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탈북 전까지 한국군·주한미군 기밀정보 매주 1건 암호화된 메일로 보고받아北, 효용성 문제로 2006년 공작원 남파 중단…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다시 남파“좌우로 갈라진 남한은 대남공작의 마르지 않는 샘물… 北 공작원에겐 꽃비단길”
  • ▲ 지난해 10월 영국 BBC와 인터뷰 당시의 김국성 씨. ⓒ英BBC 관련보도영상 화면캡쳐.
    ▲ 지난해 10월 영국 BBC와 인터뷰 당시의 김국성 씨. ⓒ英BBC 관련보도영상 화면캡쳐.
    지난해 10월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YS정부 시절 북한 공작원이 청와대에 침투했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던 북한 정찰총국 대좌 출신 탈북자 김국성(가명) 씨가 이번에는 북한의 대남공작에 관해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을 밝혔다.

    김씨는 “좌우 이념 대립과 사회 갈등이 심한 최근의 남한사회는 대남공작 측면에서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원천이며 북한 공작원들에게는 꽃비단길 같다”고 주장했다.

    “탈북 전까지 일주일에 한 건씩 남한 기밀정보 이메일로 넘어와”

    2014년 중국을 통해 탈북한 김씨는 지난 13일 ‘주간조선’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정찰총국에서 근무하던 시절과, 당시 북한 공작원들의 국내 인사 포섭 등에 관해 밝혔다. 자신이 탈북하기 전까지 “일주일에 한 건씩 한국 기밀정보가 암호화된 이메일로 북한에 넘어온 것을 봤다”는 것이다.

    정보에는 비무장지대(DMZ) 과학화 경계 시스템 및 해·강안 감시에 사용하는 열영상카메라와 관련 기술자료 일체, 합동참모본부의 핵심 군사자료, 경기도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 관련 자료들이 포함돼 있었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인터뷰에서 “지난번 특전사 현역 대위가 북한에 기밀정보를 빼 주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고 반문한 김씨는 “합참의 핵심 군사기밀자료, 평택 미군기지 관련 자료도 간접적 방법으로 건당 1만2000~1만5000달러(약 1550만~1940만원)를 주고 공작해 북한으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공작 임무를 수행한 사람은 오세현”이라고 밝혔다.

    오세현은 이처럼 우리 측 군사기밀을 빼가는 공작에 성공해 ‘영웅 칭호’를 받았다는 것이 김씨의 전언이다. 오세현은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민무력부장을 맡았던 오극렬의 차남이다. 김씨는 “내가 노동당 작전부에 최초 공작기구를 조직하고 공작원으로 추천해 받아들인 게 오세현”이라고 설명했다.

    “北, 남한사회 주도할 수 있는 사회적 근간 이미 만들어 놨다”

    “요즘도 남파 공작원이 있느냐”는 매체의 질문에 김씨는 “북한은 2006년 남파 공작원 파견을 일단 중지했다. 더 파견할 가치가 없어서”라면서 “북한은 남한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사회적 뼈골간(근간)을 이미 만들어 놨다”고 밝혔다. 사회 하부조직뿐만 아니라 국회를 비롯해 청와대와 정치권, 국방부 등 요충기관에 직파 간첩과 포섭한 남한 사람들을 침투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다 김정은이 2009년 정찰총국을 조직한 뒤 2012년부터 다시 남파 공작원을 보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그 해 많은 공작원이 남한에 침투했다. 유엔 기구에서 활동하던 공작원도 이때 남한에 침투했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남한 시민단체 상당수가 북한에 장악됐다”고 말한 것과 관련, 김씨는 “민주조선·자주시보·김정은연구위원회·주체사상연구위원회 등 우리 동포 돕기 운동 및 우리민족끼리 구호를 내거는 수많은 단체들은 북한이 추구하는 대남전략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북한 정보기관에는 남한 법률연구소가 있는데, 남한 헌법에 딱 맞는 방법을 찾아 공작하고 투쟁하니 남한정부도 어찌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자주시보가 싣는 내용을 보면 어떤 면에서는 노동신문을 훨씬 능가한다”고 덧붙였다.
  • ▲ 비무장지대(DMZ) 인근 GOP 일대를 감시하는 과학화경계시스템 통제실. 여기에 쓰는 열영상 감시카메라 관련 기밀이 북한에 넘어갔다는 게 김국성 씨의 주장이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비무장지대(DMZ) 인근 GOP 일대를 감시하는 과학화경계시스템 통제실. 여기에 쓰는 열영상 감시카메라 관련 기밀이 북한에 넘어갔다는 게 김국성 씨의 주장이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현재 상황, 내가 2009년 기획한 ‘남조선 정치예속화 전략’대로 흘러가”

    김씨는 현재의 남한 상황이 자신이 2009년 기획해 김정은에게 보고했던 ‘남조선 정치예속화전략’에 따라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이 전략은) 70년 (대남공작) 역사 속에서 우리(북한)가 진행했던 지하공작 토대와 핵무력에 기초해 남조선의 정치예속화를 실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라며 “내가 이 전략을 기안해 김정은에게 보고했고 김정은이 직접 사인을 했다. 대단히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남조선 정치예속화전략’의 세부 내용과 관련, 김씨는 “문재인정부 때 봤듯이 좌파단체가 자유·민주·인권 등을 갖고 투쟁하는 것을 밥 먹듯 하지 않았나. 그때 물밑에서는 대남기관이 알게 모르게 작동한다”면서 “이것이 바로 정치예속화의 주춧돌”이라고 설명했다. 

