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KBS 보궐이사' 선임으로 내부 혼란 수습여·야 '6:5 구도' 복원… 13일 '박민 임명제청' 유력재공모 요구하던 KBS 단체, '박민 후보 반대' 철회KBS1노조위원장 "경영권 공백 길어지면 KBS 공멸"
  • ▲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 ⓒ관악언론인회·연합뉴스 제공
    ▲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 ⓒ관악언론인회·연합뉴스 제공
    '무능 경영' 등으로 해임된 김의철 전 사장의 '빈 자리'를 채울 KBS 보궐사장이 오는 13일 결정된다.

    본지 취재 결과, 공모 초반부터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11일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를 보궐이사로 영입, 다시 '여권 우위(6 대 5)'로 재편된 KBS 이사회는 오는 13일 제1054차 임시이사회를 열어 박 전 위원을 제26대 KBS 사장으로 임명제청할 예정이다.

    KBS 이사회는 개최 48시간 전, 이사 4명 이상이 긴급 안건을 제출할 경우 열릴 수 있다. 이번 이사회에는 '차기 사장 임명제청안'과 '재공모안'이 상정됐으나, 여권 이사들의 주도로 재공모안은 폐기될 전망이다.

    지난 4일 사장 후보 투표에서 1명이 타 후보를 지지하고, 또 다른 1명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단일대오'가 무너졌던 여권 이사진은 이번 임시이사회에서 박 전 위원을 지지하기로 중지를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KBS 관계자는 "당초 KBS와 방송과 무관한 '외부 인사'가 유력한 사장 후보로 거론된 것에 대한 반감이 KBS 내부에 팽배했으나, 수신료 분리징수 실현 등으로 KBS의 존립이 위태로워진 가운데 '경영 공백'이 더 이상 길어지면 안 된다는 위기 의식에 이사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변이 없는 한 이날 박민 후보자 1명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KBS 관계자는 "지난 4일 최종 후보 임명제청이 무산되면서 후보를 재공모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이대로 KBS 사장을 공석으로 둘 경우, 김의철 전 KBS 사장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며 "이에 보궐사장을 조속히 임명해 경영을 '안정화'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사내 여론이 높아진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김 전 사장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의 인용 여부를 오는 20일쯤 결정할 예정이다. 만일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김 전 사장이 KBS에 복귀할 경우 '차기 사장'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KBS 사장직을 이행할 수 없다.

    KBS 국정감사가 오는 17일로 예정된 점을 감안하면 오는 30일쯤 KBS 차기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후 대통령이 재가하면 보궐사장은 내년 12월 9일까지 KBS 사장직을 맡게 된다.

    "'사장 공석 장기화', 김의철 복귀 빌미 될 수도"

    KBS 이사회의 '분위기'가 박 전 위원 쪽으로 급격히 기운 배경에는 그동안 '낙하산 외부 인사 반대'를 외치며 사장 후보 재공모를 요구했던 KBS노동조합(1노조)이 "사장 선임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라"고 방향을 튼 것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허성권 KBS노조위원장은 1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KBS 정상화를 위해 투쟁해 온 동지들을 대변해 KBS와 방송을 잘 아는 전문가가 KBS 사장을 맡아야 한다는 지론을 펴왔으나, 지난 4일 사장 후보 결선 투표가 연기되고 KBS 이사가 사임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해 사장 선임이 오리무중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며 "이대로 가다간 다시 김의철 전 사장이 복귀해 KBS가 혁신의 기회를 영영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특히 김 전 사장의 가처분 인용 여부가 결정되는 오는 20일까지 어떻게든 후임 사장이 임명되지 못하도록 여권 이사진의 전열을 흩트리고, 사장 선임을 가로막으려는 사내 일부의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따라서 재공모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기다리는 국민의 염원과는 반대되는 참사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단언했다.

    허 위원장은 "당장 수신료 분리징수 실현으로 회사의 수익이 크게 줄었고, 올해 연말 재허가 심사를 앞둔 KBS 2TV의 경우 민영화 수순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경고가 여러 차례 나온 상태"라며 "이에 산적한 현안을 수습할 사령탑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KBS가 공멸하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데 사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현재 보궐사장 조기 선임에 반대하는 구성원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된다"고 단언했다.

    허 위원장은 "절차적 정당성만 확보된다면 오는 13일 KBS 이사회가 추천하는 보궐사장에 반대하지 않겠다"며 "다만 차기 사장이 KBS가 더 이상 특정 세력의 나팔수 노릇을 하지 않도록 혁신적인 개혁에 앞장서 주시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허 위원장의 말대로 그동안 '재공모'와 '박민 반대론'을 고수했던 KBS노조를 비롯한 사내 단체들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조속한 사장 선임'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모습이다.

    KBS노조는 지난 7일 "이사회는 KBS 정상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말고, 즉각 신임 사장 선출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노총 방송의 생명줄을 연장시킨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성명을 냈고, 이튿날 KBS 기자협회장과 PD협회장 등 사내 직능단체장 7명도 "이사회는 심각한 재정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사장을 조속히 선출해 달라"는 호소문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KBS 같이노동조합과 KBS 직원 100명 등도 "사장 선임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라" "이사회가 사장 선출 시기를 놓칠 경우 그 책임은 선배 이사들의 몫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성명을 각각 냈다.

    반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2노조)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사회는 '친윤 낙하산 사장' 졸속 선임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며 여전히 사장 후보 재공모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