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호남 반도체 교섭' 삼전 노조에 "터무니없다"'N% 성과급' 쟁의 대상 논란에도 "대상 아냐"'쟁의 대상 확대' 노란봉투법으로 노사 혼란 가중 野 "李, 노봉법 만들고 노조와 맞서는 자기 모순"
  • ▲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의 경영상 판단 영역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대기업 노조에 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 노조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노사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히자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관련 부처에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이를 두고 야권은 이 대통령을 향해 "자업자득"이라고 비판했다. 여당과 이 대통령이 추진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으로 쟁의 행위 대상이 과대하게 확대돼 정부 역점 사업이 발목을 잡혔다는 지적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광주 군공항에 반도체 공장을 만든다고 하니까 기존 노조에서 '이건 노사 협상을 해야 할 대상이다' '노동쟁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너무 광범위하게 (노동쟁의 대상 범위가) 확장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내년 단체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시행된 노란봉투법 조항 중 노동쟁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 포함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그렇게 따지면 모든 회사의 경영권 행사가 관련이 없는 게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필요하면 대통령령이나 시행 규칙, 고시 등을 정리를 해달라"며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 일부 노조가 'N%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이 대통령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문제가 과연 쟁의 대상이냐. 저 같은 경우는 아닌 게 더 높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를 시작으로 N% 성과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카카오뱅크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으로 달라며 지난달 파업에 돌입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30%, 현대자동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LG유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 노조가 막대한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무기로 삼게 된 계기는 노란봉투법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법원 판례는 성과급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노란봉투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도 노동쟁의 범위에 포함하면서 노사 분쟁의 불씨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공약인 노란봉투법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8월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의석수로 밀어붙여 통과됐다. 당시 재계에서는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하다"며 노란봉투법에 우려를 표명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이제 와서 노란봉투법에 대한 보완 작업을 지시하자 "정치적 촌극"이라고 비판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노조가 기업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정권의 역점 사업을 가로막자 노조를 향해 호통 치는 모습, 이보다 더한 자업자득이 어디 있나"라며 이같이 일갈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 대통령이 이제 와서 뒷북"이라며 "노란봉투법 만들 때부터 수없이 경고했다. '노동쟁의 범위가 무한대로 늘어날 것이다' '기업이 투자도 마음껏 못하게 될 것이다' 야당은 물론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우려했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권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국민의힘에서는 "자신이 만든 법의 해석을 두고 노조와 맞서는 기이하면서도 자기 모순"(조용술 대변인) "대통령이 기업정책, 노동 정책에 대한 생각을 유불리, 이해관계 따라 매번 호떡 뒤집듯 바꾸니 국민과 기업만 병든다"(나경원 의원)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영업이익 배분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업 매출에서 계약에 따른 의무 지출을 뺀 나머지가 영업이익이다. 국가에 낼 세금과 은행에 갚아야 할 이자가 포함된 것"이라며 "여기에서 N%를 달라는 건 법인세도 가로채겠다는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또 이익은 남으면 주주한테 배분해야 한다. 주총에서 결정할 사안인데 미리 당겨서 성과급으로 챙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부연했다.

    노동계는 이 대통령이 영업이익 배분이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반발했다. 친여 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전날 "사안의 맥락과 내용을 따져보지도 않은 채 대통령이 '된다, 안 된다'고 단정적으로 잘라 말하는 것은 노사 간 자율적인 대화와 협상의 기회 자체를 막는 발상"이라고 규탄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노동쟁의의 기준을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영훈 장관은 이날 "노란봉투법 시행 초기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이나 오해 등이 없도록 빠르게 진행하겠다"며 노동쟁의의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