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비핵화 합의 진전 없는데… 통일부,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110㎞ 일방적 속도
  • ▲ 남북 철도공동조사에 나섰던 우리측 열차가 2018년 12월 18일 오전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남북 철도공동조사에 나섰던 우리측 열차가 2018년 12월 18일 오전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4·15총선에서 여당의 기록적 압승에 탄력을 받아 남북 철도 연결사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북한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 전달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등 미북 교착관계가 여전히 심화한 상태여서 실제 추진까지는 '가시밭길'이 전망된다.

    통일부는 "오는 23일께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을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인정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통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조기 착공 여건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한반도 신경제구상' 실현을 위해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경제성 등 여러 평가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통일부가 남북협력사업으로 지정하면 국가재정법에 따라 면제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180석에 이르는 거대 여당의 뒷받침을 받으면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文-트럼프 대북지원 논의에 '찬물'

    그러나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외보도실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최근 우리 최고지도부는 미국 대통령에게 그 어떤 편지도 보낸 것이 없으며, 우리는 사실무근한 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미국 지도부의 기도를 집중분석해볼 계획"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유화적 제스쳐를 보냈다. 지난 18일 "좋은 메시지(nice note)를 받았다"며 김정은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고,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도 "따뜻한 편지가 왔다"고 언급하며 우한코로나 방역을 위한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북한이 외무성 담화로 이를 반박하고 나선 것은 한미가 공조하는 남북 평화기반 조성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상 1년 넘게 방치됐던 남북 간 철도 연결은 미북 간 '비핵화 합의' 진전 여부와 연동돼 있다. 남북 정상은 2년 전 4·27판문점선언을 통해 경의선·동해선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등을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데 합의했다. 

    같은 해 12월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까지 열었지만, 2개월 뒤 벌어진 '하노이 노딜' 여파로 후속사업은 진행되지 못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그동안 비핵화 협상과 관련 미국의 양보를 강조하며 대남 강경기조를 이어간다.

    총선 압승에 '밀어붙이기식' 예타 면제

    이번에 추진할 사업구간은 강릉∼고성 제진 노선으로 길이는 총 110.9㎞다. '단선 전철' 형태로 건설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임기 내에 대북 성과를 내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까지 생략하는 것은 지나친 '밀어붙이기'식 대북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 철도사업에는 수조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을 대상으로 경제성과 재원 조달방법을 판단하는 예비타당성조사 통과가 관건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남북협력사업으로 지정해 조사를 면제하면 막대한 예산 투입이 가능해지며, 이 경우 '대북 퍼주기' 논란이 가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금강산관광사업 추진 의사 타진에 대남 비난으로 응수했고, 지난 3월부터 단거리탄도·순항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통일부는 4·27남북정상회담 2주년인 오는 27일 오전 고성군 제진역에서 통일부와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도 연다. 또 통일부는 지난달 우한코로나 관련 민간단체의 손 소독제 대북지원을 처음 승인한 데 이어, 유사 신청 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