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동아시아에서 미군 몰아내려 한다"… 美 전문가들 '한미훈련 연기'에 일제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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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비핵화 대화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는 적대정책 철회가 사실은 주한미군뿐 아니라 동아시아지역 내 미군의 전략자산까지 철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미국 안보전문가가 경고했다. 미 국방부는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북한의 주장을 반영한 듯, 올 연말로 예정됐던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무기한 연기’했다. 사실상 취소다.
- ▲ 지난 17일 태국 방콕에서 회담을 갖고 한미연합공중훈련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 한미 국방장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美국방부 “연합공중훈련, 취소는 아니고 무기한 연기”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8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정경두 한국 국방장관이 이달 중으로 예정됐던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한 것이 훈련 취소냐고 묻자 미 국방부 대변인실은 ‘아니다. 무기한 연기’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의 무기한 연기 결정이 양국의 준비태세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안보전문가들의 평가는 달랐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미 연합훈련이 또 다시 조정됨으로써 준비태세가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에서 열리는 한미 연합훈련 대부분은 양국 간 군사작전 시 조율을 원활히 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고, 이를 통해 작전계획과 연합작전능력을 점검하는데, 이 훈련을 없애면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정책 철회는 모든 한미 연합훈련 중단뿐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 지역 내 잠수함을 포함한 미군의 모든 핵무기 제거, 한미동맹 파기를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이 말하는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는 동아시아에서 미군을 몰아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가 갖는 의미는 2018년 1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말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궤를 같이한다. 당시 국내외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말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거, 동아시아지역 내 미군 전략자산 철수, 한미동맹 파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내용은 국내 언론뿐 아니라 워싱턴포스트, CNN, AP통신, AFP통신 등에서도 보도됐다.
“김정은, 자신의 대미 협상전략 성공했다고 믿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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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안보전문가들도 한미 연합공중훈련의 무기한 연기에 대해 우려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올해 예정됐던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했으므로 북한으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상호 조치를 이끌어내고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 ▲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당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이번 한미 연합훈련 무기한 연기는 김정은으로 하여금 자신의 대미 협상전략이 성공하고 있고, 한미 양국이 동맹에 최고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결정을 못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믿음만 강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 “(한미) 연합훈련의 일방적 취소·축소에도 북한은 긍정적인 외교적 반응을 내놓지도 않았고, 군사훈련 또한 축소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북한의 성명에 종종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는 척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연합공중훈련 무기한 연기, 절망적이고 직접적인 양보”
리처드 롤리스 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은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무기한 연기된 것을 두고 “(북한의 요구에) 절망적이고 직접적인 양보(hand-wringing direct concession)를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미동맹으로부터 이런 양보를 얻어낸 북한은 이제부터 (한미의) 중요한 군사훈련을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것이 새로운 기준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14일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를 시작으로, 1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 18일 김영철 조선아태평화위원장 담화를 통해 “미국이 먼저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비핵화 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