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수 서울중앙지검 검사, 29일 내부 통신망에 공개비판… 경실련‧참여연대 이어 반대 목소리 '들불' 확산
  • ▲ 서울중앙지검 소속 현직검사가 29일 내부 통신망에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공개 비판글을 올리면서 서초동에 반발 기류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윤
    ▲ 서울중앙지검 소속 현직검사가 29일 내부 통신망에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공개 비판글을 올리면서 서초동에 반발 기류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윤
    서울중앙지검 소속 현직 검사가 29일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검찰개혁안)과 관련해 "검사이기 이전에 법률가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현직 검사가 검찰개혁안과 관련,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가 이대로 검찰개혁안을 수용해 입법을 추진한다면 그동안 법무부와 대검찰청 간 긴장기류 속에서 숨 죽여온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김남수(43·사법연수원 38기) 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를 통해 이같이 비판하면서 "법률가의 양심과 상식적 이성을 걸고 법무부장관이 고검장에게 직접 지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공개질의했다.

    김 검사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고 임기가 보장되는 검찰총장보다 일선 고검장이 법무부장관의 지휘나 입김에 취약하지 않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일선 고검장에게 분산되고 고검장은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따른다'는 내용의 검찰개혁안대로라면 법무부장관의 검찰 개입이 빈번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취지다.

    김남수 검사 "개혁안, 비극적 결과 초래할 것"

    그러면서 김 검사는 검찰개혁안과 관련한 검찰개혁위 대변인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영훈 검찰개혁위 대변인은 앞서 복수 매체와 인터뷰에서 2016년 유럽평의회 권고안을 바탕으로 검찰개혁안을 만든 것이라며 "권고안으로 검찰 수사 독립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검사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홍보에 불과하다"며 "국제형사과 출신 검사로서 자신있게 말한다. 유럽평의회에서는 지속적으로 검찰 독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위원회에 참여한 현직 검사도 다 검찰개혁안에 동의했다"는 정 대변인의 발언에도 "(참여한 검사들이) 검찰 구성원으로서 검찰의 의견에 대해 위임을 받고 참석한 것이냐”고 되물으며 "위원회에서 어떤 의견을 내든 개인 의견이라는 전제를 반드시 달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검사는 "검찰개혁안은 검찰을 다수결의 원칙이 작동하는 대운동장으로 끌고 나오는 매우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법무부 관계자 분들이 이번 검찰개혁위 권고안에 대해 불수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참여연대 "권고안, '권한 분산' 취지에 역행" 

    김 검사의 글을 도화선으로, 검찰개혁안과 관련한 검찰 내부의 반발 기류는 더욱 거세질 조짐이다. 일선 검사들은 해당 글에 "검사로서 더이상 방관하거나 침묵하는 것이 답이 아님을 깨달았다" "권고안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등의 댓글로 동의를 표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가만 있어도 되겠느냐는 분위기"라며 "내부 통신망에 공개적인 글이 올라왔다는 것은 반대 공론화가 시작된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심지어 좌파 시민단체들도 검찰개혁안에 난색을 표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28일 논평을 통해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자면서 (도리어) 법무부장관에게 구체적 수사에 대한 지휘권까지 부여하고, 인사권까지 강화하자는 제안"이라며 "권한의 분산이라는 취지에 역행한다"고 반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권고안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려한다. 이런 안은 폐기돼야 마땅하다"며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검찰개혁의 장기적 비전을 생각했다면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부터 폐지해야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발 심상찮은데… 법무부, 개혁안 밀어붙일 듯

    그럼에도 법무부는 검찰개혁안을 수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는 검찰개혁위가 권고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지난 28일 "검찰총장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도록 개혁할 필요가 있다. 수사지휘체계 다원화 등 근본적 변화에 대한 논의인 만큼 개혁위 권고안 등을 참고해 심층적인 검토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권고안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총장의 권한을 모조리 법무부장관이 가져가겠다는 건데, 검찰이 가만히 있겠나. 내부 반발은 물론이고, 정치에 편승하는 쪽과 검찰의 독립성을 주장하는 쪽의 대립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대검은 검찰개혁안과 관련한 견해를 아직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