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소급적용은 위헌 우려" 알면서도… "부동산 부당이익 소급몰수" 추진"모든 공직자 재산 등록" 주진에… "9급 공무원이 무슨 정보로 투기하나" 논란
  • ▲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위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위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28일 당·정·청이 내놓은 '부동산 투기 방지대책'을 두고 '선거용 보여주기 쇼'라는 비판이 일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및 신도시 투기 의혹에 따른 국민의 분노로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 판세가 불리해지자 여권이 실효성도 없는 정책을 마구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는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공직자가 부동산 투기로 부당이득을 얻은 경우 ‘몰수처분을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직무대행은 "현행법으로도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 부당이익을 몰수하고 있고 이미 추진 중"이라면서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몰수를 위한 소급입법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당·정·청은 직급을 막론하고 모든 공직자가 재산을 등록하는 방안도 추가 입법하기로 했다.

    당·정·청은 부동산 투기 부당이익 몰수 소급적용과 관련해 일반적으로 범죄행위 시점보다 나중에 만들어진 법률조항을 소급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위헌에 해당한다면서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처럼 소급적용이 인정되는 입법사례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2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야단맞을 것은 맞으면서 국민 분노를 부동산 부패의 근본적 청산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 달라"며 이 같은 대책에 힘을 보탰다. 

    문 대통령은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7회 공정사회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면서 "이번 LH 사건을 철저하고 단호하게 처리하는 한편 부동산 부패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의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해 소속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직자와 기획부동산의 투기 행태를 엄정하게 처리해 달라며, 드러난 범법행위는 단호히 처벌하고 부당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야 할 것이라고도 주문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당·정·청 회의 바로 다음날 부동산 부패의 구조적·근본적 문제에 강력대응을 주문하면서 28일 논의된 방안들이 조만간 구체화할 전망이다.

    위헌적 대책 추진하면 헌법소원 등으로 반발... 실효성 떨어져

    하지만 '투기이익의 소급몰수' 등 위헌 소지가 큰 방안을 입법 추진할 경우 헌법소원 제기 등 반발이 커 실효성이 사실상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법조계 등을 중심으로 나왔다.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경변) 공동대표인 홍세욱 변호사는 29일 통화에서 "우리 헌법은 제13조 제2항에서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을 제한한다"며 "정부와 여당이 위헌 가능성이 매우 큰 '소급입법' 추진을 공언했다"고 비판했다.

    "소급입법 추진은 위헌… 법치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

    홍 변호사는 "2011년 4월 헌법재판소가 소급입법 방식을 적용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합헌 결정을 내릴 때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나중에 재산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몰수가 실제로 입법된다면 '재산 박탈을 충분히 예상했는지 여부'가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홍 변호사는 부연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또 "과반을 넘는 의석을 확보하여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입법권을 독점한 상황에서 ‘소급입법의 대상을 판단하는 권한’은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독점적 권한이 된다"고 지적한 홍 변호사는 "정부와 여당이 공익을 명분으로 헌법이 규정한 근대사회의 원칙들을 자의적으로 허물어뜨리는 것을 방치한다면 종국에는 '정부와 여당만이 필요로 하는 공익'을 명분으로 하는 사회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어떠한 경우든 소급입법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 평론가는 "법치주의의 원칙은 안정성과 미래예측성"이라며 "LH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부당이익을 몰수하는 방안을 소급입법하겠다는 것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재산등록 대상을 전 공직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도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인다.

    홍 변호사는 "실효성을 따져볼 때 과연 주민센터 9급 직원이 무슨 정보를 가지고 투기를 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김의겸 '흑석동 투기' 사태 등이 벌어졌을 때 정부가 엄정하게 처리했다면 과연 LH 직원들이 이처럼 어이없는 투기를 할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9급 공무원까지 재산 등록하라고? 선거 판세 뒤집으려는 꼼수"

    홍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번 정부에서 고위공직자 등의 투기 행위 등에 검찰을 탓하며 자기 편 감싸기를 하는 행위가 LH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투기 행위를 조장한 것"이라며 "전 공무원의 재산 등록에 필요한 어마어마한 행정력 낭비까지 고려한다면 선거정국에서 LH 사태라는 선거악재를 극복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공무원노조도 재산 등록 확대에 반발했다. 전공노 관계자는 "정부는 현재 22만 명인 재산등록 대상자를 15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인데, 가족까지 포함하면 그 범위가 얼마나 넓어지겠느냐"며 "결국 전 국민의 재산을 감시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투기로 부당이익을 취하려는 모든 부도덕한 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면서도 "정부의 후속조치는 모든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이자 하위직 공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꼬리 자르기'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부동산 관련 고급정보 파악에 가장 유리한 지위에 있는 고위공직자들이 투기 혐의가 없다는 것을 국민들은 이해하거나 납득하기 어렵다"며 "더구나 재산등록 의무 대상자인 고위공무원이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투기했을 리 만무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정부 조사의 경우처럼 셀프 동의서를 받아 진행하는 전수조사로는 부동산 차명거래 등 악성 투기를 밝혀낼 수 없다"고 지적한 이 관계자는 "결국 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하위직 공무원 재산등록은 이번 사태를 구조적 차원에서 해결하기보다 또 다시 하위직 공무원을 희생양 삼으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공공기관의 불법·일탈 행위를 전체 공무원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비난여론을 무마하려는 수작"이라고 평가한 뒤 "정부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을 중단하고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