    대남 지하공작과 공식적인 남북교류협력 등을 명분으로 내세운 ‘통일전선사업’을 병행하는 것이 전략의 기본이라고 김씨는 설명했다.

    김씨는 특히 인터뷰에서 “좌우로 갈라진 남한사회의 이념갈등, 사회갈등, 빈부격차 등은 대남공작의 마르지 않는 샘물의 원천과 같다”고 평가했다.

    “돈으로 회유할 사람, 약점 파악된 사람, 그리고 여성에 약한 사람 포섭”


    남한사람 가운데 포섭 대상은 어떻게 고를까? 김씨는 “(포섭)공작에 앞서 사람들을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돈으로 매수가 가능한 사람, 처지를 놓고 말로 회유할 사람, 흠을 잡아서 멱(목)을 꿰야 할 사람으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북한에 서너 번 드나든 사람은 여성공작(성적 유혹)에 넘어간 사람들”이라고 설명한 김씨는 “특히 위험한 것은 목사·정치인들이다. 해당 처방이 내려와서 (여성공작을 당한 뒤) 벙어리로서 알게 모르게 충성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포섭된 사람 가운데 정치권 인사도 있느냐”는 매체의 질문에 김씨는 “부들부들 떠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씨가 BBC와 인터뷰 한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 명이 방송에서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자신을 폄하하고 모욕했다고 한다. 이때 김씨와 그 가족들은 모두 잠들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실제로 정치권에 첩보원을 심는다면 우선 국회의원보좌관부터 흡수하면 된다. 그때부터 국회의원은 알게 모르게 적(북한)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섭한 남한사람을 간첩으로 교육할 때는 북한에 한 번 데려갔다 오면 된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었다. 대부분은 집단주의를 처음 경험하면서 국가와 노동당의 강력한 힘에 빠져 든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남파간첩보다 더 ‘빨간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들에게 김정일이나 김정은에게 충성의 편지도 쓰게 했다고 한다.
  • ▲ 지난 5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대통령실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지난 5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대통령실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현재도 활동 중인 거물간첩 ‘김남희’… “北공작원들에게 최근 남한 상황은 꽃길”

    김씨는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 시절 폭로했던 청와대 침투 간첩 ‘박명수’와 아직도 현역으로 추정되는 거물 여간첩 ‘김남희’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김씨는 문재인정부 때 국정원이 "YS정부 시절 ‘박명수’라는 간첩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부인한 것을 두고 “응당히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김씨는 박명수가 청와대 파괴공작 등을 하지 않은 이유를 “북에서 ‘남조선 해방의 길에 나선다. 작전개시’라고 했을 때 쏘는 것”이라며 “간첩 하면 다들 넥타이 맨 사람을 떠올리는데 내가 냉난방 공조기술자라고 하니까 다들 입을 봉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김남희’와 관련해서도 설명했다. 김남희는 노동당 35호실(옛 대외정보조사부) 소속이다. 35호실은 과거 대한항공 폭파사건과 미얀마 아웅산에서 테러를 했던 곳이다. 

    “김남희는 이제 나이가 60세쯤 됐을 것”이라고 소개한 김씨는 “그의 담당관은 정찰총국 5국 3과 부과장을 맡고 있는 주철문”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전에 침투했던 여간첩 이선실을 보지 않았나”라며 “최근 북한 공작원들에게 있어 남한 사회는 꽃비단길과 같다”고 강조했다.

    전직 정찰총국 대좌가 제안하는 대북전략 “무시하고 강하게 대응하라”

    김씨는 윤석열정부에 북한의 대남전략에 대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북한과 김정은을)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며 “대신 한미동맹 강화, 한중관계의 발전으로 맞서야 한다”는제언이다. 

    또한 현재 북한 관영매체들이 남한 정치인들과 관련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처럼 “노동당 전원회의 한다고 김정은 얼굴을 (남한 매체에) 크게 비춰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들 뇌리에 김정은의 존재를 뚜렷이 각인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북한 핵전략과 관련해서는 “북한 핵 억제력의 본질은 김정은 세습체제의 장래를 담보하기 위한 데 있다”며 “김정은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북한의 핵무력은 남한의 정치예속화를 무력으로 담보(뒷받침)하고 종국적으로는 적화통일을 위한 최종병기로 사용할 것”이라고 김씨는 강조했다.

    이어 김씨는 “대한민국은 잘 먹고, 잘 입고, 잘 쓰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자유로운 국가라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며 “핵무력으로 남한을 때리려고 하면 (남한이) 멍멍 짓다가 살기 위해 결국 머리를 숙일 것이라는 게 정치예속화의 핵심이다. 

    김씨는 그러면서 대북 평화정책은 구걸정책이고 비핵화 실현을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자 정치인들의 기만술”이라고 비판했다. “미국도 못한 (북한) 비핵화를 (한국이) 어떻게 이룩할 것이냐”는 것이다.

    김씨는 또 최근 김정은이 리선권을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 최선희를 외무상에 기용한 것을 두고 “이걸 보고 ‘대화를 위한 협상용 아니냐’고 군불을 때던데, 아니다”라며 “북한은 어떤 개인이 장관이 됐다고 시책이 바뀌는 집단이 아니다. 누가 되든 당에서 놓아준 길에서 0.01밀리미터라도 차이가 나면 곧장 목을 잘라 버린다”며 비핵화 대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