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재정은 헌법 가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운용돼야""정율성, 대한민국 부정했던 인물… 그를 기념하는 것 옳지 않다"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강기정 광주시장, SNS 통해 날 선 공방강기정 "習 주석이 한·중 우호에 기여한 인물로 정율성 선생 꼽아"박민식 "기념할 영웅 많은데 왜 하필 공산당 나팔수 공원 짓나"
  • ▲ 박민식 국가보훈부장관 ⓒ정상윤 기자
    ▲ 박민식 국가보훈부장관 ⓒ정상윤 기자
    국가보훈부가 광주광역시의 '정율성기념공원' 조성사업 백지화를 위해 헌법소원 청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中 인민해방군가' 작곡한 정율성 역사공원 광주에 조성… "중공군을 왜?" 비판 봇물>이라는 제목의 본지 14일자 보도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광주시의 정율성 기념사업이 묵과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부 관계자는 22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방재정이든 중앙재정이든 국가재정 사용 준칙이라는 것이 있다"며 "재정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내는 것이므로 모든 재정 운용은 헌법 가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운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정율성 기념사업이) 우리 헌법의 가치를 저해하는지 알아보고 있다"며 "만약 그것이 맞는다면 헌법소원 청구 등 문제를 제기해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율성은 대한민국 헌법 가치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했던 인물로, 그를 기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단언한 이 관계자는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측과 협력해 광주시의 해당 사업이 적합한지 검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 ▲ 북한으로 귀국한 의열단 출신 공산주의자 정율성이 1947년 김일성으로부터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공로로 받은 상장.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페이스북
    ▲ 북한으로 귀국한 의열단 출신 공산주의자 정율성이 1947년 김일성으로부터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공로로 받은 상장.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페이스북
    "6‧25 남침 나팔 분 정율성… 48억원을 누구에게 바친다는 말입니까?"

    보훈부에 따르면, 본지 보도를 확인한 박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광주시의 '정율성 기념사업'을 강력히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박 장관은 "광주광역시가 올해 말까지 '정율성기념공원'을 짓는다"며 "이미 광주에는 '정율성로(路)'도 있고 '정율성 생가(生家)'도 보존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음악제나 고향집 복원 등에도 많은 세금을 썼는데, 안중근·윤봉길도 못 누리는 호사를 누려야 할 만큼 그가 대단한 업적을 세웠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오월 정신'을 간직하고 있는 광주가 시민들의 혈세를 들여 기념해야 할 만한 인물이 과연 누구여야 하나"라고 반문한 박 장관은 "하늘에서 정율성 찬양 미화작업을 지켜보고 계실 독립지사와 호국·민주화 영령들이 얼마나 통탄할지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특히 "정율성이 대한민국을 위해 일제와 싸운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박 장관은 "(정율성은) 1939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하고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행진곡'을 작곡한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율성은) 해방 후 북한으로 귀국해 조선인민군 구락부장을 지냈으며, 인민군 협주단을 창단해 단장이 됐다"고 소개했다.

    나아가 "정율성이 작곡한 '조선인민군행진가'는 6·25전쟁 내내 북한군의 사기를 북돋웠다"고 지적한 박 장관은 "(정율성은) 민족의 비극 6·25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위문공연단을 조직해 중공군을 위로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정율성은) 이에 그치지 않고 아예 민족을 저버리고 중국으로 귀화해 중국 공산당을 위한 작품을 쓰며 중국인으로 생애를 마쳤다"고 박 장관은 목소리를 높였다.

    박 장관은 "(정율성은) 북한 정부 수립에 기여하고 조선인민군행진가를 만들어 6·25전쟁 남침의 나팔을 불었던 사람, 조국의 산천과 부모 형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공산군 응원대장이었던 사람"이라며 "그는 당연히 독립유공자로 인정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장관은 "'중국 영웅' 또는 '북한 영웅'인 그 사람을 위한 기념공원이라니,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김일성도 항일운동을 했으니 기념공원을 짓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꼬집었다.

    박 장관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선 그를 국민의 세금으로 기념한다는 것은 5·18묘역에 잠들어 계신 민주주의 투사들을 욕보이는 일이기도 하다"고 개탄했다.

