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침 위반자 파악 어렵고 고의성 알기 힘들어"… 5일 기준 국내 자가격리자 4만1723명
  • ▲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며 지하철 옆 좌석과 간격을 유지한채 앉아있는 시민들. ⓒ박성원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며 지하철 옆 좌석과 간격을 유지한채 앉아있는 시민들. ⓒ박성원 기자
    우한코로나 자가격리자가 4만 명을 넘긴 상황에서 관련 정부 지침을 위반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해열제를 다량 복용하고 입국하거나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하고 외출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정부는 방침을 어긴 이들에게 '엄격한 처벌'을 예고했다. 그러나 법조계는 자가격리 위반자 등을 처벌하기 어렵다고 봤다. 정부 지침 위반자들을 일일이 파악하기도 어렵고, 고의성을 알아내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5일 오후 6시 기준 국내 자가격리자는 모두 4만1723명이다. 이 가운데 해외 입국자는 3만3524명이다. 정부는 1일 0시부터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간 자가격리 혹은 시설격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확진자는 모두 1만284명으로 집계됐다.

    5일 오후 6시 기준 국내 자가격리자 4만1723명… 이탈자 속속

    자가격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정부 지침을 어기는 이탈자도 이어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 유학생 3명은 4일 자가격리 장소에 휴대폰을 두고 외출했다 적발됐다. 경기도 군포의 한 50대 부부도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하고 외출해 논란을 일으켰다. 군포시는 4일 이들 부부를 포함, 일가족 3명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검역망이 뚫린 사례도 있다. 다량의 해열제를 복용하고 3월25일 입국한 부산의 10대 유학생이다.

    법조계는 자가격리 위반자 등의 처벌, 입국 과정에서의 정부 지침 등에 회의적 목소리를 낸다. 실제로 정부 지침을 어긴 이들을 구분해 처벌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의료전문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해열제를 먹고 입국한 유학생을 상대로 감염 또는 경제적 피해를 본 사실이 입증된다면 (함께 비행기를 탄) 피해자들이 유학생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이 유학생이 미국에서는 치료도 못 받는 상황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경우, 형법상 '긴급피난'을 주장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가능성도 있는 등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것"이라고 설명했다. 긴급피난(22조)은 '자신 혹은 타인이 겪는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를 말한다.

    이 변호사는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5일부터 시행한 처벌규정에 따라 고의가 입증되면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자가격리자들 중 위반한 이들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 시범적으로 걸리는 이들만 처벌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5일부터 자가격리 위반 시 최고 징역 1년

    자가격리 위반 행위와 관련해서는 처벌조항이 5일부터 강화됐으나, 실제 적용이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정된 감염병 예방·관리법 79조의 3은 처벌규정을 기존 벌금 300만원에서 최고 징역 1년으로 상향했다. △감염병 환자 등이 기관에서 입원치료받지 않은 경우 △감염병 기관에서 입원 또는 치료를 거부한 경우 △자가 또는 관리시설에서 치료를 거부한 경우 등에 한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의사(전문의) 출신의 이동필 법무법인 '의성' 변호사는 "행정법규에 포함되는 정부 지침인 경우, 이를 모른다고 해서 처벌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자가격리 위반자들을 어떻게 처벌할지와 (이전에 자가격리를 위반한 자들에게도 이 법을 적용할 수 있는) 소급적용이 안 되는 점 등이 문제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또 "자가격리자 등에 대한 감시 관리, 입국자 격리조치 등은 검역법이나 정책적 판단으로 가능한 부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 대책이) 조금 더 적극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의료계에서 평가하는) 코로나 모범국은 대만으로, 굉장히 발빠르게 선제조치를 취해 감염병 확산 방지에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부연했다.

    입국 절차의 관리 문제는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도 있다. 부산 유학생처럼 검역소에서 건강상태 질문서에 별다른 표시를 하지 않고 해열제를 먹는 경우 이를 골라낼 수 없다는 말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입국 과정에서 발열 등 증상을 점검하고 앱을 설치해 유증상자를 알아내겠다는 정부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며 "코로나 확진자 중 무증상자도 있고, 유학생의 사례처럼 해열제를 먹으면 증상을 가라앉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태는 '예견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구멍 뚫린 출입국 관리… "예견된 사태"

    이 변호사는 "자가격리 위반자들은 시간이 걸려도 잡힐 가능성이 크나 문제는 수많은 해외유학생들"이라며 "이들이 들어올 경우 자가격리자는 지금보다 확연히 증가하는데,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유학생 사례처럼 거짓말을 하는 경우 어떻게 처벌할지 등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6일 10대 유학생을 처벌하지 않기로 했으나, 중앙방역대책본부는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엄중한 처벌을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정부 지침과 함께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시민의식·준법정신을 강조하는 법조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전문 나음법률사무소의 유현정 변호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등은 개인의 자유를 상당히 제한하는 것으로, 이런 방침이 필요하다는 점을 정부가 시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 역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기준을 정했음에도 위반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결국 구색 맞추기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때문에 정부당국의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 이를 지키고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가격리 등에 스스로 참여하는 성숙한 시민의식 등이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