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NCG에도 국민 60.8% "美 확장 억제 불신"美, 英 기지 핵 저장 시설 현대화주한美기지에 英 사례 접목 확장 억제 강화 가능
  • ▲ 북한 김정은이 지난 1월 28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북한 김정은이 지난 1월 28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지난해 4월 '워싱턴선언'의 후속 조치로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는 등 대북 확장 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제공해온 '핵우산'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신뢰는 오히려 더 낮아졌다. 2030년 핵심 핵 물질 300개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추정되는 '사실상의 핵 보유국'이 된 북한의 위협에 비해 미국의 확장 억제가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의미다.

    NCG에도 국민 60.8% "美 확장 억제 불신"…지난해 48.6% 보다 상승

    12일 외교가에 따르면, 최종현학술원이 최근 발표한 '북핵 위기와 안보 상황 인식' 여론조사에서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핵 억제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60.8%에 달했다. 지난해 48.6%가 이같이 답했는데, 1년 사이 12.2%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한미 NCG로 인해 한국이 미국의 한반도 핵 대응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된 사실을 고려하면 크게 오른 수치다. 반면 '자체 핵 개발 지지' 응답은 지난해 76.6%와 비슷한 수준인 72.8%로 집계돼 '자체 핵 무장론'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의 독자 핵무장은 동맹국이자 비확산체제의 주도국인 미국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한국이 핵 무장을 강행한다면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와 각국의 독자 제재에도 직면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더 (북핵) 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독자 핵 무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지난 7일 KBS 특별 대담에서는 "우리가 지금 핵 개발한다고 하면 아마 북한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경제 제재를 받게 돼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건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라며 "핵 개발 역량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에 비춰 봤을 때 마음만 먹으면 시일이 오래 걸리지 않지만, 국가운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NPT를 철저히 준수하는 게 국익에 더 부합한다"고 확장 억제에 힘을 실었다.
  • ▲ 영국 내 '레이큰히스(Lakenheath)' 미 공군기지. ⓒ레이큰히스 주영(駐英)미군기지 웹사이트
    ▲ 영국 내 '레이큰히스(Lakenheath)' 미 공군기지. ⓒ레이큰히스 주영(駐英)미군기지 웹사이트
    ◆ 美, 英 공군기지 핵 저장 시설 현대화…주한미군기지에도 접목 가능

    국익 차원에서 현재로선 득보다 실이 큰 독자 핵 무장보다는 미국의 영국 레이큰히스(Lakenheath) 공군기지 시설 현대화 사례를 주한미군기지에 접목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은 레이큰히스 공군기지 시설을 현대화하고 최신 전술핵무기 B61-12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레이큰히스 기지에는 1990년대 지하시설 33개를 기반으로 B-61 계열 전술핵폭탄 110개가 배치됐다가 2008년 모든 전술핵이 철수됐다.

    한국은 과거 주한미군의 전술핵이 배치됐던 오산, 군산 공군기지 내 핵무기 저장시설을 현대화 또는 개조하거나, 전국 수십 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주한미군기지에 핵무기 저장시설을 신축할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유사시 순환·임시·고정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확장 억제 전문가인 조비연 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2022년 '나토 핵 공유 체제의 대안 모색'(KIDA Brief 안보 8호)에서 "미국은 전술핵폭탄을 고정 배치하지 않더라도 과거 저장시설의 현대화를 통해 동맹의 결속력, 확장 억제의 확고한 의지를 발신하며 유사시에는 한시적으로 핵 무기를 배치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미사일 사일로를 전역에 건설해 실제 핵무기 위치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적국의 손익계산을 어렵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 선임연구원은 "한반도나 괌에 대한 미국의 전술핵 배치가 어렵다면 이러한 사례를 접목해 한국도 과거 미군의 핵무기 저장시설을 신설·현대화하거나 괌에 저장시설을 구축하는 등의 단계적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괌에서 한미가 모의 핵탄두를 장착하고 투하하는 훈련도 단계적 접근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한미군기지에 있던 과거 핵무기 저장시설을 현대화한다면 마치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한 것과 같은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효과를 낼 수 있다. 기배치된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 유사시 재배치하는 '전술핵 유연 배치'(연성 재배치)는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한미 양국의 부담도 완화하고 전략적 유연성과 확장 억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술핵 연성 재배치와 전시 재배치 NPT에 부합

    그러나 연성 재배치와 전시 전술핵 재배치는 NPT 위반이 아니다. NPT는 핵 보유국의 관련 기술 및 물질의 이전을 금지하고 있지만, 주한미군기지에 재배치할 미군의 전술핵은 생산원가를 전액 부담한 미국의 전술핵이므로 NPT 위반 논란을 피할 수 있다.

