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전 이 자리서 이재명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이제 지킬 때" '체포동의안 요청' 설명 과정서 민주당 거세게 항의… 한동훈 설명 중단돼
  • ▲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진행한 제안설명에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거론하며 "국민과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 장관은 144쪽 분량의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준비해왔지만 발언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단상에서 내려와야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원활한 진행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조폭과 유착해 국제안보 위협"

    한 장관은 21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검사 사칭 관련 위증 교사 의혹 ▲불법 대북송금 의혹 등 이 대표의 범죄사실 요지를 요목조목 설명했다.

    한 장관은 이 대표의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비리'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는 정진상과 공모해 민간이 아닌 공영개발 대상이었던 백현동 부지의 개발사업에 대해 자신의 선거를 도와줬던 브로커 김인섭의 청탁을 받고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도록 용도지역을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수직상향해줬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이어 "산지관리법을 위반해서 50m 높이 산지를 수직절개하고 옹벽을 설치해 아파트 5개 동을 더 지을 수 있게 해주는 등 다수의 불법 특혜를 제공했다"며 "불법 특혜 제공으로 민간업자에게 거액의 이익을 가져다주고, 로비를 맡은 측근이 그 대가로 수십억원을 취득하게 해서, 이를 향후 선거자금·정치자금으로 삼으려 한 것이 이 사건 범행 동기"라고 강조했다.

    검사 사칭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위증 교사 혐의와 관련해서는 "자신의 검사 사칭 관련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8년,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이 '당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분명히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여러 차례 전화로 김진성에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허위 증언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불법 대북송금 혐의와 관련해서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 확보를 위해 조폭 출신 사업가와 결탁하여 개인적 이익을 위해 거액의 외화를 유엔 대북제재까지 위반해가며 불법적으로 북한에 상납한 중대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규모 비리의 정점은 이재명"

    한 장관은 이 대표의 정치적 지위와 지금까지의 수사 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체포동의안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장관은 "갖가지 사법방해 행위들의 최대 수혜자는 이 대표"라며 "한 번은 우연일 수도 있지만, 동일한 범행과 동일한 사법방해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장관은 "이 대표의 공범이나 관련자로 구속된 사람이 총 21명이나 되고 불구속 기소된 사람은 더 많다"며 "대규모 비리의 정점은 이재명 의원이고, 이 의원이 빠지면 이미 구속된 실무자들의 범죄사실은 성립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이 대표가 지난 6월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한 점을 거론하며 가결에 힘을 실었다.

    한 장관은 "이재명 의원은 바로 이 자리에서 '저에 대한 정치수사에 대해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습니다'라고 국민들께 자발적으로 약속했다"며 "누가 억지로 시킨 약속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조작수사라도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며, 정당한 수사니 뭐니 하는 조건을 달지도 않겠다고 스스로 명시적으로 약속한 것이어서 다른 해석의 여지도 없다"고 언급한 한 장관은 "지금은 주권자인 국민들께 한 약속을 지킬 때"라고 역설했다.
  • ▲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설명을 하던 중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김기현 대표 등이 소리치고 있다. ⓒ연합뉴스
    ▲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설명을 하던 중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김기현 대표 등이 소리치고 있다. ⓒ연합뉴스
    野 "짧게 하라" 고성… 김진표 "제발 경청해 달라"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서 약 30분가량 제안설명을 진행했다. 그러나 야당 의석에서 고성과 항의가 끊이지 않으면서 본회의장은 한때 아수라장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초반에는 잠잠한 분위기에서 발언을 시작했지만, 발언을 시작한 지 약 15분 정도 지나자 민주당 의원들은 큰 목소리로 "이게 지금 뭐하는 거냐"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한 장관의 발언 시간을 두고도 "뭘 그렇게 자세히 이야기하냐" "짧게 해라" "여기가 법원이냐" "법원에 가서 이야기하시라" "필리버스터냐"고 소리쳤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도 "작작 떠들라" "시끄럽다" "대체 왜들 이러는 거냐" "체통을 지키시라"고 응수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방해로 한 장관이 발언을 이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김 의장은 "의석에서 조용히 경청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럼에도 좀처럼 조용해지지 않자 김 의장은 한 장관에게 "요약해서 설명해주고 가급적 빨리 끝내달라"고 요청한 뒤 의원들을 향해 "한 장관이 최대한 요약해서 하기로 했으니 의석에서는 제발 좀 조용히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한 장관은 준비한 제안설명을 끝마치지 못한 채 체포동의안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그쳤다.

    한편, 한 장관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뒤 "그 과정은 여러분들께서 잘 보셨을 것이다.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고 역사상 초유의 상황"이라며 "어떤 증거가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국무위원인 법무부 장관의 임무였다. 끝까지 설명하지 못해서 아쉽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