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우근 광주대 교수 6일 '6만8341명 참여' 탄원서 제출… "법적 근거 없는 탄원서, 고려할 여지 없어"
  • ▲ 정경심씨. ⓒ정상윤 기자
    ▲ 정경심씨. ⓒ정상윤 기자
    조국(55)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58) 씨의 추가 구속에 반대하는 탄원서가 법원에 제출됐다. 이 탄원서에는 총 6만8300여 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정씨가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낮다"며 "추가 구속영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들이 제출한 탄원서는 재판부의 추가 구속 결정에 영향을 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런 영향이 없다"이다. 탄원서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탄원서는 참고사항 정도로 고려할 수 있지만 탄원인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 정씨의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부의 구속 여부 판단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조정래·황석영·정지영·안도현·곽노현 등 탄원서에 서명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은우근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에 정씨의 추가 구속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인은 총 6만8341명으로, 은 교수 외에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와 조재건 변호사, 고일석 더브리핑 대표, 조정래 작가, 김초혜 시인, 황석영 작가, 정지영 감독, 안도현 시인, 홍성담 화백, 곽노현 징검다리 이사장 등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검찰은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에 정씨가 이를 인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정씨는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도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최초 구속 사유와 무관하고 추후 불구속으로 기소된 혐의들에 대해 추가로 구속을 연장하는 것은 사법 절차상 무리한 조치"라며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기를 희망한다"고도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이 탄원서는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접수실을 통해 형사25-2부로 인계됐다. 

    법원 관계자는 "5월6일자로 정씨 사건에 대한 탄원서 5권이 재판부에 접수된 것으로 전산상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다만 탄원서의 서명인 수와 구체적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탄원서는 재판부의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아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를 말한다. 재판에서는 종종 사건 당사자나 당사자의 가족·친지 등이 피고인의 가정환경이나 배경 등을 적은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한다. 이 같은 내용이 양형 사유에 참작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고인의 위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이 직접 선처를 바란다고 호소하면 재판부도 이를 무시하기 어렵다.

    "서명인 6만 명 아닌 60만 명이라도 효력 없어"

    그러나 민법상 효력이 인정되는 합의문과 달리 탄원서는 공식적으로 법적 효력이 없다. 근거가 되는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정해진 양식도 없다. 이 때문에 재판부가 탄원서 내용을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 특히 '조국 사태'처럼 국민적 관심을 받는 사건의 경우 탄원서가 재판부의 결정에 영향을 주기는 더욱 어렵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탄원서 서명인이 6만 명이 아니라 60만 명이라고 해도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탄원서는 법적 근거가 없어 증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이어 "(탄원서는) 재판부가 보는 참고자료 일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법조인도 "조국 전 장관 사건은 지난해 말 나라 전체를 뒤흔든 사건"이라며 "이런 사건에서 탄원서가 제출된다고 해서 재판부가 이를 고려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법원도 제출된 탄원서가 정씨의 추가 구속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 법원 관계자는 "탄원서 내용이 정씨의 추가 구속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혹은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정씨 측과 검찰이 모두 탄원서와 관련한 의견을 제출했을 것이고, 이들 의견과 정씨의 혐의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판부가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法 "탄원서, 추가 구속 결정에 영향 없어"… "정경심, 증거인멸 우려"

    다만 법조계에서는 정씨의 추가 구속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정씨가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주요 증인을 대상으로 한 신문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씨를 석방할 경우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정씨 재판에서는 정씨의 구속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한인섭 서울대 교수와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관계자 등 주요 증인의 신문이 예정돼 있다.

    형사소송법은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을 경우"를 구속사유로 규정했다. 또 불과 한 달여 전 정씨 측의 보석 청구가 기각된 상황과 현재의 사정 변경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부가 여전히 "증거인멸 우려가 많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조국 일가'의 각종 비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정씨는 지난해 10월24일 구속된 뒤 11월11일 사문서위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14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구속기간은 6개월이기 때문에 정씨의 구속만료 기간은 오는 10일까지다.

    검찰은 기존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포함하지 않았던 증거인멸 교사와 미공개 정보 이용, 차명 주식거래 등 혐의를 근거로 지난달 29일 추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8일 오후 3시까지 정씨의 추가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