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다수결’도 ‘협치’라고 우기면 된다고?‘狹治’와 ‘協治’가 남북을 오가는 시절인데...이 나라 ‘국민’들 삶의 방식은 어떻게?
  • ▲ 국회의사당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구두를 던진 시민을 연행하는 장면.ⓒ연합뉴스
    ▲ 국회의사당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구두를 던진 시민을 연행하는 장면.ⓒ연합뉴스

    李 竹 / 時事論評家

      이른바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의 일이다.
      모(某) 야당 소속의 ‘잘 나가던 소설가’가 당시 ‘북악(北岳) 산장’을 향해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한다”고 비난하면서, “옛말에 염라대왕이 거짓말을 많이 한 사람의 입을 봉한다고 했는데, ‘공업용 미싱’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벌어진 일들은 기록에서 찾아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강산(江山)이 두 번 바뀌고도 두 해가 지났다.

      “21대 국회는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반드시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엊그제 ‘구개의사당’[口開議死堂 입이 열렸으되 토론은 죽은 집]에서 울려 퍼진 말씀이란다. 그 ‘협치’를 다섯 차례나 강조하셨다고.

      ‘협치’라고 했다. 어쩐지 새삼스럽지 않다는 느낌이 확 온다. 이미 ‘협치’와 함께, ‘법과 원칙’도 확고히 정착되어가고 있다는 수군거림이 커져만 가는데...

      “국회가 오늘 본회의를 열어 그동안 공석으로 남아있던 정보위원장에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선출했습니다. 이로써 민주당은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예결특위를 포함한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모두 독점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단다.

      “단일 추경[추가경정예산]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1000억원 3차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지 29일 만에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이 불참하고 정의당 의원 전원이 추경안 표결에 기권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3차 추경안을 처리하는 전례를 남기게 됐다...”

      항문 깊고 넓은 분들에 의하면, ‘민주주의’에서 ‘법과 원칙’의 핵심은 ‘다수결’(多數決)에 있다고들 하더라. 그래서 그런지 요 며칠 사이 ‘다수결’에 의해서 일사천리로 나랏일들이 처리되고 있다질 않는가.
      ‘구개의사당’(口開議死當)은 마침내 ‘문의(文意)의 전당’이 되었다는 ‘지지자’들의 환호도 들려온다.
      바야흐로 ‘협치[좁을狹 다스릴治)의 시대’가 그 위대(胃大)한 양반네들에 의해 두 번째 화려한 막을 올렸다. 그런데도...

      이 기막힌 시대에 ‘똥덩어리[똥합]당’의 못난 원내총무는 이런 어리석은 주문을 했다고.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고(故) 백선엽 장군 예우 논란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 달라.” 그러나...
     
      묵묵부답(黙黙不答). ‘지지자’들이 싫어하는 질문과 답변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단다. ‘국민’ 모두가 대상이 될 거라는 환상은 버리라고들 했다. 말마따나 ‘협치(狹治)의 시대’ 아닌가. 이렇게도 이어진단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선고됐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로 기사회생했다...”
      공개토론에서 나온 즉흥적인 답변은 새빨간 거짓말이라 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앞으로 재미있는 일들이 많아 질 듯하다. 바로 그날 어간에...

      “14일 신청한 박 전 시장 휴대전화 3대에 대한 통신영장이 ‘강제 수사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협치의 시대’니만큼 ‘나눌 분(分)’자가 들어가는 단어는 의미가 없지 싶다. ‘분열’(分裂), ‘분립’(分立), ‘분권’(分權) 등등...
      따라서 ‘삼권(三權) 분립(分立)’보다는 ‘삼권(三權) 화합(和合)’ 내지는 ‘협조’(協助)가 더욱 ‘협치’스럽고 꼬라지도 보기 좋다. 위에 나열한 시장님들의 사연들이야 당(黨)과 사법(司法) 간의 ‘협치’[화합할 協 다스릴 治] 아니던가. 물론 저들끼리 만의 ‘협치’(狹治)에 다름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협치’(協治)의 완결판은 남북 정권 간에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역시 옛말이 그르지 않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그 무슨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나니 더더욱 돈독해질 모양이다.

      “대화만이 남북 간의 신뢰를 키우는 힘입니다... 남북관계의 뒷걸음질 없는 전진, ‘한반도 평화’의 불가역성을 국회가 담보해준다면 ‘한반도 평화’의 추진 기반이 더욱 튼튼해질 것입니다. 역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들의 ‘제도화’와 사상 최초의 ‘남북 국회회담’도 21대 국회에서 꼭 성사되길 기대합니다...”

      여러 가지가 성사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법과 원칙’ 즉, 다수결(多數決)에 의해서... 이 나라 ‘국민’들이 뭐라고 씹어대든 ‘너네민족끼리’만... 글쎄, 이것 또한 ‘협치’(狹治)일세 그려.

      더군다나 이미 남북 정권 간의 ‘협치’에 대한 공감대가 튼실하게 굳어져간다는 증거들도 불현 듯 나타나고 있다질 않나. 북녘의 나팔수들이 며칠 전에 짖어댔단다.

      “이번 인사에서 이인영, 림종석 두 사람에게 거는 기대도 많다...”

      딱히 ‘180석’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협치’는 드디어 시대정신으로 굳어져갈 것만 같은 예감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아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가 곧바로 전개될 듯도 하단다.
      신비로워서인지 밀려올 쾌감(?) 때문인지 갑자기 눈앞이 아찔해진다고들 하소연이다. 그렇다면, 각종 ‘협치’가 난무하는 ‘협치 전성시대’에...

      이 나라 ‘국민’들은 어찌 살아가야 할까?

      그 엊그제 ‘문의(文意)의 전당’ 앞에 던져진 구두 한 짝, 그에 실려 허공에 날아갔다는 외침에서나 답을 찾아봐야 할런지...

      “위선자... 빨갱이를 당장 끌어내야 한다!”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