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취임식 열고 한비자 '법불아귀 승불요곡' 언급… 공정 수사 강조"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신뢰 얻겠다"… 수사기관 정상화 의지 내비쳐
  • ▲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법 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다"며 "검찰권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행사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16일 열린 취임식에서 중국 법가 사상가 한비자의 '법불아귀 승불요곡'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이같이 밝혔다.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은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 총장은 수사에 성역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부터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보복'이라는 논란이 일자 이 총장이 우회적 메시지로 답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그는 "국민들의 구체적이고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수사와 기소, 재판과 형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실수가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혹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겸허히 그 지적을 수용하고 이를 고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검찰권, 국민 위해 바른 방법으로 행사해야"

    이 총장은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 등을 언급하며 검사로서의 자세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초심과 기본의 제자리로 돌아가 모든 국민이 동의하는 헌법 가치를 생각해 보면 거기에 답은 오롯이 서 있다"며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한다"고 했다.

    이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자연상태'를 뛰어넘어 국민의 생명·신체·안전·재산 등 기본권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우리 공동체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바로 검찰의 존재 이유고 검찰이라는 업의 본질"이라며 "결국 우리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검찰권을 국민을 위해 바른 방법으로 행사해야 하는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공직자는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일이 곧바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공익과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보람을 얻는다"며 "우리의 일은 곧바로 국민의 일이다. 공직의 가치는 바로 그곳에 있고, 공직이 영예로운 이유 역시 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범죄·부패 대응 소홀해 국민에 피해 가는 악순환… 국민 섬기는 검찰 만들겠다"

    이 총장은 "여러 해 동안 검찰 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과 함께, 검찰의 잣대가 굽었다 펴지기를 거듭했고, 검찰 구성원의 자긍심과 명예가 흔들렸다"며 과거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정작 범죄와 부패에 대한 대응은 소홀하게 되고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며 "또한, 손잡고 협력해도 부족한 여러 형사사법기관과의 관계도 제자리를 찾도록 재정립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총장은 "주어진 환경과 조건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눈에 보이는 제도나 권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헌신하겠다는 우리의 뜻과 의지라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일수록 기본과 초심으로 돌아가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면서, 정성과 전력을 다하는 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 믿고 있다"며 "국민의 신뢰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어두운 방 안에 홀로 있어도 부끄럽지 않도록 처신해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끝으로 이 총장은 "저는 검찰총장으로서, 정의와 공정에 대한 검찰 구성원들의 뜻이 실현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자 바람막이가 되겠다"며 "기본을 바로 세우면 길이 열릴 것이다. 저는 검찰 구성원 여러분의 역량과 의지를 믿는다. 우리 모두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만들어 나가자"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