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고소·고발 20건 넘어… "방어 차원 아닌 '비판 차단용'으로 법 이용해" 비판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경제 비전선포식을 하고 있다.ⓒ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경제 비전선포식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폭로했던 이병철 씨의 사망과 관련, 이 후보의 고소가 사망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 후보가 고소·고발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한 추가 녹취록이 있다는 발언이 이씨의 지인에게서 나왔을 뿐만 아니라 "이를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두렵다"는 이씨의 언급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최근 "한강에서 시체로 발견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확인 결과 이 후보가 2010년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이후 진행한 고소·고발 건은 최소 22건이다. 확인된 것만 따져도 1년에 2건은 고소·고발한 셈이다. 법적 대응의 대상 역시 가리지 않았다. 기자와 언론사, 정치인, 유튜버, 네티즌뿐 아니라 지역 유권자와 친척도 대상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이 후보가 법적 대응을 '정당한 방어' 차원이 아니 자신을 향한 비판이나 합리적 의혹 제기를 차단·봉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2017년 19대 대선 경선 때 '대선주자 국민면접'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후보를 '고소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에 '고소'로 맞대응

    이 후보는 2012년 ‘나눔환경 특혜 의혹사건’을 보도한 서울신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신문은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야권 연대로 당선된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이 연대했던 통합진보당의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 핵심 인사들이 설립한 ‘나눔환경’을 성남시 청소용역업체로 선정해 특혜를 준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이 후보의 소송에 기각 판결을 내렸다.

    같은 해 이 후보는 이덕수 당시 성남시의원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하고 1억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던 이 의원은 성남시의회에서 이 후보와 판교 철거민의 몸싸움을 언급하고, 이 후보 부인의 관용차 이용 의혹 등을 제기했다.

    2013년 이 후보는 SNS에서 자신을 '종북세력, 정신 나간 시장' 등으로 비하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를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2014년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막말과 언론관'을 제목으로 막말파일을 보도한 성남일보 모동희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성남일보의 행위는 고소인 이재명에 대한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며 무혐의 처분했다.

    2014년 11월애는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및 성남시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채널A와 뉴스특급 출연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또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와 출연자, 제작책임자 등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같은 해 3월 이 후보는 국가정보원의 정치사찰 및 지방선거 개입으로 피해를 봤다며 정부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또 같은 해 2월에는 국정원법 위반으로 남재준 국정원장 등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형사고소하기도 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경제 비전선포식을 하고 있다.ⓒ뉴시스
    정치인 고소·고발도 빈번

    같은 달 이 후보는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시장이 행사에 직원을 동원하기 위해 경품권을 배부하고, 기공식에서 경품을 무차별 제공했으며 출판기념회에 공무원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주장한 이채익 의원을 고소했다.

    같은 해 5월에는 여러 사안을 놓고 출동을 빚어온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고소했다. 당시 이 후보는 변 대표가 SNS·수컷닷컴·미디어워치 등에 올린 이 후보 관련 발언과 기사 등을 문제 삼았다.

    이 후보는 2015년에는 한 보수단체 '사이버감시단장'으로 활동한 김모 씨를 고소했다. 2014∼15년 여러 차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 시장을 비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김씨는 '북 사이버 댓글팀 200명 국내 인터넷서 암약'이라는 제목의 트위터 글을 올리며 "이들이 박원순·이재명 선거도 도왔다"고 주장했다.

    지역 유권자와 친척도 예외 없어

    이 후보는 같은 해 시청사를 찾은 민원인 70명가량을 특수건조물침입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재개발 아파트의 추가 부담금에 따른 대책을 요구하며 시청을 항의방문한 시민들이었는데, 시청 로비 무단 점거를 이유로 고발 당했다.

    2016년에는 '이재명 총살' 위협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린 최초 작성자 강모 씨와 이를 SNS에 공유한 서울 노원경찰서 김모 보안과장 등 24명을 모욕죄·협박죄·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분당경찰서에 고소했다.

    같은 해 이 후보는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친조카를 고소하기도 했다. 자신과 친형 간의 갈등상황을 SNS에 게시한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이 후보의 조카는 페이스북에 "2016년 당시 이재명 씨가 명예훼손으로 저와 어머니를 고소했다"며 "저희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고소인 측에서 취하했다. 소송에 의한 피로도를 높여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수법이 아닐까"라는 글을 남겼다.

    같은 해 이 후보는 "메르스 정보 공개, 정부 ‘뒷북’ VS 지자체는 ‘오버"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문화일보를 ‘메르스 괴담 유포’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2017년에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TV조선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자신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TV조선은 '서민 시장 이재명… 알고 보니 철거민·시의원에 막말'이라는 제목으로 이 시장이 2011년 판교 철거민을 폭행하며 철거민들에게 욕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에는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제기한 당시 바른미래당 김영환 전 경기도지사 후보와 여배우 김부선 씨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이 후보와 조직폭력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회사 대표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고, 1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후보는 7개월 뒤 SBS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및 정정보도청구소송을 취하했다. 당시 이 후보는 "조폭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법적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7월 자신의 '백제' 관련 인터뷰 발언를 인용해 "이 지사가 지역감정까지 꺼내들었다"고 보도한 시사주간지 기자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야당 원내대표도 고발

    지난해 9월 이 후보는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윤창현 의원, 장기표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김 원내대표가 낙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는 이유였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대장동 공영개발사업을 기획한 핵심으로 유동규 씨를 거명하며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이 후보는 '단군 이래 최대 5503억원 공익 환수 이재명 주장 따져보니…' 기사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제기한 박국회 조선일보 기자와 해당 보도에 등장한 이충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재명 캠프의 최근 고발 건은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 고발이다. 이 후보 측은 지난 7일 " 김 의원이 최소한의 검증 절차 없이 단정적으로 발언한 것은 악의적으로 이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이라며 김 의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경북선대위 출범식에서 "이재명은 전과 4범에 쌍욕을 쉽게 하고, 자기 가족을 정신병원에 보내는 대장동의 주범"이라며 "뻔뻔스럽게 히죽히죽 웃는 이런 사람을 우리가 대통령으로 맞이할 수 있느냐.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