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검사·수사관 정원 미달, 전산 시스템도 미비… 검찰과 '유보부 이첩' 기싸움도 지속
  •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뉴데일리 DB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뉴데일리 DB
    검사 선발을 마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수사역량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규정된 검사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데다, 실무를 담당할 수사관 역시 정원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과 전산 시스템 역시 미비한 상태로 수사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과제가 산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둘러싼 검찰과 힘겨루기 등 정치적 논란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19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을 언급하며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최후의 만찬 그림을 보면 13명의 사람이 있다"며 "그 13명이 세상을 바꿨다. 저는 13명이면 충분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무학(無學)에 가까운 갈릴리 어부들보다는 훨씬 양호하지 않겠느냐"고도 덧붙였다. 

    김진욱 수사역량 '자신감'… 법조계는 '글쎄'

    김 처장의 이 같은 발언은 공수처의 수사역량을 우려하는 법조계 안팎의 목소리에 대응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지난 16일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1명 등 검사진 13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김 처장과 여운국 차장검사를 포함하면 검사 인원은 총 15명이다. 

    공수처는 처장과 차장검사를 포함해 총 25명 이내의 검사진을 꾸릴 수 있다. 이에 따라 부장검사와 평검사를 총 23명으로 구성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이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수사를 개시하게 됐다. 

    지난 19일 선발된 수사관 역시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당초 공수처는 4급 2명, 5급 8명, 6급 10명, 7급 10명 등 총 30명을 선발할 계획이었지만, 실제로 선발된 수사관은 5급 5명, 6급 9명, 7급 6명 등 총 20명에 불과했다. 

    검사진 중 수사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공수처가 발표한 명단을 보면 공수처 검사 중 검찰 출신은 4명에 불과하다. 판사 출신 1명, 변호사 출신은 5명, 공무원 출신이 3명이다. 

    더구나 공수처의 주된 업무가 될 고위공직자의 대형범죄를 파헤치는 특수수사 경험자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당분간은 권력형 범죄를 수사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변호사 출신 중에는 대형 로펌 출신이 많아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된 피의자들이 해당 법무법인의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에 나설 경우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실무에 필요한 사건사무규칙 제정과 전산 시스템 구축 역시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공수처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에 따르면 공수처는 형사사법포털(KICS·킥스)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 800여 건에 달하는 사건을 문서로 관리한다. '킥스'는 수사기관이 사건정보를 전산관리하는 데 쓰는 시스템이다. 

    '1호 수사' '헌법소원' 등 논란도 지속

    이런 상황에도 정치적 논란은 반복된다. 김 처장은 19일 공수처 '1호 수사'와 관련 "1호 사건은 우리가 규정하는 것이다. 떠넘겨받아서 하는 사건은 1호 사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두고 검찰과 공수처 간의 기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도권을 잡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출금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은 지난 1일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는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더라도 '기소권은 공수처에 있다'고 한 공수처의 주장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12일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면서도 "수사완료 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송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원지검에 해당 사건의 '수사' 부분을 이첩한 것이고 '공소' 부분은 여전히 공수처의 관할에 있다"는 논리다. 

    이 검사는 19일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재이첩 요청을 무시하고 자신을 기소한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 검사 측은 "공수처장의 재이첩 요청을 무시한 채 (자신을) 전격 기소한 검찰의 공권력 행사 등에 대해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