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미북 정상회담 보면서 비통함…우리나라 배제에 경각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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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태용 전 외교부 제1차관이 우리나라 외교의 현 주소와 북한의 대남 강경책에 대해 진단했다.

    조 전 차관은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국정리더십포럼세미나에서 "이제 한미동맹으로 외교 난맥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중국은 계속 부상할 것이고 일본은 정상국가화를 추진할 것이다. 미국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이 계속 축소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안보에 대한 도전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잇달아 침범한 것을 언급하며 "한미동맹이 더 이완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 지 보여주는 예고편"이라며 "안보 위험이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외교 선택지를 늘려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이 굳건해야 대북·대중외교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며 "북한과 중국은 한국에 '미국 말만 듣지 말고 독자적으로 하라'고 말하지만, 사실 미국이 없으면 북·중은 한국 이야기에 귀를 닫는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전 차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의 6월 판문점 회담은 통미봉남이라는 북한의 오랜 희망이 눈앞에서 이뤄지는 비통한 장면이었다"면서 "우리 땅에서 이뤄지는 회담장에 문재인 대통령은 없었다. 남북미 세 정상이 얘기하는 세션을 만들어 본다던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회담 결과를 얘기하는 세션을 갖든지 했어야 했다. 우리 안보가 희생될 북핵 합의가 한국을 배제한 체 북한과 미국 간에만 이뤄지는 건 최악의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문제에 대해선 조 전 차관은 "외교는 앞으로의 선택들을 생각하며 조금식 문을 더 열거나 선택지를 늘리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며 "미래의 선택지를 닫아버리거나 좁히는 행동은 할 필요가 없다. 이미 30개국과 맺고 있는 지소미아는 정보 교환 틀을 만드는 약속일 뿐이며 협정을 맺었다고 정보를 줄 의무는 없다"고 했다. 즉 정부가 굳이 지소미아 파기를 외교수단으로 선택할 필요는 없었다는 의미다.

    조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겸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외교부 제1차관,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을 지낸 대미·북핵 외교 전문가다.