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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뉴시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돌연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 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후에도 버텼지만, '라임펀드사태'에 청와대 행정관이 연루됐다는 의혹 보도가 쏟아진 16일 전격 사퇴를 밝혔다.
최 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대통령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더이상 안에서 대통령님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 상황이 정권의 권력형 게이트로 번져간다는 진단이 담긴 것으로 읽힌다.
최 비서관은 이어 "촛불시민의 명령을 거스르려는 특정 세력의 준동은 대통령님을 포함해 어디까지 비수를 들이댈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바위처럼 굳건하게 촛불시민과 문재인정부의 역사를 지켜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기소한 검찰과 의혹을 확산시킨 일부 언론을 '특정 세력'으로 규정짓고, 이들이 들이대는 비수가 청와대 전체를 향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다.
"靑 행정관, 라임 로비 의혹 회장과 '텐프로'에서 향응"
현재 금융감독원에 재직 중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소속 행정관 김씨는 투자자들에게 1조6000억원대의 막대한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사태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라임 관련 로비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 모 회장이 지난해 김씨를 하룻밤에 술값이 수백만원 나오는 서울 강남의 '텐프로'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만났다는 증언이 이어졌다"고 SBS가 보도했다.
다음날에는 국민일보가 "김 전 행정관은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금감원 현장검사가 시작된 지난해 8월쯤부터 여러 차례 검사 진행상황을 묻는 내용의 전화를 걸었다"고 보도했다.
김 전 행정관이 팀장급 직원들에게 검사 상황이 "어떻게 돼가느냐"며 꼬치꼬치 캐묻자 실무부서에서도 난감해 했고, 이런 전화는 지난달까지 6개월 동안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금감원에 라임 관련 어떤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에 배치되는 내용이다.
① 행정관 비위 몰랐거나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직기강 확립'이 주 임무인 최 비서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선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최 비서관이 총괄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지난해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친동생 일자리 알선 의혹'과 관련해 내부조사를 벌였지만, 법적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려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검찰은 김 전 행정관이 라임사태 무마에 관여했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조사에서 최 비서관이 김모 전 행정관의 비위사실을 몰랐거나 알고도 묵인했다고 나올 경우 검찰과 청와대의 충돌은 '조국사태'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에 이어 3차전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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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② 공직자 사퇴 마지막날 사의... '불체포특권' 노리고 비례대표 출마설
일각에서는 최 비서관이 이날 비례대표에 출마하는 공직자 사퇴 시한에 맞춰 사의를 표명한 것이 '여당 비례대표 의원 도전'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최 비서관이 이날 "역사의 수레바퀴를 어떻게든 되돌리려는 집요한 음모를 마주하고도 뒷전에서 외면할 수는 없다"고 밝힌 만큼, 여권의 중심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최 비서관이 국회의원이 될 경우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불체포특권'을 누릴 수 있다.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도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에는 석방될 수 있다. 그가 출마할 정당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참여를 추진하는 비례연합정당이나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무소속 의원 등이 주축이 된 열린민주당 등이 거론된다.
③ 靑 '라임 연루설' 알았나... 행정관 감찰 "확인하겠다"→ "못한다"
청와대는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중단사건과 관련해 전직 청와대 행정관 연루설이 이어지자 일단 말을 아끼면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6일 오전 춘추관에서 "라임 관련한 보도에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며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미 본인이 어떤 조사든지 다 받겠다고 했다고 알려드렸고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 전 행정관이 청와대 파견 당시 룸살롱 향응 접대를 받았다는 사안을 청와대에서 인지하고 감찰했느냐'는 질문에 "확인 후 필요하면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가, 5분 뒤 "청와대는 개별 감찰 사실에 대해서는 확인해드리지 않는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한편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사태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가 수사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달 라임자산운용 사건 수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과 동부지검에서 검사 4명을 남부지검에 파견해 수사팀을 보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