    ▲ 2015년 8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문재인 당시 대표와 박지원 당시 한반도평화안보특별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뉴시스
    ◆文 정부, 국정원 대공 수사권 박탈·국내 정보 분야 폐지 … "전대미문 위기"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박탈하고 국내 정보(IO) 분야를 폐지했으며, 정보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직업 정치인인 박지원을 원장으로 임명했다. 국정원 원훈석에 국내 최대 간첩 사건인 통일혁명당 사건의 연루자인 신영복의 필체로 정보기관의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라는 문 전 대통령 연설 일부를 새겨넣은 것은 문재인 정권의 국정원 무력화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을 전대미문의 치명적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 위기는 국정원 역사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국정원의 존재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존재론적 위기였다"며 "북한으로부터의 위기를 그저 수수방관하도록 함으로써 정보기관으로서의 정체성과 정보 업무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 직업정신을 본질적으로 훼손한 치명적 위기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원은 정보기관다운 야성을 잃었다.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 아래 351명의 전·현직 직원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며 "이 통계 숫자 외에도 100여 명이 훨씬 넘는 직원들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 총 500명의 가까운 직원들이 검찰 조사의 고초를 겪었다. 특히 국정원 직원들은 자신들의 지휘관인 원장을 비롯해 수많은 동료가 사법 처리되는 과정을 목격하면서 일 처리의 적극성을 잃었고, 무사안일의 관료적 사고가 지배하게 됐다. 그렇게 국정원은 병들고 망가졌다. 이를 치유하고 온전한 모습을 되찾는 데는 긴 세월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전직 국정원 간부도 "문재인 정부는 대북첩보 수집 역량을 약화해 국정원을 무력화하고자 했다. 그래서 국가기밀 유출을 막는 방안을 찾지 않고 오히려 조장했다고 볼 수 있다. 정보사든 국정원이든 국가 기밀이 유출되지 않으려면 자체 감찰을 굉장히 강화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자체 감찰'을 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 ▲ 2018년 8월 31일 오후 경기 과천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정문에 창설을 앞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마크가 설치돼있다. 27년간 국군의 방첩 업무를 담당한 국군 기무사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해체됐고, 9월 1일 군의 새로운 보안·방첩 업무를 책임질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창설됐다. ⓒ뉴시스
    ▲ 2018년 8월 31일 오후 경기 과천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정문에 창설을 앞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마크가 설치돼있다. 27년간 국군의 방첩 업무를 담당한 국군 기무사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해체됐고, 9월 1일 군의 새로운 보안·방첩 업무를 책임질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창설됐다. ⓒ뉴시스
    ◆"文 정부의 '기무사 해체'로 내부자에 의한 정보 유출 감시 실패"

    경찰청 공안문제연구소 연구관을 지낸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외부의 침입에 의한 것이 아닌, 내부자에 의한 정보 유출인 것으로 보인다. 외부자가 침입해 정보를 빼가는 것도 매우 중대한 문제지만, 내부자가 의도를 갖고 밖으로 유출한다는 것은 국가정보기관의 기본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유출된 정보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정보사 블랙망 또는 화이트망의 요원들 명단이 유출됐다면 우리 국가안보 정보의 손과 발, 눈과 귀를 다 잘라낸 것"이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정보사는 국가안보 정보를 수집하는 부서다. 구축하는 데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안보 정보의 기반이 무너지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우리가 도둑의 외부 침입을 막는 데 치중하다 보니까 내부자에 의한 정보 유출을 관리하고 감시, 감독할 수 있는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 기밀을 개인 노트북에 저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런 사건도 적발하지 못한 것을 보면 내부자에 의한 정보 유출을 탐지하고 차단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도 작동되지도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이 '쿠데타 문건'으로 침소봉대돼 기무사가 해체된 사건을 방첩사 무력화의 큰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정보사 안에 방첩사에서 파견 나온 방첩부대가 있다. 전에는 중령급이 나와서 정보사 내 방첩부대장을 맡아 여러 기능을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기무사를 해체하면서 계엄 대비 문건을 작성했던 방첩사가 폭탄을 맞았다. 간첩 잡는 방첩사가 하루아침에 적폐가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기무사 인력을 1400여 명 줄이면서 방첩 인력 대다수를 방출했다. 군 정보를 빼내는 자들을 체계적으로 감시할 방첩 노하우를 가진 요원들이 문재인 정부 때 다 방출돼 복귀되지 않았다. 1400명 빠져나갔으면 최소한도 절반 정도라도 복구시켜야 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도 200명 정도밖에 복구시키지 못한 것 같다. 방첩사가 무력화되면서 이런 사건을 사전에 탐지하지도 못하고 뒤늦게 알게 된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 지난 2021년 6월 4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원훈석을 제막을 마친 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게 개정된 국정원법을 새긴 동판을 증정받고 있다. ⓒ뉴시스
    ▲ 지난 2021년 6월 4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원훈석을 제막을 마친 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게 개정된 국정원법을 새긴 동판을 증정받고 있다. ⓒ뉴시스
    ◆"근본 원인은 민주당 추진 '국정원 대공보안정보 기능 박탈'"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을 지낸 황윤덕 양지회 부회장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정보사에서 이와 같은 사달이 난 것의 근본적인 요인은 국정원의 대공보안정보 기능의 박탈에 있다는 점"이라며 "민주당은 다수의 폭주 입법으로 2020년 12월에 국정원의 '대공 보안정보' 기능을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이제는 국정원의 대공보안정보 기능을 부활시켜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안전, 자유, 행복은 국가가 먼저 안전하게 보장을 받을 때만이 가능하다. 제발 국정원의 대공보안정보 기능과 대공 수사권을 회복시켜 주길 다수당 민주당에 바란다. 그래야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입법적으로 책임진 국민의 대의기관일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국가의 안전보장 체제를 훼파했으니 이젠 정상화에 앞장서거나 정상화에 호응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는다면 역사는 반드시 그러한 민주당을 국민을 통해 심판할 것이다. 이젠 국민이 들고일어나야 한다. 국민은 정부, 군대와 함께 국가안전보장의 3대 축이다. 민·관·군의 총체적인 안보론이 이래서 대두된다. 나라와 국민이 안전한 국가가 되는데 국민 스스로 안보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