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고위 회의… '비공개 회의 내용 누가 유출했나' 공개 설전이준석 "내가 유출했다고?" vs 배현진 "대표도 유출하지 않았나"이준석 "비공개 회의 않겠다" 밖으로 나가… 배현진 "더 철저히 해야"
  •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이던 중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이던 중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의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 진행 여부를 두고 반말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정면충돌했다.

    이 대표가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배 최고위원이 비공개 회의를 단속하는 것이 맞다며 반발한 것이다.

    비공개 회의 진행 여부 놓고… 이준석 vs 배현진 고성 

    이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최고위 의장 직권으로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이날 별다른 모두발언 없이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부분에서 나왔던 발언이 자꾸 언론에 따옴표까지 인용돼 보도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의장) 직권으로 오늘부터 비공개 회의에서는 현안을 논의하지 않고 안건만 처리하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에 배 최고위원이 즉각 반발했다. "현안 논의를 하지 않아야 되는 것이 아니라, 비공개 회의를 좀 더 철저히 단속해서 당 내에서 필요한 내부의 이야기는 건강하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었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견해를 굽히지 않자 배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를 일방적으로 없애면 어떡하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의 말을 끊으며 "발언권을 득해서 말하라"며 "특정인이 참석했을 때 유출이 많이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기 때문에 이 상황을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에게 책임을 돌렸다. "대표님 스스로도 많이 유출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한 배 최고위원은 "누구 핑계를 대며 비공개 회의를 탓하나"라고 반박했다. 

    이에 이 대표는 "한번 단속해볼까요?"라고 즉각 들이받았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마이크를 끄며 "비공개 회의 하겠다. 그만하자"며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이 대표는 "논의할 사항이 있으면 의사권을 권 원내대표에게 이양하고 나가겠다"며 곧 자리를 떠날 것처럼 태도를 취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게 다시 자리에 앉을 것을 요구했고, 이 대표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배 최고위원을 향해 "내가 내 얘기를 유출했다고?"라고 반말로 따져 물었다.

    이후 기자단이 회의장을 퇴장한 뒤 곧바로 비공개 회의가 시작됐지만 이 대표는 2분여 만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배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 직후에도 여전히 비공개 회의 진행 여부와 관련,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배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를 없애버리는 게 아니라 진짜 보안을 유지하는 비공개 회의가 되도록 내부 단속을 하면 될 일"이라며 "중요한 이야기를 건너뛰고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앞서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회의가 종료된 지 2시간여 만에 당대표실에서 나와 "개탄스러운 상황"이라며 "제 주재 하에서, 제가 배석한 자리에서 비공개로 현안 논의는 하지 않겠다"고 거듭 선언했다.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발언을 재반박했다. 배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당 지도부가 수시로 방송에 출연하며 '나는 다 알아요' 식으로 지도부 회의 내용을 전파했을 때 그 작은 영웅담이 우리 스스로를 얼마나 우습게 만드는지 내내 안타깝게 지켜봐왔다"고 언급했다. 

    배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지도자다운 묵직하고 신중한 언행과 침묵의 중요성을 이제라도 이해하신다면 참 좋겠다"며 "지도자의 한마디는 천금 같아야 한다"고 직격했다.

    배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이제라도 성숙하고 안정감 있는 당 운영 노력으로 우리가 집중해야 할 일들에 오롯이 힘 쏟을 수 있게 해 주시기를 제발 당부"했다.

    '젊은 보수' 이준석 vs 배현진… 일주일 새 세 번째 충돌

    두 사람은 '젊은 보수'라고 불리며 차세대 정치인으로 주목받지만, 최근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이 대표가 띄운 당 혁신위원회다. 이 대표는 공천개혁을 명분으로 혁신위원회를 띄웠지만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일방적으로 의제를 결정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배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최고위 비공개 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혁신위가 자잘한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어느 국회의원이 참여하겠다고 나서겠느냐"고 날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지난 16일 배 최고위원과 이 대표의 '노룩 악수'로 갈등 논란이 재점화했다.

    배 최고위원이 이 대표를 향해 악수를 청했지만,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을 바라보지 않은 채 손만 살짝 내민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이후 같은 날 비공개 회의에서도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당 몫의 최고위원을 추천한 것을 두고 또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안 의원의 추천 인사 중 한 명인 '친윤계'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을 두고 반려 의사를 밝히는 과정에서 "(안 의원이) '땡깡'을 부리고 있다"는 표현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배 최고위원은 "안 의원이 제시한 안을 놓고 표결을 하면 졸렬해 보일 수 있다"며 반기를 들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