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차남' 김신 장군, 생전에 기부→ 국세청 "세금 연대납부" 요구→ 가족들, 이의제기
  • ▲ 과세당국이 백범 김구 선생의 차남인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 자녀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데일리 DB
    ▲ 과세당국이 백범 김구 선생의 차남인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 자녀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데일리 DB
    과세당국이 백범 김구 선생의 차남인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 자녀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총장이 생전에 해외 대학에 42억원을 기부했는데, 이 기부금 관련 증여·상속세를 부과할 때 과세당국이 '증여세를 연대납부해야 한다'는 통지를 미리 하지 않는 등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총장 자녀들은 2018년 10월26일 약 27억원의 세금을 내라는 통지를 받았다. 김 전 총장의 해외 기부금 관련 증여세 18억원, 상속세 7억원 등이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김 전 총장 관련 상속세를 조사한 뒤 과세자료를 용산세무서로 보냈고, 이에 용산세무서는 김 전 총장 자녀들에게 증여세를 연대납부하라고 통지했다. 

    김 전 총장이 해외 대학에 기부했으니 '김 전 총장의 기부를 받은 대학'이 납부해야 할 세금을 김 전 총장이 연대해 내라는 것이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우리 국민이 해외거주자·법인 등에 기부하면 증여자가 증여받는 자(수증자)의 증여세를 연대해 납부해야 한다. 

    김 전 총장은 2006~16년 미국 하버드대(2억원)·브라운대(2억9000만원)·터프츠대(3억2000만원), 대만국립대(22억7000만원), 미국 뉴욕한인회(11억원) 등 5곳에 약 42억원을 기부했다. 김 전 총장은 2016년 5월19일 사망했다. 슬하에 3남1녀를 뒀다. 

    "증여자에게 연대납부의무 통지하지 않았다"

    김 전 총장 자녀들은 과세당국이 절차를 지키지 않고 세금을 부과했다며 2019년 1월9일 조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절차상 과세당국의 세금 부과 처분에 이의가 있으면 준사법기관인 조세심판원에 구제를 요청해야 한다. 

    김 전 총장 자녀들은 "연대납부의무는 증여받는 자의 납세의무가 확정되고, 이에 따라 증여자에게 연대납부의무 통지, 납부 고지가 있어야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상속이 시작될 때 연대납부의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행 국세징수법 9조는 '국세를 징수하려면 세무서장이 납세자에게 과세기간·세목 등을 담은 납세고지서를 발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역시 '증여받는 자가 해외에 있을 때에도 세무서장이 증여자에게 증여세 연대납부 사유를 통지해야 한다'고 돼있다. 자녀들은 과세당국으로부터 통지받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과세당국은 자녀들의 이 같은 주장에 2019년 1월22일 '통지했다'는 답변 대신 '연대납부의무는 통지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발생한다'는 답변서를 내놨다. 

    서울 서초동의 한 세무사는 "기부한 사람이 내야 할 증여세의 연대책임이 자녀들에게 승계되는 경우, 승계 전에 기부한 사람에게 증여세 연대책임과 관련한 통지가 이뤄져야만 한다"며 "청구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징수권이 소멸한 것으로 보이고, 특히 과세당국이 5~7년 동안 세금을 받으려는 노력을 안 했다면 세금납부의무도 없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의신청 뒤 1년… 여전히 조세심판원 심리 중 

    다른 세무사는 "42억원 기부금에 27억원의 세금을 매긴 것이 과하게 보일 수 있으나, 현행법상 과세표준에 따라 매겨진 것이어서 금액이 많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증여세 연대납부를 통지하지 않았다면 판례 등에 따라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의신청 후 1년이 흘렀지만, 조세심판원은 아직 이 사건을 심리 중이다. 김 전 총장 자녀들의 이의신청과 관련, 지난해 11월에 이어 오는 31일 심판관회의가 열린다. 규정상 심판관회의 뒤 한 달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 조세심판원의 이의신청 평균 처리기간은 2018년 기준 173일, 2019년 기준 160일이다.  

    이 사건은 다른 이의신청 건에 비해 처리 일수가 길어졌다. 심판원 측은 "1년 넘게 걸리는 사건은 거의 없으나, (사건이) 복잡하고 민감한 경우 처리 일수가 길어질 수는 있다"고 해명했다. 

    김 전 총장 자녀들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 사건은 행정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조세심판원 결정 뒤 청구인 측은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편 김 전 총장의 기부금 사용처도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장의 기부금이 장학금으로 사용됐다면 세금을 부과할 수도 없다. 현행법상 장학금으로 지급한 기부금은 비과세 대상이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35조4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