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중국 국빈 방문 당시 거래 못 하고 돌아와중국, 자국 내 가스보다 낮은 가격과 적은 공급량 요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中, 양국 관계서 유리한 고지 점해"크렘린궁 "협상의 상업적 내용 비공개…합의 도달 의심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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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달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 중 서명한 문서를 교환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240516.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중국 국빈 방문 기간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은 가격을 낮춰 달라는 중국의 요구 탓이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FT는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 중국이 가스 공급량과 단가에 대해 러시아 입장에서 무리한 수준의 요구를 했기 때문에 계약이 불발됐다고 전했다.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막대한 보조금 지급에 기반한 러시아 국내 소비가격 수준에 근접한 싼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해 달라고 요구했다.또한 '시베리아의 힘-2'의 계획된 연간 수송용량 500억㎥ 가운데 일부분만 구매하겠다고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중국은 2019년 완공된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고 있으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시베리아의 힘-2도 추가로 계약할 것으로 예상됐다.이처럼 중국 정부가 시베리아의 힘-2 관련 협상에서 보인 강경한 태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얼마나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됐는지를 보여준다고 FT는 짚었다.독일 싱크탱크 카네기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소장은 이번 계약 불발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양국 관계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가부예프 소장은 "중국은 대만이나 남중국해의 해상 분쟁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전한 공급원으로 러시아의 가스가 전략적으로는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그것이 가치가 있으려면 매우 싼 가격과 유연한 공급량이 필수"라고 설명했다.이어 "중국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는다"며 "가스전이 이미 개발돼 있기에 송유관은 빠르게 이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러시아는 이 가스를 시장에 내놓을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덧붙였다.그는 러시아로서는 가스 수출을 위한 대체 육로가 없는 만큼 중국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국내 시장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유럽에 비싼 가격으로 가스를 판매해왔다.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 국가들이 거래를 끊자 지난해 약 69억달러(9조5500억 원) 규모의 막대한 손실을 봤다. 가스프롬은 한때 서유럽에 판매하던 서부 가스전을 중국 시장과 연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가스프롬의 유럽 수출량은 우크라이나전 이전에는 10년간 연평균 230bcm(1bcm=10억㎥) 규모였지만 지난해 22bcm까지 감소했으며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중국과의 계약도 체결하지 못하면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FT는 또 푸틴 대통령이 방중 기간 요구했던 중국 은행과의 협력 제안도 예상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밖에 얻어내지 못했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가까운 시일 내에 합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계약 성사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고 덧붙였다.이러한 보도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러중 정상회담에서 에너지 공급 분야 협력은 실제로 의제에 있었다"며 "양국은 에너지 대화를 지속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그는 "정상회담에서 협상의 상업적 측면은 비공개"라며 "각 측이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라며 중국 측에서 '모종의 요구'가 있었음을 시사했다.이어 "양국 정상의 정치적 의지가 있기 때문에 상업 문제에 대한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는 필요한 모든 합의에 도달하리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