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해 근로자의 선택권 보장하겠다"노동계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는 근로시간 연장"… 일제히 반발이정식 고용부장관 "장시간 노동 절대 없다… 근로시간 줄일 것"
  • ▲ 녹색 방위복을 입은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 국민소통관실
    ▲ 녹색 방위복을 입은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 국민소통관실
    윤석열 대통령의 '근로시간 유연화'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이 장시간 근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정부는 실근로시간 단축 의지를 확고히 한 상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정책간담회에서 "장시간 노동은 절대 없다고 장담한다"며 "주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고 실근로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확고하다"고 단언했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 유연화가 나쁜 것이 아니다. 노동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데, 노사 주체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좋은 것"이라며 "저는 '주52시간제의 다양화'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주52시간제 유연화와 관련한 구체적 개편안이 아직 준비 중인 가운데, 고용부는 지난 7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출범시켰다. 연구회는 10월까지 근로시간제도와 임금체계 개편 등에 관한 권고안을 만들 예정이다. 고용부는 연구회의 권고안을 참고해 제도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사진=공동취재단) ⓒ이종현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사진=공동취재단) ⓒ이종현 기자
    "근로시간 유연화는 주52시간상한제 우회"… 고용부 "근로시간 '선택권'의 확대일 뿐"

    노동계에서는 근로시간 유연화가 주52시간상한제를 우회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연장근로시간을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정산하면 한 주에 최대 88시간까지 노동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연장근로시간 정산을 월 단위로 하게 되면 일주일 내의 연장 노동시간 한도가 없어져 기본 40시간에 연장 48시간까지 더해 한 주에 최대 88시간까지 일하는 사례를 우려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재원 재원노동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근로시간 유연화 문제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우 노무사는 그러면서 "근로시간의 축소가 언제나 근로자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성급한 이분법"이라며 "실제 현장에서는 근로시간 축소로 인해 감소한 급여를 충당하기 위해 투잡을 하거나 연장근무의 축소에 불만을 품고 회사를 이탈하는 근로자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52시간을 넘겨야만 하는 영세 소상공인들도 부지기수"라고 지적한 우 노무사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사용자와 근로자의 선택 폭을 넓힌 유연성이 더욱 확대된 내용으로 근로시간의 유연화 정책을 개편하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 장관은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해 근로시간을 운용하는 데 노사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근로시간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근로시간 '선택권'의 확대일 뿐 근로시간 자체의 확대 의도는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근로시간은 과거부터 노사 간 첨예한 대립의 원인이었다. 고용부가 주장하는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를 두고 노사 간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 공약 이행이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의 노사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윤 대통령의 공약에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