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들 치열하게 백신 쟁탈전, 내달부터 접종… 우리는 내년 가을에나 접종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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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역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국내 우한코로나(코로나19) 지역감염 환자가 최근 일주일(18~24일)간 일평균 299.42명에 달하는 등 3차 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정부의 백신 확보 상황에 관심이 쏠린다.정부는 연말까지 3000만명 분의 백신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재까지 확보한 백신 물량이 전무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의 백신 확보 능력을 향한 의구심이 커졌다.의료계에서는 국내 백신 확보가 미국과 유럽 등에 크게 뒤쳐졌다며 정부가 백신 물량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24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백신과 관련해 협상이 늦어지거나 차질을 빚는 상황 없이 계획대로 일정에 맞춰 필요한 물량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며 백신 확보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전날 정은경 질병청 방대본부장도 "협상 중인 회사에 따라 속도와 차이가 있다"며 "어떤 기업과는 계약서를 검토하는 단계이고, 어떤 회사와는 구매 조건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선진국들, 치열한 백신 쟁탈전... 의료계 "접종 늦어질까" 우려정부는 지난 9월15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 분, 해외 백신업체와 개별협상을 통해 2000만명 분 등 총 3000만명 분의 백신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백신의 종류 및 제약사별 백신 확보 분량 등 세부사항은 다음달 초쯤 발표한다고 예고했다.이에 의료계 등에서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국내 백신 접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는 만큼 각국의 백신 쟁탈전도 치열하기 때문이다.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 백신 선두 개발사(괄호 안은 예방효과)는 미국 모더나(94.5%),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95%),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최대 90%, 평균 70%), 중국 시노백(12월 공개 예정), 러시아 가말레야국립전염병·미생물학센터(92%) 등이 꼽힌다.화이자는 올해 말까지 5000만 도즈, 내년에 13억 도즈 등 6억7500만 명이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의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화이자 백신의 90%는 이미 각국에서 선구매했다. 미국은 접종 6억회 분, 유럽연합(EU)은 3억회 분, 일본 1억2000만회 분, 멕시코 3440만회 분, 영국 3000만회 분 등이다.모더나는 내년까지 최대 5억1000만 명이 접종 가능한 양의 백신을 생산할 예정이지만, 역시 미국 등과 선계약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영국은 이르면 다음달 1일, 미국의 경우는 다음달 11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할 방침이다. 독일도 다음달 중, 스페인은 내년 1월부터 백신 접종에 들어갈 예정이다. -
- ▲ 24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정례브리핑에서 "백신과 관련해 협상이 늦어지거나 차질을 빚는 상황 없이 계획대로 일정에 맞춰 필요한 물량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며 백신 확보는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 설명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반면 우리 정부가 현재까지 확보한 백신 물량은 '0'이다. 우리 정부는 초기 백신은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상황을 지켜본 다음 백신 구입을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안전성 추후 고려하더라도 먼저 물량 확보해야"전문가들은 정부가 코백스 퍼실러티를 통해 확보하기로 한 1000만명 분의 백신도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코백스 퍼실러티는 일종의 협약기구인데, 여기에 속한 제조사들이 많아서 정부가 기계약금을 지불한 1000만명 분의 백신은 차후 제조사와 본계약해야 하기 때문이다.정부 계획대로 백신이 확보되지 않으면 국내 백신 접종은 내년 가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결국 백신 확보가 주요 선진국보다 뒤쳐진 상황에서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백신의 가격 및 유통 과정 등을 신중히 고려해 국내 상황에 맞는 효과적인 백신을 선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국내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백신 확보 시기, 물량 이런 것을 가능하다 불가능하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단 정부가 12월에 관련 내용을 발표하면 국내에서 실제 접종이 언제쯤 이뤄질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백신을 입도선매한 국가들은 내년 상반기부터 유행이 잦아들 가능성이 큰 반면 우리나라는 조치가 매우 늦어지고 있다"며 "백신 확보는 빠를수록 좋지만,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이 이뤄질 때까지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들이 복수의 백신 개발 제약사와 선구매 계약한 이유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서둘러 접종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관계자는 "코로나 감염 사태를 잠재울 유일한 수단이 백신뿐인 상황에서 백신 선구매는 보험과 마찬가지였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로 확보한 백신이 없다 보니 우려가 높아지는 것인데, 일단 정부가 계획대로 진행되는 중이라고 하니 믿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