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공고도 없이 수의계약, 현행법 위배… 5년간 특정 업체에 19건, 33억 몰아줘'중앙 및 시·도선관위 수의계약' 분석… 114개 업체가 2219건, 623억원 차지
  •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상윤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상윤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5년간 9604건의 용역 계약을 하면서 80%가량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2219건의 수의계약은 100여 업체가 독점했고, 계약금은 623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수의계약 금액인 2076억원의 30%에 해당하는 규모인 만큼 선관위의 용역 계약을 특정 업체가 독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중앙 및 시·도선관위 수의계약 현황'에 따르면, 중앙 및 시·도선관위는 2018년부터 지난 6월까지 7598건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

    문제는 114개 업체가 전체 수의계약의 29%인 2219건을 맺는 등 사실상 계약을 몰아줬다는 점이다. 선관위가 이들에게 수의계약으로 지급한 국가 예산은 전체 수의계약 2076억1573만원의 30%인 623억972만원이다.

    선관위는 현행법상 최대 기준을 넘긴 고액 수의계약도 수차례 진행했다. A업체의 경우 중앙선관위와 19건의 수의계약을 했다. 총 계약금액은 총 33억9470만원으로, 계약 건당 평균 1억7867만원의 계약을 한 셈이다.

    B업체는 중앙선관위를 비롯해 광주·대구·대전·서울·세종·충남 등 시·도선관위와 총 30차례 수의계약을 했다. 총 계약금액은 182억6759만원이었다. 선거 관련 장비를 담당하는 업체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액수다.

    국가·지방계약법령상 물품·용역 소액 수의계약 한도는 지난 3월1일부터 상향조정돼 1억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5000만원 범위 내 계약에 한해서만 조달청을 통한 경쟁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부기관 자체적으로 수의계약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관위는 당시 기준 범위를 넘긴 수의계약을 하면서도 조달청에 입찰공고를 올리지 않았다. 중앙선관위는 2021년 2월 A업체와 21억5460만원 규모의 고액 수의계약을 진행하면서도 조달청에 입찰공고를 올리지 않았다. B업체와 지난 4월 맺은 160억5100만원 규모의 수의계약도 조달청 입찰공고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국가계약법에 명시된 수의계약 사항을 위반하면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된다. 

    선관위는 또 최근 5년간 보안업무를 특정 업체에만 위탁하고 있었다. 주식회사 '윈스'는 권순일 전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장이던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여덟 차례에 걸쳐 보안업무 용역 관련 수의계약을 했다. 총 계약금액은 18억4492만원이었다.

    2021년 4월 선관위 내부 인터넷 PC가 북한 '킴수키 조직'의 악성코드에 감염돼 대외비 문건이 유출되는 등 선관위가 보안 및 해킹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10일 국가정보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선관위 선거 시스템 보안점검 결과 북한 등 외부세력의 해킹에 취약한 상황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선관위는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국내 정보보호 전문 서비스 기업으로 지정된 업체가 28개나 있지만 선관위는 보안에 허점을 드러낸 '윈스'와 계속 수의계약을 진행한 것이다.

    '윈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후원했던 기업인이 대주주로 있는 업체인 데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면서부터 선관위 보안업무를 맡게 된 만큼 한 차례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우택 의원은 "법령을 무시하고 특정 업체에 다수의 수의계약을 몰아준 것은 '일감 몰아주기' 특혜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정부기관의 용역 계약은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