    북한이 한국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등 전면전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면 평상시 데프콘4인 상태에서 데프콘3로 격상된다. 데프콘 3가 발령되면 한국군이 갖고 있던 작전권이 한미 연합사로 넘어간다. 한미 연합사령관은 미국 핵무기를 운용할 권한이 있으므로 전술핵무기를 탑재한 전략폭격기가 미국 괌에서 약 3시간 만에 한국에 도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시에 훈련이 이뤄져야 하며 지하 핵탄두 저장시설을 구축해둬야 한다.
  • ▲ 지난 2021년 3월 18일 당시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와 정은보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가서명식에서 합의문에 서명하고있다. ⓒ뉴시스
    ▲ 지난 2021년 3월 18일 당시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와 정은보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가서명식에서 합의문에 서명하고있다. ⓒ뉴시스
    ◆ 주한미군기지 현대화 비용, '한미 방위비분담협정'으로 충당 가능

    저장시설 현대화에 따르는 비용은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으로 충당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방위비는 주한미군을 한국에 이전 배치함으로써 발생하는 경비를 말하며 주한미군기지 내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2019년 국회입법조사처의 입법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제10차 협정 때부터 지속적으로 전략자산의 전개 비용을 분담하라고 요구해왔다. 방위비 분담금 항목인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외 '전략자산 전개 비용'이 포함된 '작전 지원' 항목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당시 우리 정부는 지난 제10차 방위비분담협정과 함께 체결된 '특별조치협정을 위한 이행약정' 에서 군수비용 분담 프로그램에 따라 주한미군의 상시적 또는 일시적 주둔 지원을 위해 한국 국방부는 일부 장비, 보급품 및 용역을 제공하는 것에 합의한 바 있다.

    전술핵 무기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면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현재의 총액 협상 방식을 소요형(항목 협상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 총액을 미리 정해 놓고 어떤 사업에 쓸지 정하는 총액형보다는 사업을 선정한 뒤 쓸 돈을 정산하는 소요형이 더 적합하다는 의미다.

    박휘락 국민대 특임교수는 2019년 '한국과 일본의 대미 방위비분담 비교: 분담금 협상방식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서 "군사건설, 인건비, 군수지원 정도의 주요 항목만 규정한 채 지원해야 할 총액만 협상하기에 세부적인 사용내역을 알 수가 없다"며 "그 이유는 현재와 같이 방위비분담의 총액을 중심으로 협상하기 때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총액 협상 방식의 단점은 항목 협상 방식의 장점에 해당될 수 있는 내용으로, 수혜국의 구체적인 소요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서 왜 그 정도의 분담금을 제공해야 하는 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어렵다. 국민들로부터 방위비 분담금의 적정성에 대한 비판이 수시로 제기될 수 있고, 사용에 있어서도 합리성과 투명성이 미흡하다고 비판 받을 것이며, 무조건 지원하는 것으로 오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성 재배치→美 핵무기 전진 배치→'아시아판 핵기획그룹' 창설

    한미 양국의 '낮은 수준의 핵 공유 체제'는 러시아, 중국, 북한 등 전체주의 국가들의 군사 도발 수준에 따라 미국 전술핵의 연성 재배치, 나아가 미국 핵무기의 한국 전진 배치, 그리고 아시아판 핵기획그룹 설립까지 발전할 기반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방부 정책실장을 역임한 류제승 아랍에미리트(UAE) 대사는 2022년 한미협회 세미나에서 "한미 양국은 아시아판 핵기획그룹을 설립해 북한 핵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한 '핵 억제'와 '핵 보장' 강화책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시 억제·유사시 북핵 신속 제거…"北 외통수 전략에 상쇄 전략으로 대응"

    군사 전문가들은 한미 확장 억제를 강화하면 평시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고 유사시에는 북한 정권과 핵·미사일 기지를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출신으로 국방부 대변인 등을 역임한 김민석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북한은 오로지 핵과 미사일에 의존한 '외통수 전략'을 펴고 있다"며 "북한은 재래식 전력 대부분이 노후화 됐지만 경제 상황 악화로 개량하기 어려워 핵과 미사일에 매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짧은 시간에 제거할 '북핵 상쇄 전략'이 있다면 북한 정권은 기댈 곳이 없어진다"며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 미사일과 발사대 보관시설, 액체연료 주입시설, 미사일 발사 장소, 핵탄두 보관 의심시설 등 북한군 핵·미사일 관련 시설을 거의 파악하고 있다. 우리 군이 다량의 초정밀 미사일로 개전 초기에 한꺼번에 타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