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9일 감사원 감사 수용 재논의… 여론 악화에 늑장 행동국민의힘, 노태악 사퇴→ 선관위원 전원 사퇴로 압박 수위 높여민주당 "감사원, 정치감사 일삼고 있다"… 선관위 감싸기 총력
  •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뉴데일리DB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뉴데일리DB
    독립성을 이유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커지면서 기존 방침을 뒤집고 '감사 수용'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고, 감사원이 끝까지 감사를 거부할 경우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겠다며 고강도 압박을 펼치고 있다.

    선관위, 여권·감사원 압박 거세지자 감사 수용 재논의 예정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관위는 오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후임 사무차장 임명을 논의한 후 감사원 감사 수용에 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선관위는 지난 2일 선관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라며 감사원 감사를 거부한다는 공식 방침을 발표한 바 있으나, 여론이 악화하면서 재논의하는 것이다. 검찰에 수사 의뢰 압박 카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7일 선관위 중앙청사에 감사관을 보내 직접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오는 9일로 예정된 선관위 회의에서마저 기존 방침을 바꾸지 않으면 조속히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국민의힘은 선관위를 향한 총공세에 나서며 감사원 감사 수용을 압박했다. 기존에는 문재인정부 시절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으나, 선관위가 국민권익위원회와 국회 국정조사 협조 등 이른바 '조사기관 선택'을 내세우자 선관위 환골탈태를 위해 선관위원 전원 사퇴까지 촉구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특혜채용 의혹 등이 드러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선관위는 아직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 자세가 돼 있지 않다"며 국민을 가장 분노하게 하는 것은 헌법기관임을 내세워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 간부들이 주말에도 식당 등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해온 점도 문제 삼았다. 주말 출근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지만, 높은 청렴도가 요구되는 기관이 스스로 돌아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2018~23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따르면, 아들 특채 의혹을 받고 사퇴한 김세환 전 사무총장은 2018년 5월 기획조정실장 당시 주말에 두 번에 걸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공명선거 추진 활동비' 명목으로 66만원을 사용했다.

    국민의힘 청년들 "공부해서 뭐 하냐" 선관위 항의방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선관위가 헌법적 관행이라는 보호막 아래 얼마나 안이하게 운영돼왔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업무추진비가 주말에도 납득할 수 없는 명목으로 사용됐다. 국가기관으로 최소한 청렴성 규율도 갖추지 못한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만큼은 일관되게 거부하고 있으니 정말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다"고 꼬집었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우리 당의 요구는 아주 간단하다. 선관위가 원래 취지에 맞게 청렴하고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 거듭나라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선관위 역사상 최악의 비리에 대해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 전원이 도의적으로 책임지고 총사퇴하고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견제와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스스로 썩어들어가 부정과 불공정의 온상이 된 선관위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내부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 조직 전체를 갈아엎는 수준의 강력한 개혁을 단행해 선관위를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당 중앙청년위원회 소속 청년들과 선관위 중앙청사를 항의방문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청년 마음' '아빠 마음' '엄마 마음'이라고 적힌 종이상자를 부수며 "공부해서 뭐 하냐"고 시험지 등을 찢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들은 이어 △불공정채용 관련자 엄중처벌 △감사원 감사 즉각 수용 △선관위원장 및 선관위원 전원 사퇴가 적힌 '중앙선관위 정상화 촉구 성명서'를 선관위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민주당 일각, 감사원 국정조사 주장

    국민의힘이 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수용을 압박하는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은 되려 감사원이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며 감사원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감사원 역사상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적이 없다"며 "윤석열정부 감사원은 정권의 친위부대로 전락해 정치감사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선관위가 이미 (국회) 국정조사에 임한다는 방침을 밝혔음에도 총선을 불과 열 달 남짓 남긴 시점에 초법적인 정치감사를 강행하려는 시도는 민주헌정을 뒤흔드는 심각한 행위"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