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임기 중 사의 밝혔는데… 靑, 수용 배경-文 의중 설명 없이 "절차 따라 후임 인사" 간략 발표
  •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 윤 총장이 사의를 밝힌 지 한 시간여 만이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4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용 배경이나 현 사태에 따른 대통령의 의중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후 절차와 관련 "법무부에 사표가 접수됐고, 사표 수리와 관련된 절차는 앞으로 행정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차기 검찰총장 인사는 "법에 정해진 관련 절차 밟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입법 추진에 반대하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3시1분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박범계 장관은 오늘 오후 2시쯤 검찰총장의 사직서를 제출받았다"며 "장관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통령님께 총장의 사직 의사를 보고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尹에 "흔들리지 말라"더니 사의 만류 없어

    법무부 공지 14분 뒤인 3시15분,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의 사의 수용 발표가 나왔다. 사의를 만류하는 일 없이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현 정부를 비난한 것에 따른 불쾌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문 대통령의 사의 수용은 그동안의 모습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장관이 수차례 사의를 밝힐 때는 매번 만류했다. 임기 중 논란이 일어나도 '한 번 일을 맡기면 끝까지 신임하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일이었다.

    윤 총장의 경우 2년 임기 도중 떠났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윤 총장에게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며 소임을 다하라'는 메시지를 대리인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임기가 142일 남은 상태에서 사의를 즉각 수용한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의 심기 변화에 관한 설명은 없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해 12월 사의할 당시 "거취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명예퇴진' 모양새를 연출하도록 일조했다.

    정세균 "사의 대단히 유감… 정치 하는가 느껴"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 "대단히 유감스럽다. 제가 예상하지는 않았다"며 "제가 아는 한 (정부와) 전혀 사전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윤 총장이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 "최근에 윤 총장 행태를 보면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보다' 그런 느낌은 있었다"면서도 "자연인이 어떤 생각을 하든 그것을 탓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저는 공직자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금도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공직자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임명권자에 대해서 충실한지, 국민은 제대로 섬기는지 그런 부분에만 관심이 있다"고 전제한 정 총리는 "개인의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언급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