    특히 "(정율성기념공원 조성사업은) 48억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일"이라고 설명한 박 장관은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사업에 지방자치단체가 국민들의 혈세를 마음대로 쓴다면 재정 규율을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도 엄격히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장관은 "(저는)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자유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앞장섰던 사람을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기념하려 하는 광주광역시의 계획에 강한 우려를 표하며, 전면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 ▲ 박민식 국가보훈부장관이 22일 오후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박민식 장관 페이스북
    ▲ 박민식 국가보훈부장관이 22일 오후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박민식 장관 페이스북
    강기정 "광주는 정율성역사공원에 투자합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그러나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기존 계획대로 정율성기념공원 건립에 예산을 쏟아붓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광주의 눈에 그는 뛰어난 음악가이고, 그의 삶은 시대적 아픔"이라고 전제한 강 시장은 "뛰어난 음악가로서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며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광주시의 역사문화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시장은 "(정율성은)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운동가 겸 음악가로 활동하다 중국인으로 생을 마감했다"며 "그의 삶은 시대적 아픔이고, 그 아픔을 감싸고 극복해야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강 시장은 또 "정율성 선생은 시진핑 주석이 한·중 우호에 기여한 인물로 김구 선생과 함께 꼽은 인물"이라며 "나와 다른 모두에 등을 돌리는 적대의 정치는 이제 그만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민식 "공산당 나팔수를… 돈 되는 일이면 국가 정체성도 필요 없나?"

    이에 박 장관도 다시 페이스북에 강 시장의 글을 반박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라고요? 호남에 정말 기념할 인물이 없습니까?"라고 반문한 박 장관은 "호남은 민주화운동의 성지일 뿐만 아니라 대대로 독립과 호국의 본산이기도 했다"며 "서재필 박사 등 호남 출신 독립유공자가 무려 2600명이 넘고, 이는 전체 독립유공자의 15%에 해당한다"고 소개했다.

    박 장관은 이어 "군산고 등 6·25때 가장 많은 학도병을 배출한 학교가 있는 곳도 호남"이라며 "호남은 순천·여수·광양·벌교·보성·강진 등 전남 17개교 180명의 학생들이 지원해 유일하게 학도병들로만 대대가 편성될 수 있었던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또 "서부덕 소위, 박창근·황금재·박평서·오제룡 상사 등 맨몸으로 적의 전차에 뛰어든 육탄 10용사 중 5명이 호남 출신"이라고도 부연했다.

    "참 자랑스러운 호남의 역사고, 호남의 정신"이라고 상기한 박 장관은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영웅들이 이렇게 많은데 광주시는 이 많은 분들을 두고 왜 하필 정율성 같은 공산당 나팔수의 기념공원을 짓나"라고 꼬집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것이라면, 돈이 되는 일이면, 국가 정체성이고 뭐고 필요 없단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박 장관은 강 시장이 언급한 '시대적 아픔'이라는 단어를 두고 크게 분개했다.

    박 장관은 "정율성이 만든 군가를 부르며 몰려왔던 적에게 죽임을 당한 수많은 이들의 피가 아직 식지 않은 대한민국"이라며 "정 그렇게 기념하고 싶으면 민간 모금을 하든, 민간 투자를 받든 국민의 혈세는 손대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정율성과 같은 반국가적인 인물을 기념하라고 지방정부가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런 걸 '적대의 정치'가 아니라 '상식의 정치'라고 한다"고 언급했다.

    강사빈 국민의힘 부대변인도 '공산군 응원단장 자처한 정율성에 대한 역사공원 조성을 결사반대한다'는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정율성역사공원 조성에 결사반대하고, 이를 추진한 광주시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강 부대변인은 "정율성의 친북·친중 행적은 매우 명확하다. 북한 정부 수립에도 기여한 바가 있다"며 "그가 만든 조선인민군행진가는 6·25전쟁 당시 남침의 행진곡으로 쓰였고, 이후에는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까지 올랐다"며 역사공원 조성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정율성은 중국에서 주로 활동하며 '팔로군행진곡'을 작곡했고, 광복 이후에는 북한으로 넘어가 '조선인민군행진가'를 작곡했다"며 "6·25전쟁을 부추기는 등 사실상 '공산군 응원단장'을 자처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