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역풍'에 신음하는 PK 野 후보들 … "이재명 안 오는 게 도움" [정치野담]

더불어민주당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출마자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 논란, 선거구획정 문제, 진보당과 연대 등에서 민주당의 태도를 두고 지역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출마자들 사이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부산 방문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부산에서 공천을 받은 한 민주당의 원외 인사는 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부산을 홀대한다는 이야기를 거리에서 만나는 주민들에게 끝없이 듣는다"면서 "이 대표가 피습 당시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갔던 이야기를 물어보는 사람이 가장 많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했다가 괴한에 피습을 당했다. 이후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았다. 부산대병원 측에서 응급 수술을 권했지만 이 대표는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지역의료 무시' 논란이 일었다.

이 뿐만 아니라 부산 지역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가 여럿 감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이 선거구 획정을 두고 국민의힘과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산 국회의원 의석을 1석 줄이고, 전북에 1석을 유지해야 한다는 협상안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비례 의석을 1석 줄이는 것으로 여야가 합의해 부산과 전북 의석이 모두 유지됐지만, 부산시민들에게는 민주당이 호남을 더욱 챙긴다는 인상을 줬다.

또 다른 민주당 소속 부산지역 출마자는 "이번에 민주당이 호남을 챙기는 인상을 줬던 것은 사실"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민주당에 섭섭하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과 연대를 하는 것에도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울산 북구에서 민주당이 현역 의원 이상헌 의원을 제치고 진보당에 지역구를 양보했다. 민주당이 모든 지역에서 진보당과 단일화를 하기로 했다는 사실까지 주민들 입방아에 오르면서 지역 후보자들이 난감해 하고 있다. 

울산지역에 출마하는 한 민주당 인사는 "이 지역은 아무래도 진보당세가 부산보다 조금 강한 편"이라며 "그런데 그런 것들을 중간에서 지켜보는 주민들은 진보당과 연대에 긍정적이지 않다. 당원들 중에도 비슷한 생각을 말하는 분들이 있다"고 전했다. 

부산 지역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획득한 더불어민주당이 18석 중 3석을 얻는데 그쳤을 정도로 녹록지 않은 지역이다. 경남에서도 12석 중 3석 만을 가져갔다. PK에서 민주당이 선전하지 못하면 영남에서 민주당이 전멸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도 민주당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은 지난달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 응답률 15.8%)를 실시한 결과를 지난 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PK 지역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50%, 민주당 지지율이 22%를 기록했다. 여야의 지지율 격차가 '더블스코어'를 넘어선 것이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중앙당에서 이 대표의 방문 등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후보들은 이 대표의 부산 방문을 부담스러워 한다"면서 "민심이 사나워진 상태라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