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대 표창장·공주대 및 KIST 인턴 등 입시비리 8가지 허위… 사모펀드 해명도 '거짓'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검찰이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구속 기소하면서 공개한 공소장에서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의 '거짓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딸이 봉사활동을 해서 동양대 표창장을 받았다'고 조 전 장관은 줄곧 주장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이 표창장은 위조된 것으로 판명된 게 대표적 사례다. 이에 본지는 검찰이 76일간의 수사를 통해 밝혀낸 사실이 적힌 공소장을 분석해, 조 전 장관의 '거짓말'을 정리해봤다.

    "딸이 동양대 인근 경북지역 청소년들의 영어봉사활동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9월6일 국회 인사청문회)

    조 전 장관은 9월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딸 조민(28) 씨가 경북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영어 에세이 첨삭지도 등 어학봉사활동을 했으며, 이를 통해 동양대에서 표창장을 받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정 교수가 자신이 동양대 교육센터장으로 재직하는 점을 이용해 조민 씨의 봉사활동확인서를 허위로 만들어줬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는 2013년 3월 동양대에서 사용하는 용지에 조민 씨가 총 116시간 동양대 교육센터에서 영재교육 프로그램의 튜더링과 작문 교정 등의 봉사활동을 했다는 내용을 적어 허위 확인서를 만들었다.

    정 교수는 이 같은 봉사활동확인서를 제출했음에도 조민 씨가 의학전문대학원에 불합격하자, 아들(24) 명의의 동양대 표창장을 이용해 조민 씨에 대한 동양대 총장상을 위조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2013년 6월 아들의 표창장을 스캔한 뒤 이를 워드문서에 삽입하고, 그중 동양대 총장 직인 부분을 오려냈다. 이후 컬러 프린터로 준비한 동양대 상장 용지에 총장 직인을 붙여넣는 방법으로 조민 씨의 허위 표창장을 만들었다.

    ②"딸이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조류 배양과 학회 발표 준비 등 연구실 인턴 활동을 했다."(8월24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조 전 장관은 딸 조민 씨가 2009년 3월부터 8월까지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적극적으로 인턴 활동을 했고, 이를 통해 국제조류학회의 공동 발표자로 추천됐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8월24일 인사청문회준비단을 통해 "딸이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조류의 배양과 학회 발표 준비 등 연구실 인턴 활동을 했다"며 "적극적 활동이 인정돼 2009년 8월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조류학회의 공동 발표자로 추천됐다"고 해명했다. 인턴십 활동이나 국제조류학회의 발표자로 선정되기 위해 공주대 교수에게 청탁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조민 씨는 2008년 7월부터 2009년 4월까지 10개월간 집에서 선인장 등 작은 동·식물을 키우면서 생육일기를 쓰거나 독후감을 써 정 교수의 대학 동창인 공주대 교수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민 씨는 2009년 5월부터 7월까지 한 달에 1~2번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에 가서 수초접시의 물을 갈아주는 등 고등학생 수준에서 가능한 체험활동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은 공소장에 정 교수가 공주대 교수에게 청탁해 딸이 국제조류학회에 발표될 논문 초록에 3저자가 될 수 있게 했다고 적시했다.

    ③"논란이 되는 단국대 제1저자 논문은 고려대에 제출되지 않았다."(9월2일 국회 기자간담회)

    조 전 장관은 9월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조민 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단국대 의대 논문이 조씨의 고려대 입시에 활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반면 검찰은 조민 씨가 2007년 7월23일부터 8월3일까지 약 2주간 단국대 의과대에서 체험활동을 했으나 의학 지식이 부족해 대학원생 지도하에 실험실 견학 등을 주로 경험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논문 주제 '출산 전후 (태아의)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에서 eNOS(혈관내피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의 실험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한 바 없다고도 봤다.

    그러나 장영표 단국대 교수는 2009년 8월 대학입시 활용 목적으로 체험활동에 대한 확인서 발급을 요청받자, 조민 씨가 제1저자로서 능력을 갖추고 실험에도 기여한 것처럼 꾸며 체험활동확인서를 발급해줬다. 조씨는 이를 한영외고에 제출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게 했다. 고려대에 따르면 조씨는 2010학년도 입시에서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에 어학점수·학교생활기록부를 토대로 1단계 서류평가와 면접 등 2단계를 거쳐 합격했다.

    ④"딸이 KIST 인턴 활동을 위해 2주간 출석한 것이 맞다."(9월6일 국회 인사청문회)

    조 전 장관은 9월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산대 의전원 입학 당시 자기소개서에 KIST 분자인식연구센터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해 3주간 인턴으로 근무했다'고 조민 씨가 기재한 것에 대해 "딸이 2주간 KIST에 출석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조씨가 2011년 7월12일 KIST의 분자인식연구센터장의 면접을 본 뒤 연수 허가를 받고 2011년 7월21일까지 3~4일만 나왔고, 그 기간에도 실험에 참여하지 않고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다 나오지 않아 7월22일자로 연수가 종료됐다고 결론내렸다. KIST 역시 지난 9월 "2011년 7월18일부터 8월19일까지 연수하기로 했으나, 연수 시작 후 5일(7월22일) 만에 학생이 자발적으로 중단했다"고 밝혔다.

