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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있어도, 여권에 불리하면 알아서 뺐다… KBS 김모 아나운서의 '편파방송'

'여당 편들기, 야당 조지기' 멋대로 방송… KBS노조 "초유의 아나운서 맘대로 편파방송"

입력 2020-12-23 15:09 수정 2020-12-23 18:44

KBS 라디오 뉴스를 진행하는 간부급 아나운서가 기존 원고에서 집권 여당에 불리한 내용을 세 차례나 생략한 채 읽은 사실이 드러났다.

2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 사실을 폭로한 KBS노동조합은 "해당 행위가 '방송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김모 아나운서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이번 일에 대한 감사에 착수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원래 기사에 있던 '봐주기 수사' 의혹 부분 생략"


KBS노조에 따르면 지난 19일 KBS 1라디오 오후 2시 뉴스를 진행하던 김OO 아나운서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속보를 전하면서 "이 사건은 명백한 봐주기 수사"라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발언을 생략하고 읽었다.

당초 취재기자가 쓴 원고에는 "(김웅 의원은) '정차 중 택시·버스 기사를 폭행한 사건 중에서 합의되었음에도 내사종결 않고 송치한 사례가 있다면, 이용구 엄호사건은 명백한 봐주기 수사다'라고 주장했습니다"라는 문장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김 아나운서는 이를 건너뛴 채 곧바로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발언을 소개했다.

게다가 김 아나운서는 김웅 의원 발언의 서술어를 '주장했다'에서 "힐난했다"로 바꿔 읽었다. 기존 원고에 있던 가치중립적 용어를, 트집을 잡아 거북할 만큼 따지고 든다는 뜻의 '힐난'으로 수정해 방송한 것이다.

김 아나운서는 이 차관의 폭행 사건을 요약한 단신 기사에서도 '주요 사실'을 자의적으로 삭제하고 방송했다.

기존 원고에는 "택시기사는 술 취한 승객이 행패를 부린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한 뒤 추후 조사하기로 하고 돌려보냈습니다"는 문장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김 아나운서는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했다'는 팩트는 생략한 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택시기사의 의사를 고려해 사건을 내사종결했다"는 원고는 그대로 살려 방송했다.

또한 김 아나운서는 권덕철 보건복지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거론한 야당 의원의 주장도 임의로 생략하고 읽었다.

기존 원고에는 "(권 후보자가) 2010년 4억1000만원에 산 강남구 개포동 대치아파트를 2018년 8억8000만원에 팔아 4억7000만원의 수익을 냈고, 2011년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2억1800만원에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취득해 2018년 2억9300만원에 팔았다"는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의 주장과 더불어 "특히 권 후보자는 세종시에 특별분양받은 아파트에 거주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취재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김 아나운서는 이를 생략한 채 "권 후보자가 2003년 사들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6년 만에 팔아 9억1500만원의 차익을 얻었다"는 서 의원의 발언만 읽었다.

"전형적인 '여당 편들기, 야당 조지기'로 보여"


이러한 사실을 지적한 KBS노조는 "민주노총 KBS본부노조 소속인 김 아나운서가 여당에 불리할 가능성이 큰 내용을 임의로 삭제·방송하고도 방송제작진에게는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았다"며 "KBS 역사상 듣도 보도 못한 '아나운서 제 맘대로 편파 방송사건'이 일어났다"고 개탄했다.

