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빈 후원금 최소 1억1000만원, 공시 안 해 회계누락… 국내 첫 해피빈 횡령 의혹… 네이버, 자료 제출 거부
  • ▲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단체인 '나눔의집'이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받은 억대 기부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상윤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단체인 '나눔의집'이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받은 억대 기부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상윤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단체인 '나눔의집'이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받은 기부(후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나눔의집은 해피빈으로 모금한 기부금을 국세청 결산 공시에 등록하지 않거나 자체 홈페이지 기부금 수입내역에도 기재하지 않았다. 사실상 회계처리하지 않은 셈인데, 확인된 금액만 1억1000만원에 달했다. 국내에서 네이버 해피빈 기부금을 횡령한 의혹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눔의집은 지난 5월, 경기도 특별점검에서도 후원금 횡령 등 운영상 위법사례가 적발됐다. 이들은 유령직원을 만들어 5300여 만원의 급여를 후원금으로 지급하거나, 외화를 포함한 후원금 1200만원을 전 사무국장 서랍 등에 보관해 경기도로부터 행정처분을 받고 경찰의 수사를 받는 중이다.

    2008년부터 받은 해피빈 기부금… 최소 1억1000만원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단체인 나눔의집은 2008년부터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후원금을 받았다. 

    해피빈은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기부 사이트다. 각종 사회복지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해피빈을 통해 자신들을 홍보하고 후원을 원하는 이들로부터 ‘콩’이라는 사이버머니를 받아 후원금을 모집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콩 1개 가격은 100원이다.

    제보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본지가 파악한 나눔의집 해피빈 후원금액은 현재까지 1억943만1300원이다. 이 금액은 나눔의집이 해피빈에 직접 올린 게시글과 나눔의집을 상대로 후원금반환소송을 제기한 측이 주장한 금액을 합한 것이다. 최소한의 해피빈 후원금액이라는 의미다.

    나눔의집이 직접 해피빈에 올린 게시글들은 현재 대부분 삭제된 상태지만, 일부 게시글을 확인한 결과 이들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모금한 '총 모금액'은 8926만1300원이었다. 연도별 모금액은 △2015년-1186만8600원 △2017년-1454만9500원 △2018년-1342만6500원 등이다.

    2019~20년 모금액은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반환소송 대책모임(대책모임)'의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김 변호사는 "반환소송을 진행하면서 나눔의집에 해피빈으로 후원했다는 후원자 2명을 만날 수 있었다"며 "이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나눔의집은 2019년부터 2020년 5월까지도 해피빈을 통해 최소 2017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후원자 A씨는 2017년부터 2020년 5월까지 매월 1만원씩 총 50만원을 후원했고, 다른 후원자 B씨는 2019년 한 해 동안 2000만원을 후원했다"며 "이 중 A씨가 2019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후원한 17만원과 B씨가 후원한 2000만원을 합하면, 나눔의집은 2019~20년 최소 2017만원을 후원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피빈 기부금' 공시 안 하면 현행법 위반

    문제는 나눔의집이 해피빈을 통해 모금한 후원금 1억1000만원을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눔의집과 같은 공익법인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의거해 연도말 총자산가액이 5억원 이상이거나 사업연도의 수입금액 등의 재산 합계액이 3억원 이상일 때 '결산서류'를 국세청에 공시해야 한다.
  • ▲ 나눔의집은 2018년 한 해 동안 해피빈으로 1342만6500원을 후원받았다. 2018년까지의 총 모금액은 8926만1300원이다. ⓒ네이버 해피빈 캡쳐
    ▲ 나눔의집은 2018년 한 해 동안 해피빈으로 1342만6500원을 후원받았다. 2018년까지의 총 모금액은 8926만1300원이다. ⓒ네이버 해피빈 캡쳐
    결산서류에는 해당 법인의 기본정보와 자산 구성, 기부금 수입·지출 등이 담긴다. 이를 통해 법인의 자금운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나눔의집은 국세청에 결산서류를 공시하지 않아 후원금을 어떤 경로를 통해 얻었고 사용했는지 등 자금운용 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

    나눔의집은 다만 매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으로 후원금 수입 내역을 공시했다. 자체 공시에 따르면, 이들의 지난해 수입은 총 36억9950만1592원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보조금 수익 △지정 후원금 △비지정 후원금 등으로 허술하게 나뉘었을 뿐, 해당 후원금이 해피빈을 통해 들어왔는지, 나눔의집 자체 계좌를 통해 들어왔는지 확인이 불가능했다. 결국 '해피빈 기부금'의 공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셈이다.

    지출 내역도 부실했다. 나눔의집이 게시한 지출내역 중 '사업비' 항목을 보면, 이들은 △재가방문사업 △기림행사 △일반행사 △여성가족부 공모사업 등 사업의 성격과 해당 사업들에 총 얼마가 들어갔다고만 표시했다. 정확히 무슨 사업에 어느 정도 금액이 지출됐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후원금 횡령' 최초 고발자도 "해피빈 기부금 몰랐다"

    나눔의집이 해피빈을 통해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은 지난 5월 '나눔의집 후원금 횡령'을 최초로 폭로한 내부고발자이 김대월 나눔의집 학예실장도 모르는 상태였다. 

    김 실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나눔의집이 해피빈을 통해 후원금을 수령하는줄은 전혀 몰랐다"며 "지난해부터 내가 (회계를) 맡았는데, 그런 게 있는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대책모임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해피빈을 통해 모금한 후원금은 나눔의집 간부들이 따로 유용하지 않았나 의심 중"이라며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2명으로, 이들 외에도 나눔의집에 해피빈을 통해 후원한 사람들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정의기억연대·나눔의집 사태를 통해 불투명하던 기부금 관행이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나눔의집 홈페이지의 해피빈 링크 주소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본지는 네이버에 나눔의집 해피빈 모금내역을 요청했으나 네이버는 '자체 규정 위반'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해당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기부금품법이나 관련 법안에 위반되는가'라는 질문에 네이버 관계자는 "그런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내부 정책상 (해피빈) 링크가 삭제된 곳은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