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경찰·법원·국회·댓글부대까지 총동원… 독재 때도 없었던 억압적 '입막음'중과실 명예훼손도 '징벌적 배상' 추진… "기자가 무슨 악덕기업인가?" 폐지해야
  • 지난달 20일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진보주의 통치자들이 그들 내면의 권위주의를 발산하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남 비판은 잘하면서 자기 비판은 못 참는다"고 현 여권의 행태를 꼬집었다. 기사는 △ 김정숙 여사가 해외유람을 다닌다고 비판한 중앙일보 칼럼에 대한 청와대의 고발 △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루머를 퍼뜨린 우종창 기자 구속 △ '민주당만 빼고' 칼럼 필자 임미리 교수에 대한 민주당의 고발 △ 탈북자 단체에 대한 정부의 압박 등을 사례로 들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건 약속은 포장에 불과하다(flagging)"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5일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김형아 호주 국립대 교수 칼럼을 게재했다. 제목은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한국에서 권한 남용이 규범화되고 있다"였다. 

    문재인 정부의 언론의 자유·표현의 자유 탄압이 이처럼 외국 언론에서도 연이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듯, 문재인 정부가 언론·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수단은 법과 제도 그리고 사법절차가 활용된다. 청와대와 정부여당 그리고 고위관료가 직접 나서서 사법절차에 의존한다. 당연히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이 동원된다. 

    채널A 한 기자는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우종창 전 월간조선 기자는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징역 8개월 법정 구속됐다. 국회도 언론과 정보통신 이용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추진하며 언론·표현의 자유 탄압에 나서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입막음'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인데 가짜뉴스라며 총공격"… 국민 대상 고소·고발 남발하는 여권

    집권여당이 국민을 상대로 고소·고발하는 일도 흔하다. 지난해 7월 'G20에서 사라진 대한민국'이란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려 청와대로부터 '가짜뉴스 주범'이란 지탄을 받았던 이종원 AforU(아포유) 대표는 "무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종원 대표는 8일 본지 통화에서 "당시 정부를 편드는 매체에서 팩트체크를 빙자해 제 영상이 가짜뉴스라고 압박하더니, 청와대에 제 주장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낸 이후로는 갑자기 뉴스에서 언급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청와대와 친여 언론이 합세해 자신을 공격하는 것에 크게 상처를 받고 올초 두달여간 유튜브 방송을 중단했다고 한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당시 당대표 명의로 이종원 대표를 고발했는데, 이유는 이종원 대표가 조국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이후 경찰에 한 차례 출석해 조사를 받은 이종원 대표는 "제가 이 정부의 '블랙리스트'가 된 것 같다. 조국 장관 본인도 아니고 제3자인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한 후부터는 말 한마디가 매우 조심스럽다. 언제든 구속될 수 있다고 마음을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국 전 장관·추미애 장관 등 전·현직 고위관료가 국민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거는 것 역시 현 정부에서 더 잦아졌다. 언론중재위원회가 발간하는 연도별 '언론관련 판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개인이 원고로 제기한 언론대상 소송은 총 144건으로, 17.4%인 41건이 '고위공직자'가 제기했다. 

    2016년에는 116건 중 고위공직자가 제기한 소송은 12건으로, 전체의 5.7%였다. 3년 사이 세 배가량 비율이 증가한 것이다. 또 최근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을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한 언론사뿐 아니라 해당 기사를 쓴 기자 개인까지도 고소·고발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기자들에게 모종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기자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특별취재팀' 등의 이름을 붙여 기사를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 추 장관 측은 최근 자신의 아들의 휴가미복귀 문제와 불륜설 등을 유포한 인터넷 블로그·카페 운영자 유튜버 총 23명을 고발한 사실이 국민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고위공직자' 고소 비율… 2016년 5.7% → 2019년 17.4% 

    실제 재판에서는 기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원고 승소로 끝나는 일이 드물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기자 개인에 대한 고소를 제한하는 민사·형사 규정은 없다. 지난 4월에도 편집국장 상대로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 승소한 형사판례가 있다"면서도 "다만, 이 사례는 피고가 '편집국장'이란 중요 직책에 있었던 경우로 다툼이 있는 상황인데도 피해자의 사진까지 기사에 게시해 법원이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했던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사실관계를 여러 방법으로 확인하고 취재와 관련이 있거나 기사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람들의 진술도 충분히 들은 후 보도했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실을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하다고 믿고 보도한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으므로 기자가 명예훼손죄로 처벌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라고 말했다. 기자에 대한 고소고발은 법적 실익보다는 협박을 통해 자신에 대한 비판보도 확산을 막겠다는 의중에 따른 것이란 얘기다.

    현재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추진하며 언론과 유튜버·네티즌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지난 6월 9일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며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에 법원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은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한다"며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에 공동으로 의견서를 내고 이 법 개정안의 폐기를 촉구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는데, 이 개정안은 정보통신망 이용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훼손 등 손해를 당한 경우 최대 3배까지 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이 좀 더 많은 신뢰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언론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에 대해 입장을 밝히길 거부했다.
  • ▲ 지난 2013년 1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전 대선후보에 대해
    ▲ 지난 2013년 1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전 대선후보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해 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 이사장은 1심에선 무죄, 2심에선 유죄를 선고받았다. ⓒ권창회 기자
    언론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 추진, 친정부 법원과 합세하면…

    이같은 여당의 움직임은 최근 사법부가 보인 친여 성향 판결과 결부되며 우려를 더한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2013년 1월 당시 민주통합당 전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다. 대통령이 되면 적화는 시간문제"라고 발언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내렸다. 

    1심 법원은 "이같은 주장은 시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는 공론의 장에서 거치는 논박"이라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표현의 자유를 넘은 명예훼손"이라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 대법원은 무죄를 최종 선고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후보자 토론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또 다른 특이점은 네티즌의 지원을 받는다는 데 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콘텐츠가 많이 생산되자 좌파 네티즌들은 그와 같은 동영상을 찾아 'Fake News'란 댓글을 달았다. 'Fake News'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해당 콘텐츠를 유해한 것으로 자동 분류할 때 활용하는 댓글 반응이라는 사실을 악용한 것이다. 

    "反文 동영상에 음란물 주소 링크, 고도화된 댓글부대"

    최근에는 '반문' 동영상 댓글에 유해 콘텐츠로 연결되는 웹페이지 링크를 다는 신종 수법이 생겼다. 이종원 아포유 대표는 "Fake News라고 댓글이 달리는 것은 차라리 귀여운 수준"이라며 "최근에는 음란 동영상으로 연결되는 웹페이지 주소가 자꾸 댓글에 올라온다"라고 본지에 말했다. 

    이종원 대표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해당 동영상이 다음 동영상으로 어떻게 넘어가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음란 동영상 링크를 댓글에 걸어놓는 것은 대단히 고단수"라며 "그렇게 되면 동영상 검색이 제한되는 등 노출 수준이 확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이종원 대표는 이어 "모멸감을 주는 악플이 달리는 것은 다반사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기분이다. 잡아갈테면 잡아가란 식으로 체념한 상태가 아니라면 버텨내기 어렵지 않을까. 요즘 진실을 얘기하려면 맨 정신으론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