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의료진 육성기관 간부가 격리지침 위반… 국방부 “대구에 고참 대신 신임 소위 보내라”
  • ▲ 국군의무학교 소속 원사가 이동했던 지역을 방역하는 대전시 보건당국 직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군의무학교 소속 원사가 이동했던 지역을 방역하는 대전시 보건당국 직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전시 유성구에 사는 50대 부사관이 우한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그가 국군의무학교 소속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자가격리 지침도 무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다 국방부가 일부러 노련한 간호장교 대신 갓 임관한 소위들을 대구로 보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군 수뇌부의 우한폐렴 대응전략이 도마에 올랐다.

    대구 갔다온 뒤 '자가격리' 지침 무시

    대전시는 지난 4일 유성구 소재 자운대(군 복합시설 단지) 내 관사에 거주하는 50대 부사관(계급 원사)이 우한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A원사는 지난 2일 딸이 우한폐렴 확진 판정을 받자 검진을 받은 뒤 본인도 검진을 받았고 확진자로 확인됐다.

    A원사는 지난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대구에 거주하는 딸을 만나고 돌아왔다. 발열 등 증상은 18일부터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의무학교가 지난 2월 22일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한 72명에게 자가격리 지침을 내렸을 때 A원사도 포함됐다.

    그는 그러나 2월 26일 부대 인근 일반 의원을 찾고, 농협 마트를 들르는 등 자가격리 지침을 무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전시 발표에 따르면, A원사가 격리기간 중 들른 곳은 자운대 아파트, 탄동 농협 하나로 마트, 식당, 골프연습장, 국군의학연구소, 자운대 근무지원단 등으로 밝혀졌다. 그가 대구를 다녀온 뒤 2월 16일부터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군 당국은 A원사와 관련해 “해당 부사관 외에 다른 부대원은 증상이 없어 모두 자가격리를 해제했으며, 국군의무학교도 폐쇄하고 소독한 뒤 정상화했다”고 대전시에 알렸다고 한다.

    군의관·간호장교 육성기관 근무하는 간부가 격리지침 위반
  • ▲ 국군대구병원에 배치되기 전 우한폐렴에 대해 교육 받는 신임 간호장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군대구병원에 배치되기 전 우한폐렴에 대해 교육 받는 신임 간호장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군 당국은 A원사의 확진과 자가격리 지침위반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군 바깥에서는 A원사가 근무하는 부대 때문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운대는 단순한 군 복합시설이 아니다. 육·해·공군 기술행정인력을 육성하는 17개 기관이 모여 있다. 특히 군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국군의무학교, 군의 유일한 전염병 대응기관 국군의학연구소, 국군간호사관학교가 여기에 있다.

    A원사는 국군의무학교에 근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의관과 간호장교가 배치되기 전에 교육을 받는 부대의 간부가 전염병에 걸린 것도 모자라 격리 지침까지 위반했음에도 일부 군 관계자는 “A원사가 처음 격리 지침을 어긴 것도 아닌데”라는 태도를 보였다.

    다른 일에서도 군의 우한폐렴 대응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임 간호장교들의 국군대구병원 투입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 “경험 많은 간호장교 대신 신임 소위 보내라”

    갓 졸업한 간호장교들이 지난 3일 소위 임관과 동시에 우한폐렴 확진자들을 수용하는 국군대구병원에 투입됐다. 정부는 미담처럼 포장했다. 하지만 SBS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전염병 현장에 경험많은 중위·대위급 간호장교를 안 보내고, 갓 임관한 소위들을 보내느냐”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이 같은 지적에 “모두 자원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투입된 간호장교를 제외하고도 전국 각 부대에 1000여 명의 간호장교는 대구에 투입하지 않고 그대로 근무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사실 군 지휘관들은 경험이 풍부한 간호장교들을 국군대구병원에 투입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새로 파견되는 간호장교는 민간병원이 아닌 국군병원으로 가는 것이니 신임 소위라도 괜찮다”고 주장했고, 그 뜻이 관철된 것이라고 SBS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