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영장 청구서에 '성남FC 뇌물' 구체적 내용 적시"관내 기업들, 이재명 요구로 성남FC에 거액 뇌물 공여 결정""액수 또한 이재명이 일방적으로 정해줬다고 일관되게 진술"서울중앙지법, 17일 검찰에 '이재명 체포동의요구서' 발송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대표가 성남FC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치적을 얻으려 관내 기업들의 청탁을 들어주며 내야 할 금액까지 특정해줬다는 취지의 내용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173쪽에 달하는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푸른위례프로젝트 관계자들 모두 이 대표의 요구에 의해 성남FC에 거액의 뇌물을 공여하기로 결정됐고, 그 액수 또한 피의자가 일방적으로 정해주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푸른위례 등 4개 기업에서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네이버가 성남시에 기여한 게 없다"…성남FC 후원 요구

    이번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네이버가 2013년 소프트웨어 교육기관 부지를 물색하자 이를 전해 들은 이 대표가 정진상 등 측근을 시켜 성남FC 후원을 제안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3년 3월 'NHN넥스트'라는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을 설립했는데, 교육부로부터 인가를 받지 못해 운영상 문제에 직면했다. 관계 법령에 따라 학교부지와 건물이 필요했던 네이버는 2014년 7월쯤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옛 하수종말처리장 부지를 학교부지로 매입하는 것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실을 들은 이 대표가 성남시 관계자들에게 "학교부지 매각 대가로 네이버의 구체적인 기여 방안을 원한다"는 입장을 네이버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 대표가 "네이버가 그동안 성남시에 기여한 게 없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또 검찰은 이 대표가 네이버에 학교부지를 매각하는 대가로 "성남FC에 대한 50억원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네이버 측에 전달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이 대표는 대규모 기업 후원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피의자의 재임기간 중 성남FC 자금난이 매년 반복될 것을 우려했다"며 "이에 각종 현안을 가진 네이버를 상대로 운영자금을 요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 같은 의사를 전달받은 네이버 측은 50억원을 출연할 경우 향후 감사 등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결국 네이버는 내부 논의를 거쳐 대학원대학을 정자동 네이버 본사 옆 신축 건물에 입주시키기로 하고 구미동 부지 매입을 포기하려 했다.

    그러나 네이버 측은 결국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성남시 정자동 신축 건물(네이버 신사옥) 관련 각종 인허가와 관련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에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 "(이재명 시장) 임기 내에만 성남FC에 후원을 하면 된다"며 "잔여 임기인 3년 동안 매년 40억원 합계 120억원을 후원하거나, 최소 매년 20억원 합계 60억원을 지원해달라"는 취지로 네이버 측에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네이버 측이 "3년간 40억원을 후원하되 그 사실이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도록 네이버 회사명이 노출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 적었다.

    이에 따라 2015년 네이버가 사단법인 '희망살림'을 통해 기부하는 형식으로 성남FC에 40억원을 후원하게 됐고, 이 대표와 정진상씨가 그 대가로 네이버 신사옥 관련 각종 인허가 특혜를 줬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또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네이버 임원으로 재직하던 2014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이 대표에게 네이버 민원을 부탁한 정황도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됐다.

    윤 의원이 2014년 10월경 성남 지역 국회의원인 김태년 의원에게 네이버가 추진 중이던 성남시 구미동 부지 매입 애로사항 등이 담긴 설명자료를 전달하며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협조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17일 서울중앙지검에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보냈다. 요구서는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은 뒤 곧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의장은 요구서를 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를 열어 표결에 부쳐야 한다. 시한을 넘기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한다.

    체포동의안은 24일 본회의를 거쳐 27일 표결할 것으로 보인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이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기일이 정해진다. 부결 시에는 영장은 심문 없이 기각된다.

    다만, 민주당이 169석으로 의석 과반을 차지하는 만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