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못 다루지만 훌륭한 분 많다"… '공천 자격시험' 이준석 간접 비판이준석 "우려 반영하겠다… 한기호 사무총장 중심으로 논의, 최종안 마련할 것"
  • ▲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공약 중 하나인 '공천 자격시험제'를 두고 당내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7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전화 인터뷰에서 선출직 공직자의 자격시험제와 관련 "국민주권주의의 대원칙과 맞지 않고, 설사 정당에서 공직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를 치르는 동안 공직후보자의 검증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며 자격시험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요즘 2030 청년 직장인 중 엑셀 못 쓰는 사람은 없다"고 전제한 이 대표는 "우리 당의 선출직 공직자라면 그런 능력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천권 자체가 국민의 몫, 시험제 도입 다시 생각해야"

    이와 관련, 김 최고위원은 "선출직은 시험제도에 의하지 않고 국민이 선출하도록 만든 제도로,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국민주권주의와 관련이 있다"며 "공천권 자체가 국민의 몫인데, 여기에 시험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자격시험제도가 자칫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최고위원은 "공부를 하지 못했거나 학습능력이 떨어져도 국민과 애환을 함께하면서 이를 정책에 반영해주는 역할을 하는 지도자를 많이 봤다"며 "적어도 민주주의가 확립된 문명국가에서 선출직에 시험을 치게 하는 것은, 저는 그런 예를 들어본 적이 없다. 깊이 다시 생각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에 가면 학교에 다니지 않은 분, 컴퓨터 근처에 가보지 못한 분도 선출직으로 훌륭한 분들을 여럿 뵀다"고 짚은 김 최고위원은 "일방적인 시험으로 걸러내겠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공천 심사 과정에서 시험을 보는 것은 어떠하냐'는 질문에 김 최고위원은 "그 과정도 마찬가지로 정부에서 선발하는 공무원시험처럼 해서는 안 된다"며 "유권자가 판단해야 하고 국민이 지도자를 온전하게 선택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추진하는 '대변인 토론 배틀'에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당직자를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에 대한 보상이라든가 연줄로 임명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방식"이라고 인정한 김 최고위원은 "토론을 잘하는 대변인도 필요하고, 국민과 함께 공감하면서 국민의 언어를 함께 말해주는 대변인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자격시험에 대한 우려 반영하겠다"

    이 대표는 선출직 후보자 자격시험에 관한 반대 목소리에 "우려를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 후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같은 경우 사무총장이 임명되신 만큼 아마 (한기호) 사무총장 중심으로 논의될 수 있게 할 것이고, 지금 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우려를 표시하는 단계다, 이 정도 생각하고 우려를 반영해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주재하는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직 인선과 관련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 당 지도부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회의에서 "이 자리를 빌려 최고위원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한 가지 말씀드린다"며, 정당에 최고위원이 도입된 배경은 '당내 민주주의 요구'에 따른 것임을 상기한 뒤 "앞으로 최고위가 당의 중심이 되고 당무 결정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에서 협의해야 하거나 결정해야 할 많은 일이 사전에 전부 다 공개되고 이미 발표된다면 최고위가 사실상 '형해화'되고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 그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 김 최고위원은 "앞으로 최고위 위상에 대해서도 당내에서 신경써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언중유골의 발언을 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비공개 회의에서 "언론을 보고 인선 사실을 알게 하려면 최고위가 왜 필요한가"라며 "우리가 가장 존중해야 할 것이 절차이고, 그게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제일 못하는 것"이라며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황보승희 수석대변인과 서범수 비서실장 등 일부 당직 인선을 사전에 발표한 것을 비롯해, 최고위 협의 사안인 사무총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등의 인선이 하마평에 오른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같은 날 의원총회 직후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