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이념 재정립 강조 … 이승만 정신 조명"元·韓 갈등 본질 대권 놀음, 위험수위 도달""국민·당원 신뢰 얻은 사람이 당 대표 돼야"
  • ▲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5일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5일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은 당명 변경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무엇이 우리의 장점이고, 우리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당원들에게 확신이 들게 해야 한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강조한 말이다. 그는 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수정당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국민의힘이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에 비롯됐다.

    나 후보는 "선거 때만 되면 무조건 새것이 좋다고 여러 사람을 영입하지만, 정작 정체성에 대한 부분은 검증됐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개혁의 출발점은 우리 당의 가치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총선에서 이재명 전 대표가 총력 지원에 나섰던 민주당 류삼영 후보를 꺾고 4년간의 야인 생활을 접고 제22대 국회에 재입성했다. 여의도로 돌아온 나 후보는 줄곧 여야의 원 구성 협상 과정 등을 지켜보며 힘없는 여당의 한계를 절감했다.

    정국과 관련한 고민도 털어놨다. 고민의 끝은 "국민의힘이 원내 투쟁과 장외 투쟁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였다. 나 후보가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에서 의원직을 보유한 '원내 당대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유다.
  • ▲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5일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5일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다음은 나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당 대표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당이 위기가 아니라면 절대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22년 간 당이 위기일 때 한 번도 뒤로 숨지 않았다. 2018년 지방선거 65번, 2022년 대선 88번의 지원 유세, 탄핵 후에는 원내대표로 당을 이끌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우리는 절대 다음 대선에서 재집권할 수 없다. 보수가 재집권 못하면 최소한의 균형마저 사라져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폭주를 막을 수 없게 된다.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는 망가질 것이다. 이러한 위기 의식 속에서 출마했다."

    -당 대표가 된다면 어떤 정책을 1순위로 추진할 계획인가.
    "무기력을 깨고 강인한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 역량과 기여도에 따라 정확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정말 당을 위해 헌신하는 인재가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저는 여야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한다. 국민과 당원이 공천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 당에 오래 기여한 분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줘 당원 존중 정당을 만들 것이다."

    -후보가 생각하는 보수의 정체성은?
    "우리 당은 길을 못 찾고 '이것 따라가야 되나 저기 따라가야 되나?'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정당은 가치를 갖고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당명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 정당 이름에 보수인지 진보인지 모르게 이상한 이름을 짓는 당이 어디 있나. 영어로 하면 '피플 파워 파티'(People Power Party·PPP)라고 해서 진보당처럼 보인다. 당에서 '중도확장', '청년확장', '수도권확장'을 얘기하는데 무엇이 우리의 장점이고,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분명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확신이 당원들조차 불분명하다고 말한다.

    선거 때만 되면 무조건 새것이 좋다고 여러 사람을 영입하지만 정작 정체성에 대한 부분은 검증됐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저는 강한 정당, 개혁의 출발점은 우리 당의 가치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보수정당에는 역사성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에는 진보 인사들이 총출동하고, 우리 당의 지도부도 참석한다. 그분들(진보정당 인사)이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일에 대통령 묘지에 가는 걸 봤나.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저는 이승만 대통령을 세워준 일을 윤석열 대통령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가치관이 분명해야 우리 당이 자랑스럽고, 그래야 나라를 살릴 수 있다. 우리는 훌륭한 정당이다. 정작 당은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고, 어떻게 하면 '진보 흉내내기'를 누가 잘하느냐 이런 경쟁을 한다.

    우리 당에 '패션 우파'들이 없어야 한다. 우리 당의 구조가 패션 우파를 양산했다. 고생하고 상처 난 사람들은 다 평가해 주지 않는다. 선거 때만 되면 새 인사들을 영입하는데 그러니 자꾸 약한 당이 됐다. 우리 정당의 신념에 대해 무장하고 중도층이 원하는 '집값 안정화'와 '민생 해결', '물가 안정'을 보수의 방법으로 해야 한다. 수입을 다변화해야 되고 농업 정책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서 농업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돈 얼마 더 줄래' 하고 경쟁하고 있으니 안 된다. 보수 개혁의 출발과 끝은 정당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배신의 정치' 논란으로 원 후보와 한 후보 사이 갈등이 격화됐다.
    "원‧한 갈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 두 후보가 자신의 다음 대권을 위한 줄세우기로, 현직 의원들까지 동원하며 세게 부딪히고 있다. 두 후보 갈등의 본질은 '대권 놀음'이다. 둘 중 하나가 당 대표가 되면 당이 깨질 수밖에 없는 위험 수위까지 다다랐다."

    -당 대표 역할 시험대로 당정관계 수립이 꼽힌다.
    "한 명(원희룡 후보)은 대통령을 업은 대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야말로 '업윤'이다. 대통령의 조직,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다른 한 쪽(한동훈 후보)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 쪽은 (윤 대통령과) 파탄이 났다고 보고, 이 쪽은 대통령에게 엄청 빚을 지는 것 아닌가. 독립적인 정치인이 아니라 대통령의 빚을 지고 정치를 하는 것이다. 그런 빚진 사람이 대통령한테 말을 잘하겠나, 대통령과 관계가 파탄 난 사람이 직언하겠나. 결국 국민의 신뢰를 얻고 당원의 신뢰를 얻은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다."

    -급랭정국 속 대야관계 해법은.
    "108석이 적은 의석같이 보여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의석이다. 무기력증과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2019년 탄핵 후 당이 가장 힘들었을 때 '문재인 김정은 수석대변인' 원내대표 교섭단체 연설로 무기력한 당을 깨웠고, 장외투쟁을 이끌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를 이끌었다. 나는 당의 험지인 수도권에서 여러 방법을 활용해 이재명 전 대표를 상대로 한강벨트를 사수했다. 이번 당 대표는 원내투쟁, 장외투쟁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후보가 돼야 한다."

    -'핵무장론'을 제시했다. 이를 실현할 묘수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동, 우크라이나 전쟁, 최근의 북러조약 등으로 국제정세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안보이익이 충돌하면,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레토릭'을 영원히 반복할 수는 없다. 최근에는 미국도 달라진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도 얼마 전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언급했고, 트럼프 재선 시 국방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밀러 전 국방장관 대행도 인터뷰를 통해 '전술핵무기 재배치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열린 발언을 한 바 있다. 특히 국방예산 감소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되면 미국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지율 흐름을 보면 대체로 3위권으로 나오는데 이를 어떻게 진단하나?
    "전당대회는 이제 시작됐다. 기존 열리는 전당대회보다 기간이 한 달 정도 짧아진 만큼 더 예측하기 어렵고 막판 변수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후보들의 생각과 정치적 소신과 비전을 발표하는 합동연설회와 방송토론회 후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본인만의 필승 전략은.
    "원내 투쟁을 이끌어본 유일한 후보라는 점이다. 우리 당이 탄핵 후 가장 어려웠을 때, 문재인 정권인 2019년 당시 원내대표를 맡아 환경부 장관 블랙리스트 사건을 세상에 알렸고,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의 목포 땅 투기 관련 사건의 고소·고발을 이끌어냈다. 원내와 장외 투쟁을 이끌며 조국 전 장관의 사퇴를 이끌어 낸 경험도 있다. 이번 당 대표,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데 이겨본 후보, 이기는 방법을 아는 후보,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