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종전선언은 허황된 구호"…안철수도 "기가 막힐 일, 피가 거꾸로 솟아"
  • ▲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오후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직후 포옹하고 있다.ⓒ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오후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직후 포옹하고 있다.ⓒ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한이 지난 22일 우리 국민을 총살한 뒤 시신을 불태운 만행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거세다.

    문 대통령이 사건 하루 뒤인 23일 국제사회를 향해 종전선언을 강조한 것을 두고도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文, 굴종적인 대북 유화정책 펼치며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

    국민의힘 외교안보특별위원회는 24일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가 중대한 기로에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남북사무소 폭파 등 북한 도발에 항의는커녕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국방부가 이날 "21일 실종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모 씨에게 북한군이 총격을 가한 뒤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가운데 나왔다. 

    국방부는 북한군의 이씨 피격 사실을 22일 오후 11시쯤 청와대에 보고했다고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23일 오전 1시26분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에 한반도 종전선언을 강조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당한 것은 대북 경계태세에 다시 구멍이 뚫린 것"이라며 "또 정부의 일방적인 북한 눈치 보기와 굴종적인 대북 유화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다"고 짙타했다. "정부가 일방적 주장하는 종전선언은 우리 국민 한 사람의 생명도 구할 수 없는 허황된 구호"라고도 지적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앞서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안일한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은 박왕자 씨 사건 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한 것이 없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더욱 고도화됐고 인권문제도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달라진 것은 없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도 종전선언을 운운했다"며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시점을 두고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국방부의 보고를 받고서도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주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했어야 할 말은 공허한 종전선언이 아니라 북한의 인권만행, 우리 국민 살인에 대한 강력한 규탄과 그에 상응한 대응조치를 천명하셨어야 한다"며 "국민을 지킬 의지가 없다면 대통령 자격도 없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대통령도 알고 있었을 것, 기가 막힐 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낸 긴급성명에서 "책임자 처벌과 백배 사죄를 요구해도 시원치 않을 텐데 북측 인근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변명하는 군 관계자의 말을 듣고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라며 "더 통탄할 일은 청와대에도 보고돼 대통령도 알고 계셨을 상황인데도 유엔에 가서 종전선언 연설을 하셨다면 기가 막힐 일"이라고 개탄했다. 

    안 대표는 이어 "대통령은 이런 북한의 만행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고 계신가"라고 저격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문 정부의 대북정책 수정, 북한 규탄 요구 등의 목소리도 커졌다. 북한이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뒤 유화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음에도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강행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정의당도 이날 논평에서 "남북관계가 재차 경색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의 행태에 단호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해상이 뚫린 과정에서 안보무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군의 우리 국민 피격 사건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등 야권 의원들은 이와 관련해 국방부에 추궁을 이어갔다. 이번 회의는 국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이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해 이뤄진 자리였다.

    한편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모 씨는 21일 오전 11시30분 실종신고된 뒤 22일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국방부 측은 22일 오후 10시10분쯤 북한군이 이씨의 시신을 불태우는 불빛을 관측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