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노태우 전 대통령 유족 향해 "고인이 직접하지 못했던 사과 이어서 해 달라"기독교 집례 중 등장한 목사 "민중 볼모로 잡고 반공표방하며 전쟁정치 자행하면서 주권재민 가치 유린한 불의한 권력들"
  • ▲ 김부겸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 엄수된 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강민석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김부겸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 엄수된 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강민석 기자(사진=공동취재단)
    30일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서울 송파 올림픽 공원에서 엄수됐다.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의 추도사에는 고인에 대한 불만과 책망이 들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김부겸, 노태우 영결식서 유족 향해 "사과 이어가라"

    김부겸 총리는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 추도사에서 "노 전 대통령은 최대의 올림픽을 치렀고 세계에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줬다"며 "소련과 중국을 포함해 5년간 45개국과 수교하며 북방외교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추모했다.

    이어 "이를 기반으로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남북기본협의서 채택과 비핵화 공동선언 등으로 남북관계를 평화와 공존의 관계로 진전시키는 전기를 마련했다"며 "또한 토지공개념 도입으로 경제민주화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김 총리는 "그러나 노태우 대통령이 우리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큰 과오를 저지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가족께서 5·18광주민주묘지를 여러 차례 참배하고 용서를 구했다"면서도 "하지만 고인께서 병중에 드시기 전에 직접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만나 사죄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을 향해 5.18 등에 대한 '사과'를 계속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오늘의 영결식은 고인을 애도하는 자리이자 새로운 역사, 진실의 역사, 화해와 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의 자리가 돼야 한다"며 유가족들에게 "과거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에 끝까지 함께해주시라. 그것이 고인을 위한 길이자 우리 민족사의 먼 여정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국가장의 의미와 국민들의 마음을 잊지 마시고 고인이 직접 하지 못했던 사과를 이어가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인의 영결식을 생중계로 지켜본 네티즌들은 김부겸 총리와 노재봉 전 총리의 추도사를 비교하며 "고인이 가는 길에 장례위원장이 품격도 없이 꼭 이렇게 재를 뿌려야만 하겠나"라며 "좌파들은 하나같이 남의 장례식장에 와서 욕하고 가는 것이 기본"이라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김부겸은 박원순의 40년지기로, 박원순 피해자에게 '피해호소 고소인'이라고 했다가 사과한 전력이 있다"고도 되짚었다. 또 "장례위원장인 김 총리는 공도 조금 언급하고 나머지는 사과하지 않고 가서 불만스럽다는 내용을 얘기했다"며 "이게 무슨 애도의 장례식인가"라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어진 불교·기독교·천주교·원불교 등 4대 종교 의식 가운데 기독교 집례 중에 등장한 한 목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실을 규명하고 양심과 진리가 이끄는 역사의 부활을 꿈꾸며 용서와 화해의 자리로 나아가기 위한 선한 노력들이 거듭해서 좌절되고 있는 오늘, 사죄의 마음을 남긴 고인의 죽음을 계기로 전두환 씨를 비롯한 집단살해의 주범들이 회개하고 돌아오게 해달라"고 말했다.
  • ▲ 노재봉 전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 엄수된 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강민석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노재봉 전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 엄수된 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강민석 기자(사진=공동취재단)
    그러면서 "민중을 볼모로 잡고 반공을 표방하며 전쟁정치를 자행하면서 주권재민의 가치를 유린한, 모든 불의한 권력들은 하나님의 입김에 시들고 지는 한낯 풀이나 마른 꽃과 같은 존재요, 하나님으로부터 버려진 타다 남은 재와 같은 존재"라며 "하나님께서 모든 역사 속에서 행하신 대로 한반도의 분단과 냉전을 강제하며 민중을 억압하는 권력자들을 모두 물리치시므로 구원받은 백성들이 환성을 올리며 기쁨으로 돌아와 하나되게 해달라"고 했다.

    노재봉 "6·29는 건국·산업화·흑자경제 전환 이은 선언"

    반면 노태우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노재봉 전 총리는 추도사를 통해 "서울올림픽 이전에 그 유명한 6·29 선언을 공표하신 것을 잊을 수가 없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노재봉 전 총리는 "세간에서는 그것을 두고 대선 승리를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각하께서 생각하셨던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노재봉 전 총리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6·29 선언에 대해 "그것은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이념,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성공, 전두환 대통령의 흑자경제 성과로 이어진 한국 사회의 구조의 변화의 길을 확인하는 선언이었다"고 평가하며 "'군 출신 대통령은 내가 마지막이야'라고 말씀하셨던 배경, 각하께선 이를 몸소 실현했다"며 생전 업적을 기렸다.

    올림픽 공원은 고인의 대통령 재임 기간(1988년2월~1993년2월) 성공적으로 개최한 '88서울올림픽' 업적을 상징하는 무대여서 영결식 장소로 정했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친지를 비롯해 장례위원장 김부겸 국무총리, 장례집행위원장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장례위원, 국가 주요인사, 주한외교단 등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 후 전해철 장관의 약력 보고, 김 총리의 조사, 노 전 국무총리의 추도사, 종교의식 등 순으로 이어졌고, 추모공연에는 테너 임웅균과 가수 인순이가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애곡이었던 88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불렀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앞서 발인은 오전 9시 빈소가 마련됐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이후 고인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별세 직전까지 머물렀던 서대문구 연희동으로 이동, 9시30분부터 30분간 자택 앞에서 유족 중심으로 노제(路祭)를 치렀다.

    이어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으로 운구했고 영결식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영결식 참석 인원은 고인의 뜻과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50인 이하로 최소화됐다. 영결식 장면은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영결식 후 오후 1시30분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절차를 진행한 뒤 경기도 파주 검단사에 유해를 임시 안치했다. 유해는 이후 파주 통일동산에서 안장될 예정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영결식에 불참했으며, 국민의힘의 이준석 대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6공의 황태자'라 불리는 박철언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 ▲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정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노제를 마치고 영결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강민석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정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노제를 마치고 영결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강민석 기자(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