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표현의 자유' 자의적 해석으로 이재명 '구명'… 대북전단·왜곡금지법으로 '표현의 자유' 억압
  • ▲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성원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성원 기자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킨 역사적 의미가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이렇게 말했다.

    대법원은 선거운동에 포함되는 TV 토론회의 성격을 고려하면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 아닌 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토론회도 선거운동 과정의 일부인 만큼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는 취지다. 

    따라서 "친형을 강제입원시킨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답한 이 지사의 발언은 허위사실공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 파기환송에… "정치인에게 거짓말 할 자유 줘"

    이번 판결에서 이 지사의 발언을 허위사실공표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견(다수의견)과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는 의견(소수의견)이 7 대 5라는 근소한 사이로 갈렸다. 그만큼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는 뜻이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정치인에게 거짓말을 할 자유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는 끊임없이 화두에 오른다.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서 그랬고, 역사왜곡금지법(왜곡금지법)과 관련해서도 그랬다. 다만 이 지사 판결과는 방향성에서 차이가 있다. 

    이 지사 판결을 두고 여권은 "표현의 자유를 넓게 봐야 한다"고 했지만, 대북전단과 왜곡금지법을 두고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것은 규제해야 한다"며 좁게 해석했다.

    최근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 단체 중 하나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기는 한다"면서도 "접경지 주민의 생명과 재산권에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통일부의 조치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법률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왜곡금지법을 두고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법안은 일제강점기나 5·18광주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폄훼하거나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위를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고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한 고영주 변호사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지적이 제기됐다.

    정치적 잣대, 법 위에 군림하면 안 돼

    이들 사례를 살펴보면 이 대표의 말처럼 문재인 정부에서 "표현의 자유가 신장"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표현의 자유만 신장됐다는 의미인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인정돼야만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엿장수가 엿가락 자르듯 멋대로 재단해서 적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정치적 잣대가 법 위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 지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기사회생하게 됐다. 이 지사는 2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무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을 이어나갈 후보자인 이 지사를 구명해준 것이나 다름없는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