KBS노조는 "이는 여권을 향해 정식으로 문제제기한 야당 국회의원의 주장을, 트집 잡고 쓸데없이 따지고 든다는 뉘앙스로 왜곡하거나 깔아뭉개고, 장관 청문회 후보자의 관련기사를 자의적으로 삭제해 방송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여당 편들기, 야당 조지기'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김 아나운서는 더 이상 공영방송의 방송 보도를 해선 곤란할 것"이라며 "직무에서 배제함이 마땅하다"고 강조한 KBS노조는 "김 아나운서의 이런 행태가 방송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큰 만큼 양승동 사장과 김영헌 감사는 속히 이번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문제가 된 부분이 드러난다면 즉각 감사에 착수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 앞에 낱낱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아나운서 멋대로 원고 삭제‥ 업무방해 소지 있어"


KBS 아나운서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주장을 임의로 삭제하거나 수정해 방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무능경영의 소치인지, 정권편향의 소산인지 또는 둘 다인지 모르겠으나, 어느 쪽이든 양승동 사장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양 사장은 즉각적인 감사 요청에 나서고, 김영헌 감사는 즉각적인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특위는 "작성 기자가 엄연히 따로 있고, 데스크의 편집까지 완료된 원고를 담당 아나운서가 자기 멋대로 훼손하고 삭제한 것은 업무방해 또는 방송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견해"라며 "김 아나운서의 이런 행위는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공영방송 KBS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특위는 "또한 이런 행위는 KBS 뉴스 보도의 신뢰성에 대해 심대한 의구심을 가져오게 하는 프로답지 못한 행위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이러니 KBS수신료 폐지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을 KBS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과 비판에 대해 KBS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만 밝혔다.

구설에 오른 김 아나운서는 23일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태다.

▲ 지난 19일 방송된 KBS 1라디오 뉴스 원고 중 일부. ⓒKBS노동조합 제공

KBS "시간 관계상 문장 생략할 수도… '여당 편들기' 아냐"

한편, 김 아나운서가 정부·여당에 불리한 내용을 삭제하고 방송했다는 KBS노조의 지적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만 밝혔던 KBS는 23일 오후 장문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일부 언론이 사실관계 파악도 없이 성명서 내용을 그대로 인용 보도해 KBS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KBS는 "지난 19일 KBS 1라디오 2시 뉴스는 총 방송시간 5분으로 날씨를 포함해 9개의 단신뉴스가 편집됐다"며 ①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 ②야당, 이용구 법무차관… ③야당, 변창흠 후보자… ④야당, 권덕철 후보자… ⑤전(前) 유엔 인권위원장, 대북전단금지법… ⑥유엔 ESCAP 보고서 북한… ⑦코로나19 신규확진 1,053명…⑧정총리, 이번 주말이 거리두기… ⑨날씨(총예상시간 6분 42초) 같은 순으로 뉴스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KBS는 "담당 아나운서는 당일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는 등 엄중한 상황에서 편집된 순서대로 뉴스의 문장 전부를 낭독할 경우 큐시트의 예상방송 시간(6분 42초)이 실제 방송시간 5분을 초과해 ⑦·⑧번 코로나 관련 뉴스가 방송되지 못한다는 자체 판단을 하고, 앞서 배치된 뉴스의 문장 일부를 수정 또는 생략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KBS는 "수정 또는 생략된 뉴스에는 야당 관련 뉴스 외에도 '⑥유엔 ESCAP 보고서…'와 '⑦코로나19 신규확진...'도 포함됐으며, 결과적으로 후반부에 배치된 코로나 관련 뉴스인 '⑧정총리, 이번 주말이 거리두기...'까지 방송됐다"면서 KBS 직원이 특정한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뉴스 일부 문장을 생략한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KBS 신뢰 훼손하려는 내·외 시도에 깊은 유감"


이처럼 라디오 뉴스는 마지막에 고정적으로 날씨 기사가 방송될 수 있도록, 편집자와 협의 없이 아나운서가 방송 중에 문장 일부를 생략하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밝힌 KBS는 "이러한 사실관계 파악도 없이 일부 언론이 노조의 성명서 내용을 그대로 인용 보도해 KBS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논평을 통해 'KBS수신료 폐지'까지 언급했지만, 역시 성명서의 내용과 언론의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BS의 신뢰도를 훼손하려는 내·외의 시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KBS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심의평정위원회 등 사내 절차와 사규에 따라 규정 준수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라디오 뉴스의 경쟁력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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