    ⑤"학부형 참여 인턴십은 저나 배우자가 아닌 고등학교 담당 선생님이 만들었다."(9월2일 국회 기자간담회)

    조 전 장관은 9월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민 씨의 입시비리와 관련해 학부형 참여 인턴십에 관여한 적이 없고, 당시 조씨가 재학 중인 고등학교 담당 선생님이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스펙 품앗이' 논란이 붉어진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와도 연락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당시 서울대 교수)의 지위와 인맥을 활용해 딸 조민 씨로 하여금 일반 고등학생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논문 저자 등재, 국책연구기관 인턴 등 허위 스펙을 만들어 상급학교 진학 시 이를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조민 씨가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이던 2007년 7월께 한영외고 동급생 부친인 장영표 단국대 의과대 교수에게 체험활동 및 논문 저자 등재를 부탁해 승낙받았다고 봤다.
  • ▲ 지난 9월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 DB
    ▲ 지난 9월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 DB
    ⑥"저는 물론 제 처도 사모펀드 구성과 운용에 대해 알 수가 없었고, 관여도 하지 않았다."(9월2일 국회 기자간담회)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 투자 의혹에 대해 자신은 법률가로서 주식이나 펀드 운용에 대한 지식이 없고, 이는 정 교수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사모펀드 운용에 관여한 바도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결과는 달랐다. 검찰은 정 교수가 2018년 2월9일 사모펀드 출자금 운용계획과 투자회수계획 등을 논의하던 중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실질 오너 조범동 씨로부터 코링크PE의 투자처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더블유에프엠(WFM)의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듣고, 이것이 2018년 2월13일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 전인 2018년 2월12일 미용실 헤어디자이너의 명의를 빌려 주식 3024주를 2100만원에 매수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범행으로 시세차익을 취득하면서 자신의 인적사항과 보유 사실 등을 숨기고 범죄수익의 주체가 타인인 것으로 가장했다고 봤다.

    ⑦"투자약정액은 마이너스 통장이나 신용카드 한도액처럼 설정해 놓은 것이다."(9월2일 국회 기자간담회)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 관련 투자약정금이 재산신고액보다 많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투자약정액은 신용카드 한도액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애초부터 해당 회사에서도 저희 가족이 10억원 정도 투자하겠다고 밝혔음을 그 회사가 밝혔다"고도 말했다.

    반면 검찰은 정 교수와 동생 정모 씨가 사모펀드 출자약정금액을 각각 67억4500만원, 17억7500만원 등 사원 6명이 총 99억4000만원을 출자하는 것으로 정하고, 출자증서를 작성한 뒤 블루코어밸류업1호 계좌에는 14억원을 송금했다고 판단했다. 또 공범인 조범동 씨는 출자내역을 99억4000만원이 전액 출자된 것으로 금융위원회에 거짓보고했다고 봤다.

    ⑧"코링크PE 실질 오너가 조범동 씨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8월19일 인사청문회준비단)

    조 전 장관은 지난 8월 후보자 시절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코링크PE의 실질적 오너는 등기부등본상 대표이사가 아닌 조씨라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하자 인사청문준비단을 통해 해명자료를 내고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코링크PE의 '블루코어밸류업1호' 실질 오너가 조 후보자 친척 조씨라는 의혹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조범동 씨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이자 코링크PE를 실질적으로 설립, 운영한 사람"이라고 적시했다. 

    ⑨"집에 PC가 2대 있다."(9월6일 국회 인사청문회) 

    조 전 장관은 자택에 PC 2대가 있으며, 이 PC의 하드디스크를 검찰에 임의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정 교수는 지난 8월28일 자택에서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씨에게 "압수수색에 대비해 서재에 있는 PC 2대의 하드디스크들을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정 교수는 8월30일 다른 PC 1대에 설치돼 있는 하드디스크 2개를 떼어내고, 김경록 씨를 통해 하드디스크 1개로 교체했다. 서재에 있는 PC 2대와 다른 PC까지 포함하면 조 전 장관의 자택에 있는 PC는 총 3대다.

    ⑩"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일정한 책임(모든 공직 사퇴 등)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9월2일 국회 기자간담회)

    조 전 장관은 국회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면서 "거짓말을 했다면 공직을 사퇴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지난달 14일 법무부장관 사퇴의사를 표명했지만 또 다른 공직인 서울대 교수 자리는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