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전두환 전 대통령 영결식…화장 후 연희동 자택에 임시 안치5.18 단체들 "면피성 발언으로밖에…남은 가족들이 진정성 보여야" 또 비난
  •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와 장남 전재국 씨를 비롯한 유족들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인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와 장남 전재국 씨를 비롯한 유족들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인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가 "남편 재임 중 고통을 받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5·18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이를 두고 5·18 단체들은 "떠밀려 한 사과"라며 반발했다.

    "남편 공직에 물러나고 많은 일 겪어… 자신의 불찰, 부덕의 소치라 했다"

    이씨는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전두환 전 대통령 발인에서 유족 대표로 추도사를 읽던 중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특히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진행된 영결식에는 부인 이 씨와 아들 재국·재용·재만 씨, 딸 효선씨, 며느리 박상아 씨 등 유족 50여명과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 전 씨의 사자명예훼손 재판 법률대리인 이양우 변호사, 전두환 정권 시절 실세로 꼽혔던 허화평 전 의원 등이 자리했다.

    이씨는 "돌이켜보니 남편이 공직에서 물러나고 저희는 참 많은 일을 겪었다"면서 "그럴 때마다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평소 자신이 사망하면 장례를 간소히 하고 무덤도 만들지 말라고 했다"면서 "화장해서 북녘땅이 보이는 곳에 (유해를) 뿌려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당시 상황에 대해 "11월 23일 아침 제 부축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시다가 갑자기 쓰러져 제 품에서 마지막 숨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부부로서 함께한 남편을 떠나보내는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고통 없이 편안한 모습으로 이 세상과 하직하게 된 것에 감사하다"며 "장례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시라"고 전했다.

    이대순 "한국 경제를 되살려 도약 발판 마련한 대통령"

    이씨에 앞서 추도사를 맡은 이대순 전 체신부 장관은 "임기 마치는 날 청와대에서 걸어 나온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선진조국 창조 비전 구현을 위해 일생을 헌신해 높은 실업률, 2차 오일쇼크 등 허우적거리던 한국 경제를 되살려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전 전 대통령이) 지극히 사랑한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업적을 바탕으로 선진국과 겨뤄 나간다"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의 시신은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장지가 정해질 때까지 연희동 자택에서 임시 안치된다. 전 전 대통령 유족들은 빈소 설치와 운구, 영결식, 장지 등 모든 절차를 자체 진행하고 있다. 가족장이 치러진 대통령은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5·18 단체들 "면피 발언일뿐… 위로 안돼"

    한편 이씨의 사과를 두고 5·18 단체들은 '의미가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5·18 기념재단은 "이씨의 한 마디가 5·18은 물론 그동안 고통받았던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진심으로 사과하려는 마음이라면 이후에 고통받았던 사람들이 수용할 만큼의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5·18 유족회 측은 "장례 과정에서 예의상 한 말이어서 면피성 발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가족들 모두가 사죄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