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1차 투표서 과반 득표… 결선투표 없이 당선'비명계' 박광온에 최소 85명 투표한 듯… 결과 의미심장
  •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박광온(3선·수원정) 의원이 당선됐다. 유일한 비명(비이재명)계 후보였던 박 신임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 준비 과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어떻게 교감할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28일 의원총회를 열고 새 원내대표선거를 진행한 결과 재석의원 169명 가운데 박 원내대표가 과반의 표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선출됐다. 후보자들의 득표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뒤 "모든 의원님들과 함께 이기는 통합의 길을 가겠다. 담대한 변화와 견고한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도록 하겠다"며 "민주당다운 가치와 담대한 정치로 윤석열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겠다"고 다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당내 최대 이슈인 '돈 봉투 의혹'과 관련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유의하지만, 국민들께서 우리 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고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태도의 문제에 상당히 더 유의하고 있다"며 "의원총회를 최대한 빨리 열어 이 문제의 지혜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선거는 박 원내대표와 홍익표·박범계·김두관 의원 4파전으로 치러졌다. 친낙(친이낙연)계인 박 원내대표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모두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돼 선거는 친명 3 대 비명 1 구도로 진행됐다.

    민주당 내에서는 사실상 박 원내대표와 홍 의원 간 2강 구도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원내대표선거에서 2위를 기록해 검증된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당 정책위 의장, 민주연구원장을 지냈으며 친명계의 지지를 받는 홍 의원이 강력한 경쟁 후보로 떠올랐다.    

    민주당 내에서는 두 후보 간 결선투표를 예상했지만 박 원내대표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의 표를 얻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김두관 의원이 이날 정견발표에서 밝혔듯, 이번 선거는 '이재명 대표 신임투표' 성격이 짙었다. 최소 85명의 민주당 의원이 비명계인 박 원내대표에게 투표한 것은 이 대표를 비롯한 친명 일색 지도부에 반기를 든 것과 다름없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염증을 느낀 민주당 의원들이 최근 돈 봉투 의혹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당 지도부에 불만이 누적된 결과로 여겨진다. 아울러 총선을 1년을 앞두고 각종 리스크로 위기에 처한 당이 쇄신되기를 바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기대가 표심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곧 박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당면과제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돈 봉투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자체조사를 실시하거나 의혹 연루자 출당 조치 등의 적극적 대응 여부가 그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이지만, 당 일각에서 적극적 대응을 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새 원내지도부의 역할이 기대된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한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사법 리스크를 포함해 돈 봉투 사건 등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정신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이것을 복원하고 쇄신해서 민주당이 자랑스러워했던 민주당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일들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가 강조한 '통합'을 통해 계파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지도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현실화를 계기로 친명 대 비명 간 계파 갈등이 증폭됐다. 반면 비교적 온건파인 박 원내대표는 그동안 이 대표와 부닥치는 것을 피해왔다. 친낙계 의원들이 잇따라 이 대표를 향한 비판을 쏟아낼 때 박 원내대표는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날 정견발표에서도 박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좋은 관계를 만들고, 그 통합된 힘으로 윤석열정부와 대차게 싸우겠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원내대표와 당대표가 단합하는 모습은 좋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보여준 표심을 박 원내대표가 의식할 필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정상화를 바라는 것"이라며 "어딘가 억지스럽고 무지스러운 이런 태도의 문제, 국민들이 수없이 지적하고 공감하지 못한 당의 무리한 태도의 문제를 시정해 달라는 의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사람을 대하는 데 일관성이 있다"며 "비명·친명을 떠나 이재명 대표와 한 쌍으로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남 해남 출신인 박 원내대표는 MBC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2012년 제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았다. 이후 민주당 수석대변인·최고위원·사무총장을 거친 박 원내대표는 21대 국회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