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같은 부패·경제 범죄만 한시적으로 허용…송치 사건, 범죄 더 나와도 수사 불가법조계 “기존 민주당 주장을 유예한 것일 뿐 문제점 그대로…‘검수완박’ 위헌성 해소 못 해”
  • ▲ 지난 22일 여야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검수완박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국회 공동취재단.
    ▲ 지난 22일 여야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검수완박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국회 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이하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주장 시행을 유예한 것일 뿐 위헌성 등 문제점은 그대로”라는 평가를 내놨다고 조선일보가 23일 전했다.

    검찰, 4개월 내 공무원 부정부패·경제비리 빼고 사건 모두 경찰로 넘겨야

    신문은 이날 기사에서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 합의안’의 여러 문제점을 설명했다. 검수완박 중재안대로 입법이 진행될 경우 검찰은 4개월 동안의 유예기간이 지난 뒤에는 뇌물 수수 같은 공무원 부정부패나 대장동 사건, 성남FC 후원금 의혹,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변호사비 대납 혐의와 같은 경제비리 사건만 수사할 수 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와 ‘월성 원전 경제성 보고서 조작 사건’ 같은 공직자의 직권남용 수사는 못하게 된다. 해당 사건은 각각 서울동부지검과 대전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피해자 범위가 넓고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검수완박 중재안은) 수사를 중단하라는 이야기와 다름없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월성원전 경제성 보고서 사건 수사도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필요한데 검수완박 중재안대로 입법되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정권을 운영하는 공직자들에 대한 사정 역량이 급격하게 쪼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고 신문은 전했다.

    檢, 선거법 위반·방산비리·대형참사 사건 수사서도 손 떼야 돼

    검찰은 선거 관련사건 수사에서도 손을 떼게 된다. 선거 관련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면 당장 ‘청와대의 울산광역시장 선거개입 사건’부터 경찰 손에 넘어간다. 선거 관련사건은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하고 법리적용이 복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22일 “6.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선거 관련)수사를 못 하게 하면 그 혼란을 어찌할 것이냐”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 관계자는 “선거 사건 일체를 당장 경찰에 넘기면 수사에 상당한 공백이 있을 것”이라며 “경찰은 검찰보다 국회의원 등 정치권의 외압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선거 관련사건 수사가 정치권력에 휘둘릴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방산비리나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건에 효율적인 대처가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초동 단계부터 검경 합동수사를 하는 것이 효율적인데 (검수완박) 중재안은 원천적으로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놨다”고 지적했다.

    경찰 송치한 사건 관련해 새로운 범죄혐의 발견돼도 수사 못 해

    중재안은 기존의 민주당 ‘검수완박 법안’과 달리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직접 수사도 할 수 있게 했다. 여야는 이를 두고 “진일보한 부분”이라고 자평했다.

    이외에도 문제는 더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검찰이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범죄 혐의를 발견하더라도 수사를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한 검사는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범죄수익 은닉, 무고, 위증 등의 새로운 혐의가 발견되더라도 앞으로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12조 3항과 16조에서 체포·압수수색·구속영장의 신청 주체를 ‘검사’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경찰로 그 주체를 옮기는 위헌성 문제도 여전히 남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검수완박 중재안은 검찰의 수사권 일부만을 한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지 어쨌든 직접 수사권을 폐지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