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범투본·톨게이트노조에 야간 집회 제한 통고… 집회 자유·형평성 논란
  • ▲ '문재인 퇴진'을 요구하며 청와대 철야농성장을 찾은 시민들. ⓒ이기륭 기자
    ▲ '문재인 퇴진'을 요구하며 청와대 철야농성장을 찾은 시민들. ⓒ이기륭 기자
    경찰이 야간 집회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보수 시민단체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산하 톨게이트노동조합에 대해서다. 현행법에 규정된 '학습권 침해'가 이유다. 헌법재판소 판단 이후 현재 야간 집회는 허용되는 상황. 이번 경찰의 통고를 두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논란이 불거졌다. 다른 집회와 형평성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이 처음 야간 집회 제한 통고를 한 시점은 25일 밤 10시쯤. 서울지방경찰청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와 톨게이트노조 등 두 단체에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집회를 하지 말라'고 통고했다. 두 단체는 청와대 앞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인근에서 집회를 지속해 왔다. 

    야간 집회를 제한한 이유는 '학습권 침해'다. 인근 시각장애인특수학교 학부모들이 탄원서를 제출했다. 집회 소음 탓에 청각 중심으로 진행되는 자녀들의 교육권이 침해받는다는 이유에서다. 

    법적 근거는 현행 집시법에 있다. 집시법 8조 5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로, 그 거주자나 관리자가 시설이나 장소의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집회나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조항 2호는 '신고장소가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의 주변지역으로, 집회 또는 시위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돼있다. 

    이번 통고 조치가 '위헌 혹은 현행법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의견이다. 다만 △다른 집회와 형평성 △뚜렷한 학습권 침해 기준 모호 등을 문제로 거론한다. 특히 '형평성 논란'이 확산했다. 

    서초동 등 다른 집회와 형평성 문제는 

    일례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 집회가 거론된다. 삼성생명을 상대로 한 암 환자들이 벌인 집회다. '보험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약 3년째 집회를 이어온다. 이들과 연대하는 민주노총 관계자들도 있다. 이 집회 현장 인근에서도 소음으로 인한 불만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장송곡이 집회에서 간혹 흘러나온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실제로 삼성전자 사옥 인근 직장인들이 이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한 20대 여성은 26일 "1년 반 정도 근처에서 일했는데, 그동안 곡소리를 틀어놓거나, 최근 꽹과리를 친 적도 있다"며 "주변에서도 시끄럽다고 불만을 많이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 남성 역시 "입사한 지 1년 조금 넘었는데, 장송곡을 틀 때도 있다"며 "건물 내부에서도 들려, 직장인뿐 아니라 근처 오피스텔에 사는 주민들도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경찰서의 한 관계자도 이런 문제를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장송곡을 (간혹) 틀기는 하는데, 음량 규제만 있고 내용 규제는 없어 집시법으로 처벌은 어렵고, 정신적 피해가 있다면 민사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장송곡 외 집회 소음 역시 정작 평균값을 내면 기준치를 넘지 않는 선이어서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에 신고된 서울 시내 집회 건수는 총 125건. 집회 참여 인원만 3181명에 달한다.  

    앞서 대법원 1부는 지난 5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씨는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장송곡 시위를 한 당사자다. 

    법조계에서도 형평성 문제가 거론된다. 경찰의 통고가 법적 하자는 없어도 전체 집회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도 형평성·학습권 침해 문제 거론돼 

    서정욱 변호사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전체 집회 시위 10만여 건 중 8만여 건이 민주노총이 한 것"이라며 "지난 촛불정국 때는 시민들이 밤에도 집회를 했는데, 이 건에 대해서만 야간 집회를 제한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강태근 변호사는 "경찰이 이번에 두 단체에 야간 집회를 금지한 건 집시법 8조에 따른 것으로, 법적 하자는 없다"며 "구체적으로 학습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판단의 여지는 있지만, 학습권 침해 요청이 들어오면 제한할 근거는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다른 집회와 형평성 문제, 실제 학습권 침해가 얼마나 되는지 등이 문제될 수는 있다"고 부연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 역시 비슷한 취지로 답했다. 

    권오현 변호사는 "(범투본 측이) 광화문 일정장소에서 24시간 점령하고 있다 보니 야간 집회냐 아니냐 등의 논란이 있을 수는 있다"며 "집시법 제10조 단서에서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 경찰관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이 있어 야간 집회를 금지한 부분만 놓고 보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다만 "서초동 검찰개혁 집회와 관련하여 발생한 인근 주민들의 민원 요청, 이전 세월호 천막농성 등 여러 집회 시위와 비교하면 이번 경찰의 통고는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학습권 침해'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학습권 침해'의 구체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집회 제한을 요청한 측의 주장과 별개로, 실제로 해당 시간대에 학습권 침해가 얼마나 발생했는지는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욱 변호사 역시 "경찰이 집회 제한을 통고한 시간이 밤인데, 이 시간대 학교의 학습권과 집회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건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헌법 37조 2항에도 반한다"고 비판했다.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기본권 제한 관련 규정이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