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의 능동구간 비행조종성·안정성 재확증…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측면기동 평가”北, 사거리 700km, 속도 마하 5 이상… 북한, 극초음속 활공체 개발 집중하면 DF-17급 만들 수도
  • ▲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5일 시험발사했다고 밝힌 극초음속 활공체 미사일.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5일 시험발사했다고 밝힌 극초음속 활공체 미사일.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지난 5일 발사한 미사일은 극초음속 활공체를 탄두로 탑재한 탄도미사일이었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6일 조선중앙통신에 밝힌 데 따르면, 이 미사일은 700㎞를 비행했다. 북한은 이 미사일의 극초음속 활공탄두 속도가 마하5(시속 6122㎞)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국방과학원, 5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진행”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6일 “국방과학원이 1월5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번 시험발사에서 미사일의 능동구간 비행 조종성과 안정성을 재확증하고,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에 새로 도입된 측면기동기술 능력을 평가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미사일은 발사 후 분리돼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의 비행구간에서 초기 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 방위각에로 120㎞를 측면기동해 700㎞ 떨어진 표적을 오차 없이 명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겨울철 기후조건에서의 연료 앰풀(Ample)화 계통들에 대한 믿음성(신뢰성)도 검증했고, 다계단(다단계) 활공도약 비행과 강한 측면기동을 결합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의 조종성과 안정성이 뚜렷이 과시됐다”고 보도했다.

    즉, 북한이 5일 발사한 미사일은 우주에 가까운 고도까지 올라가서 목표를 향해 경로를 수정한 뒤 1단 액체연료 로켓엔진을 분리, 이후 2단 극초음속 활공체(HGV, Hypersonic Glide Vehicle)가 자체적으로 기동하는 기술을 시험하며 목표에 명중했다는 말이다. 

    또 극초음속 활공체에도 추진체를 장착했고, 1단 액체연료 로켓엔진은 스커드 등 구식 미사일과 달리 산화제와 연료를 미리 담아 놓은 용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종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과 극초음속 활공체 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은 보통 극초음속 순항미사일과 극초음속 활공체미사일로 나뉜다. 북한이 지난해 9월28일과 지난 1월5일 발사한 것은 ‘극초음속 활공체미사일’이다. 

    중국군이 2019년 공개한 DF-17, 미국이 2018년 8월부터 개발 중인 AGM-183A ‘ARRW’, 러시아가 개발한 Kh-47M2 ‘킨잘(Kinzhal)’도 모두 극초음속 활공체미사일이다. 반면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현재 중국·러시아·미국·일본이 개발 중이다.

    극초음속 활공체미사일은 기존 탄도미사일 추진체에 MaRV(다중기동형재돌입체) 탄두처럼 생긴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붙인 형태다. 실제 비행 궤적도 성층권을 넘어 대기권 밖까지 나가서 1단 추진로켓을 분리한 다음 극초음속 활공체가 지구 중력의 영향을 받아 급가속하며 떨어진다. 이때 활공체에 장착한 추진체로 궤도를 수정해가며 목표를 타격한다. 

    반면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말 그대로 대기권에서 비행하는 미사일이다. 다만 그 속도가 마하 5~20에 이른다는 점이 다르다. 추진체도 극초음속용 제트엔진(스크램제트)을 사용한다.

    두 미사일은 큰 기술적 차이가 있다. 바로 비행 중 마찰열을 견딜 수 있는 소재 문제다.

    SR-71로 보는 극초음속 미사일의 기술적 문제
  • ▲ 미국 의회 회계감사국(GAO)이 보고서를 통해 설명한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활공체 미사일의 궤적 차이. ⓒ美GAO 보고서 캡쳐.
    ▲ 미국 의회 회계감사국(GAO)이 보고서를 통해 설명한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활공체 미사일의 궤적 차이. ⓒ美GAO 보고서 캡쳐.
    1998년 퇴역한 미 공군 정찰기 SR-71은 제원상 최고속도가 마하 3.3(시속 4040㎞)이었다. 실제로는 마하 3.5(시속 4290㎞)까지 속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미사일이 SR-71보다 느려 요격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SR-71이 퇴역한 뒤 알려진 데 따르면, 지상 26㎞ 고도에서 정찰비행할 때는 기체 온도가 240~330℃까지 뜨거워졌다. 일부 부분은 560℃까지 올라갔다. SR-71 기체는 보통 항공기에 쓰는 두랄루민(알루미늄·구리·마그네슘 등의 합금) 대신 티타늄에 바나듐·크로뮴을 섞은 합금을 사용했다. 덕분에 마찰열에 의한 기체 피로도를 대폭 낮출 수 있었다.

    북한은 물론 미국·중국·러시아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만들 때 이 ‘마찰열’ 문제를 가장 고심한다. 

    극초음속 활공체미사일은 탄도미사일처럼 대기권 바깥에서 목표를 향해 돌진하기 때문에 탄두가 대기와 마찰하는 시간이 몇 분 미만이다. 유인우주선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만 있으면 된다. 반면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대기권 내에서 수십분 이상 비행하면서 1000℃ 이상의 마찰열을 견뎌야 한다. 즉 요구되는 내열소재 기술 수준이 다르다.

    북한 극초음속 활공미사일 요격 가능?… 패트리어트 PAC-3로 어려울 듯

    북한은 지난해 9월 극초음속 활공미사일을 처음 발사했다. 당시 군 당국은 “우리 전력으로 충분히 탐지·요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개발 초기 단계로 실전배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군 당국이 이런 반응을 보인 이유는 당시 우리 군에 포착된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비행속도가 마하 2.5~3.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 미사일은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한 패트리어트 PAC-3로 충분히 요격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5일 발사한 극초음속 활공미사일의 속도는 마하 5였다. 북한의 내열소재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한편 우리 군이 보유한 패트리어트 PAC-3의 속도는 마하 4.1(시속 5022㎞), 요격고도는 약 20㎞다. 우리 군의 신형 요격미사일 천궁-Ⅱ는 속도 마하 4.5(시속 5512㎞), 요격고도 20㎞, 요격 사거리 50㎞다. 둘 다 북한 극초음속 활공미사일보다 느리다. 

    게다가 북한 주장대로라면 극초음속 활공체는 스스로 자세를 조정하고 기동까지 가능하다. 우리 군이 보유한 수단으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현재 북한군 극초음속 활공제를 요격하려면 최고속도 마하 8.2(시속 약 1만㎞), 요격고도 150㎞, 요격 사거리 200㎞인 사드(THAAD) 정도는 돼야 시도해볼 수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북한이 극초음속 활공미사일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마하 10(시속 1만2240㎞)까지 속도를 높인다면 사드로도 막을 수 없게 된다. 중국군의 DF-17 최고속도가 마하 10인데 “사드로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